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마음공부와 강연으로 교법실천 능력키워

▲ 대각개교절 교도들이 축가를 부르고 있다.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날, 대구 상인교당을 향했다. 부산과 대구를 잇는 신대구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안개 가득한 산과 각각의 형태로 걸려있는 구름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을 뽐내고 있다. 수성 IC를 거쳐 대형아파트단지가 늘어서 있는 대구 시내를 20여 분을 달리니 드디어 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는 앞산에 도착했다. 곧바로 순환도로에 들어서며 주위를 살피다보니 초록색의 대형 원불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주차 후 확인 해보니 상인교당이다. 때맞춰 비 그친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이날 상인교당에는 두 건의 천도재와 한 건의 가정기원독경식이 차례로 진행되는 날이다. 2층 법당으로 들어서자 난로가 켜져 있어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교도들은 아침 9시부터 진행된 장상안 교도의 모친 이차희 존영 5재식 천도재에 이어, 11월 둘째 주 정기법회를 보고 있었다. 백주년성업기도와 제14대경산종법사 추대식 법문 동영상 시청을 끝으로 예회를 마쳤다. 다시 이동현 교도의 부친 이종옥 존영의 초재식이 가족들과 교도들이 참가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다.
▲ 문화법회에 참석해 성가를 배우고 있는 교도들.
문화법회와 강연 진행으로 공부심 진작

올해로 창립 11년을 맞는 상인교당은 대구시민들이 많이 찾는 앞산 순환도로와 인접해 있다. 김도영 교도회장은 "대구 시내 대다수 교당이 골목 안에 위치한 것과 대조적으로 상인교당은 등산객과 차량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 교당이 있다"며 "따라서 시민들이 수월하게 교당을 볼 수 있어 홍보에 유리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의 교당은 기존 교당이 있었던 건물이 팔리게 되면서 눈에 잘 띄고 찾기 쉬운 곳에 교당을 마련하자는 교도들의 의견에 따라 경매물건을 구입하면서 새로이 마련됐다. 3층 건물인 상인교당은 법당과 생활관이 2층에 위치하며, 1층과 3층을 세를 놓아 임대료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교도들은 대구시민들에게 원불교라는 종교를 알리기 위해서는 교당건물이 시민들의 눈에 많이 보여야 한다는 교도들의 의견에 따라 교당 간판 외에 LED광고판 설치 건에 대해 대구원음방송 측과 협의해 진행해 갈 예정이다.

대다수 교도들이 부부와 자녀, 가족으로 이뤄진 상인교당은 정기법회 외에 문화법회 진행으로 교화활동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매달 둘째, 넷째 화요일 저녁 7시30분에 진행되는 문화법회는 원불교 성가를 즐겁게 배우는 시간이다. 성악가 배광원 교도의 지도아래 교도들이 평소 몰랐고 어려워하는 성가를 익히는 시간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한 문화법회에서 교도들은 성가연습과 함께 서로간의 안부와 교당 교화 활성화에 관한 이야기 등이 자연스레 오가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정기법회 성가시간에는 평균 5곡 이상의 성가를 부르는데 이때도 교도들이 파트별로 부르며 법회에 활력을 넣고 있다.

교화단 활성화와 교화단 순교 활성화, 법회내실화, 문화교화 정착화, 봉사활동 동참하기를 교화목표로 삼은 상인교당은 올 1월부터 교도들이 돌아가며 사회도 보고, 강연도 실시한다. 특히 강연은 교도 한 사람이 일상수행의 요법 1, 2, 3조를 주제로 삼아 15분간 정전을 바탕으로 삼학병진 정, 혜, 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김삼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모든 교도들이 언제나 누구를 만나도 우리 교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강연연습을 해야 한다는 교무님의 뜻에 따라 강연이 어렵지만 공부의 방법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 어린이들이 법회시간에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린이는 교당의 희망

40~50대를 중심으로 전 세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는 상인교당은 특히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 정기법회는 물론 천도재를 진행할 때도 어린이들이 법당에서 놀고 있었다. 이는 교도들 모두 '어린이들이 곧 교당의 희망이라 교당에서 편히 놀 수 있게 놔둬야 한다', '원래 어디를 가나 아이들 소리가 나기 마련이며 엄숙한 상가집에서도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려야 정상이다', '입정시간 아이들의 소리에 요란해지거나 끌리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이 참다운 공부인이다'고 입을 모았다.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이 교당에서 편히 있을 수 있게 배려해준 덕분에 젊은 부모 교도들이 편하게 교당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교당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이 어느새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자랐고 교도들이 서로 젖병을 물리며 함께 보육의 정성을 들여왔다.

7세 남자 아이를 둔 이은경 교도는 "교무님과 교도들이 법회 때 아이들이 떠들거나 장난을 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고 법회에 집중하신다"며 "부모 된 입장에서 사실 법회 때 아이들이 떠들거나 큰소리를 내거나 하면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법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가 편치 않은데 교무님과 교도들 모두 어린이들에게 편하게 대해줘 항상 아이들과 정기법회는 물론 천도재도 자연스럽게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도재가 진행되는 이날도 어린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법당 한편에서 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린이들은 입정시간이나 설교시간에는 주의를 주지 않아도 조용하게 노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명마음공부대학에서 마음공부를 지도하는 이학신 교무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교당과 일반대학에서 비교도들에게 원불교 마음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보험설계사, 재무설계사 등, 자기직업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마음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비교도들이 교당을 찾으면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마음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이 교무는 "마음공부를 통해 단 5%라도 원불교인으로 만들어 그들이 공부하고 나간 뒤에도 우리 원불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사회적 인적자원이 되길 바란다"며 "교당 마음공부지도의 어려움 중의 하나는 정전원리강의를 하고난 뒤 일기를 적어 문답감정을 해주는데 교도들의 경우는 일기를 적는 것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즉 일기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기재해야 하는데 자기 집에서 일어난 그 일을 교당에서 발표하면 교도들에게 자기 집안이 흉이 될까봐 조심스러워하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의 정서와도 무관하지 않는 면이다.

교도 모두가 원불교 마음공부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다는 이 교무는 '교도들이 먼저 정전원리를 배우고, 강연을 통해 남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해주고, 일기를 통해 자기적공을 하고, 문답감정을 통해 삶에 대한 문제해결능력을 갖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의 공부는 넘어지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좌절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는 것이 더 보람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교도들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교당 피아니스트 박호경 교도의 가정기원독경식을 위해 교당을 나섰다. 무엇보다 가족교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상인교도들은 가족대상의 교화활동이 어렵지만 시도를 해보겠다는 결심을 갖고 있다. '어느 지역보다 보수성이 강한 대구지역에서 마음공부가 성공하면 전국에서 우리의 마음공부가 성공하리라고 본다'는 이 교무의 말이 새롭다. 돌아오는 순환도로 길, 교당 앞에 위치한 앞산의 알록달록 화려한 단풍이 가을이 깊어졌음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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