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내 몸 내 마음처럼 모십니다"
족욕·미술 치료 등 호응
유정란, 어르신들의 반찬으로

▲ 샘골 보은의집 전경.
사회복지법인삼동회 산하 샘골 보은의집은 훈훈함이 넘쳐난다. 치매, 중풍, 고혈압 등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간호 및 다양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복지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김도진(55)원장의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철학이 한 몫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내 몸 내 마음 같이 모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빚 값는 마음으로, 상이 없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보필하니 얼굴 표정에서부터 밝아지고 있다"며 "자녀들의 집에 가도 갑갑하다며 며칠 못가 보은의 집으로 돌아온다. 병원생활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의 이같은 이면에는 받듦과 섬김의 정신으로 실천하고 있는 복지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원장은 "21년째 복지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을 내 몸 내 마음같이 모시자는 것을 잊은 적이 없다. 2006년 보은의 집 초대원장으로 부임한 이래 이 마음을 체로 잡고 살고 있다"며 "직원들을 관리할 때도 끌고 가기 보다 밀고 가는 운영 방향을 잡고 있다. 직원들이 밝아지니 어르신들의 서비스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샘골 보은의 집은 서비스와 더불어 어르신들의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유치원 연계 프로그램을 비롯 미술치료, 족욕과 함께하는 발마사지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인기가 높다. 김 원장의 안내로 2층 프로그램실에 들어서자 원아들과 어르신들이 웃고 즐기는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프로그램 명은 '겨울 준비 김장 하는 날'.
▲ 어르신들과 함께 김장체험을 하고 있는 원아들.
원아들의 김장 체험

프로그램실에는 엄마어린이집, 수곡 병설 유치원, 쥬라기어린이집 원아들과 어르신들이 김장에 앞서 강사의 설명을 경청했다.

강사가 먼저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에 대해 질문하자 원아들이 여기저기서 마늘, 파, 당근, 소금 등을 외쳤다. 강사로 부터 양념을 배추 속에 넣는 방법과 버무리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원아들과 한 조가 된 생활 어르신들은 신이 났다. 배추 속에다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을 자상하게 지도하면서 연신 싱글벙글이다.

노명숙(43) 사무국장은 "2009년부터 보은의 집과 협약식을 맺은 유아교육기관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김장 체험과 샌드위치 만들기, 송편 만들기, 고구마 수확하기 체험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번 김장 체험은 원아들에게는 효사상을 고취하는 한편 어르신들의 정서적인 안정감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센터의 협조로 이뤄지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어르신들은 주기적으로 오는 원아들을 반갑게 맞기도 하고 원아들은 어르신들을 대하는 자세가 자연스러워 졌다. 노 사무국장은 "정읍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되고 있다. 원아들과 어르신들이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 답게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은 원아들을 손자 보는듯한 모습으로 대하다 보니 표정들이 밝다. 원아들도 친 할머니 할아버지 대하듯 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원아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주기적이고 장기적으로 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볼 때 얼마되지 않는다.

미술 치료가 주는 효과

보은의 집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10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되고 있는 미술치료는 말로 전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표현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다. 201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술치료는 미술이 가진 심리 치료적 속성 때문에 어르신들의 정신건강과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

어르신들의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박경희 전북미술치료연구소 소장은 "작품을 통한 과거 기억의 회상요법은 노인성 정신질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어르신들의 정서적 측면뿐만 아니라 본인의 욕구표출과 자신의 생활을 드러내므로 일상생활을 보다 긍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인지기능의 향상과 집중력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양승재(46)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손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낀다. 내가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고 기분이 전환되는 것 같다. 다른 약보다 효과적이다"며 "1년에 한 번씩 어르신별로 미술첩을 만들어 파일식으로 보관하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 와서 자기 작품을 보면서 뿌듯해 한다. 보호자분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기별 13회로 이뤄지는 미술치료는 데칼코마니, 물감번지기, 나의 모습, 가족 울타리 만들기, 가족의 끈 만들기, 목걸이 만들기, 실그림, 손가락 그림, 표지 만들기 등 다양하다.

양 복지사는 "어르신들과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시 프로그램에 반영하여 실시하기도 한다"며 "계절 변화에 맞게 각종 꽃, 꽃잎, 단풍잎 등을 이용한 꾸미기를 비롯 연말연시 트리 만들기, 소원카드 만들기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어르신들의 발건강을 위해 족욕을 실시하고 있다.
족욕으로 친밀감 도모

어르신들의 인기가 높은 것은 족욕도 마찬가지다. 주 1회(토·일) 2 파트로 나누어 프로그램실과 생활실에서 실시되는 족욕은 어르신들의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양말을 신고 있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의 발톱관리도 하고 있다.

김 원장은 "발은 우리 몸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발을 소홀하게 관리하니 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직원들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물로 족욕을 시킨 후 바셀린 로션으로 발 마사지를 하고 있다"며 "족욕을 통해 직원들과 어르신들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자(32) 간호사와 김현희(40) 간호사는 "족욕은 몸 속에 쌓인 노폐물과 피지방이 땀 구멍을 통해 배출된다. 발을 청결하게 관리하다 보니 각질 제거와 무좀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며 "어르신들이 편안해 하시고 혈색이 좋아지니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직원들과 어르신들의 유대감 및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족욕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진행될 때도 있다.

점식 식사후 김 원장의 안내로 시설 안팎을 자세히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호박을 쌓아 놓은 곳에 발길을 멈추자 김 원장은 밥을 먹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죽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밖으로 나오자 닭들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유정란은 모두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반찬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샘골 보은의 집에서 풍요와 서비스 정신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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