음악가로 살 수 있어 행복해요

11월의 맑은 날, 부산 사직동에 위치한 '원음각'을 찾았다. 이곳은 경남원음합창단 추현철(법명 화엽, 광안교당) 지휘자의 연습실이자 사무실이다. 실내로 들어서자 원불교 교전과 성가책, 불교 음악 서적이 빼곡히 꼽혀 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편한 차림의 추현철 지휘자가 반긴다.

불교신자였던 그는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북구청소년문화의 집 '등대원음어린이합창단'을 지휘하며 원불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며 "어린이합창단원들과 배내청소년훈련원에 합숙훈련을 갔는데 어린이들이 법당 들어갈 때 그냥 벗어놓은 30켤레의 신발을 어느 여자 교무님이 웃으면서 조용히 정리하시는 것을 보고 하심을 실천하는 종교인인 것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때 교무님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만나는 교무님들도 매사 솔선수범에 재가교도들을 존중해주셨고 이후 광안교당에서 입교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기90년부터 경남원음합창단의 지휘를 맡으며 대외적인 수상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합창단으로 이끌어왔다. 타 불교합창단의 지휘자로도 활동하는 그는 "노랫말의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청중에게 감동을 줄 수 없고, 그 종교를 이해하려면 믿지 않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냐"며 "교회성가대를 지휘하지 않는 이유도 제가 성경을 이해할 수 없어서다"고 밝혔다.

현재 생활에 대해 그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 음악과 함께 살 수 있어 참 행복하다"며 "음악과 경전공부는 물론 교당과 절에 다니는 공부하는 좋은 사람들과 노래하고, 교무님과 스님을 가까이 대하니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무님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성가를 공부해 성가에 대한 이해력과 교습법을 배웠으면 한다"며 "교도들이 성가를 배우고 부르다보면 교당 내에서 중창단이나 합창단이 생겨나고 그런 교당의 중창단이나 합창단끼리 모여 음악회를 갖고 여기서 잘하는 사람은 교구합창단으로 와서 활동한다면 더 나은 교구합창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무들이 성가에 대한 인식을 갖고 음악적인 요소로 교화에 활용하다 보면 자연 음악을 하는 교도들도 생기고 이들에게 교당 안에서 먼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붓다원음중창단으로 활동하는 그는 동료음악가 8명 중 6명을 입교시켰다. 그는 "아직도 원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제가 원불교도로서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입교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입교연원도 저보다 교무님이 되어 교무님과 좋은 인연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료음악인들이 원불교와 공감하며 함께 성장해갔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합창단의 인사법 개발과 안무 외에도 전국원음합창제 때 성가를 새로운 편곡으로 구성해 참가한다"며 "성가 한 곡에 대해 다양한 지역의 다른 작곡가와 편곡자들이 참여해 새로운 합창곡이 많이 발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리랑'의 경우 다양한 편곡이 있는 것처럼 우리 성가도 다양한 편곡들로 재탄생되어 합창발전에 이바지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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