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정혜정 HK연구교수

19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성리학자이자 기철학자인 혜강 최한기의 사상을 조명한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23일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국내학술대회에서 정혜정 HK연구교수가 '혜강 최한기의 공심(公心)과 변통(變通)으로서의 덕성 도야'를 발표했다. 그는 혜강이 '기일원론(氣一元論)에서 인간의 덕성문제를 고착화된 형태의 도덕적 선(善)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혜강에 있어 우주는 기로 가득 차 있고, 모든 존재에는 우주보편의 기가 내재해 있다"며 "기의 활동운화(活動運化)에 의해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다. 즉 전 우주는 질료화된 형태로 이루는 형질기와 구체적인 사물로 질화하지 않은 상태의 운화기(運化氣)로 이뤄져 있으며 이것이 모든 존재의 본질이다. 기는 신기(神氣)라고도 하며 신기의 활동운화는 인간과 우주만물의 본성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혜강의 도덕론은 몸, 마음의 활동운화의 신기를 토대로 두고, 몸으로부터 마음과 앎이 형성되는 과정을 몸의 통(通)과 추측, 그리고 운화기의 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며 "앎은 곧 덕성을 이루는 것인데 인간의 앎이 몸에 기초해 있고, 몸과 마음이 모두 활동운화의 본성임을 강조한다. 몸의 제규(諸竅)와 제촉(諸觸)을 통해 우주 만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혜강의 활동운화의 본성이란 생명성, 운동성, 순환성, 변화성 네 가지를 의미하는데 몸의 활동운화는 결함이 없으나 인간 마음의 추측에 따라 결함이 생긴다. 혜강은 추측의 준적과 변통을 인간 삶에서 무엇보다 중시했다"고 발표했다. 즉 추측의 깊이와 넓이를 확대해 감에 따라 천지운화(天地運化)의 기가 확대될 것이지만 천기운화에 어긋나지 않는 인기운화(人氣運化)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천인운화를 하나 하나 정확하게 획득하게 되면 점차 기질이 변화돼 본연의 활동운화가 드러난다. 인간의 일신운화가 통민운화에 통하고 더 나아가 대기활동운화에 승순이 가능해진다면 이런 사람을 혜강은 기학적 성현이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측지리는 몸의 체험, 기억, 습염, 추측, 변통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이 가해지는데 곧 각자가 생성하는 이치다. 추측지리의 시작은 몸이 근본 토대가 돼 활동운화의 본성을 통해 변통을 해 나가면서 진리를 형성하고 덕성을 확립한다. 혜강의 덕성은 인식론적 차원에서의 추측지리의 앎과 함께 간다"고 설명했다. 곧 추측은 본연성의 운화를 준적(準的)삼아야 하고, 공심과 무아를 통해 통민운화, 천지운화와 일체가 돼야 한다. 이런 운화기를 준적 삼을 때 극기, 사기, 무아가 자연히 수반되고 공심, 공의로써 변통을 이루어 갈 때 운화기에 대한 섬김과 승순이 이뤄진다.

그는 "사람이 선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변통을 잘하고 불통을 잘 뚫느냐에 있다"며 "통에는 삿됨과 바름이 있고, 신기의 통이 천리 인정의 성실에서 나온 것은 통에서의 정(正)이요, 화복에 미혹돼 제 마음대로 꾸며대고 인생의 명목을 끌어다 붙이는 것은 통에서의 삿됨이다"고 말했다. 대개 변통하는 방도는 천지의 신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사의 주선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인생의 덕은 추측의 변통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는 "혜강은 선악이 구별되는 것을 실제로 체득하지 못하고 한갓 착하다는 명예나 부러워하여 억지로 본받으려는 사람은 오히려 바르지 못하면서 요행으로 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혜강이 제기한 선(善)은 첫째 선과 불선은 모두 추측에서 나오고 그 이루는 바의 차이는 도의(道義)에서 말미암는 것은 선(善)이고, 자기의 사사로움에서 말미암는 것은 불선이다. 둘째 일신운화가 천인운화기에 승순하면 선이 되고 거스르면 악이 된다. 셋째 심체란 곧 신기이다. 마음이 몸에서 운화하면 강약청탁(强弱淸濁)이 있게 되고 외부와 교접하면 선악과 허실이 된다. 넷째는 추측지리가 운화의 유행지리와 부합하면 선이 되고 부합하지 못하면 불선(不善)이다. 다섯째는 운화라는 두 글자는 온갖 선(善)을 관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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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강의 도덕론, 몸·마음의

활동운화 신기에 토대 둬

인간 마음 결함은 추측으로 생겨

추측의 준적과 변통의 삶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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