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동안 10만번 생각하라

▲ 정도연 교무 / 원광대 대학교당

심안 뜨기 위해 연마하고 궁구

눈(眼)은 만물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형상 없는 우주의 현묘한 이치는 볼 수 없습니다. 사리연구는 인간생활에 크고 작은 모든 일의 옳고 그름과 우주 대 자연의 형형색색으로 벌여 있는 삼라만상의 크고 작은 현묘한 이치를 알 수 있는 진리의 눈(心眼)을 뜨기 위하여 연마하고 궁구하는 공부입니다.

일(事)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옳고 그름이나 이로움과 해로움이 생겨나는 것을 말하고, 이치(理)는 우주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기본질서입니다. 크게 보면 하나의 질서이지만 구별하여 보면 제 각기 모양과 형태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온갖 변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연구(硏究)란 일과 이치를 깊이 연마하고 깨우쳐 가는 것입니다. 드러난 현상이나 그늘진 마음에 묶이지 않고 본래의 마음에 비추어 참 지혜를 밝히고 근본원리를 깨달아가는 것입니다.

삶이 곧 사리연구 대상

어려운 선문답이나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와 같은 것만이 사리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삶 속에서 얻게 되는 작은 알음알이도, 미물 곤충의 움직임조차 사리연구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리연구는 실생활에서 밝게 분석하고, 빠르게 판단하여 바른 지혜를 얻어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대종사께서는 "사리 연구 공부를 오래오래 계속하면, 천만 사리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데 걸림 없이 아는 지혜의 힘이 생겨 결국 연구력을 얻을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그 일 그 일, 경전을 통해 전해 듣는 위대한 성인들의 가르침,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건전한 의견교환, 열린 눈으로 바라보고 까닭 있게 생각하며 접근하는 자세, 그 어떤 것도 사리연구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정산종사는 '그러한 지혜를 단련하고 그 본원을 궁구하라' 하시었고 대산종사는 '연구하고 궁구하면 알아지는 것이니 묻고 배워서 일과 이치 간에 알음알이를 얻도록 일생동안에 10만 번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진리에 눈을 떴을 때 비로소 이상과 현실을 투시할 수 있는 지혜가 열립니다.

실생활에서 내일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 뒤에 추워지겠다는 예보를 듣고는 미리 우산을 준비하고 두꺼운 옷을 입고 나서는 것도 사리연구 공부의 결과라 할 것입니다.

스스로 찾아낸 나의 해답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일과 이치 속에서 살아가며 일의 시비이해와 이치의 대소유무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합니다. 이는 개인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한 국가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 국가 간의 정치 경제 협력, 나아가 전 세계 인류 공통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무엇이 옳고 그르고 이롭고 해로운 것인지, 무엇이 본체이고 지엽인지와 그 변화하는 원리를 연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천만 사리를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걸림 없이 아는 지혜의 힘을 키우는 것이 사리연구 공부이며 개인과 인류가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해야 할 공부라 할 것입니다.

이 또한 사리연구의 재미입니다. 사리연구는 하면 할수록 쉽고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었을 때처럼 시원하고 상쾌한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찾아낸 나의 해답이기 때문입니다. 우주와 자연의 신비로운 이치와 사람살이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일의 근본원리를 연마하고 궁구하는 것이 바로 사리연구의 훈련이고, 매력인 것입니다.

지혜의 힘과 연구력 얻는 길

그럼 어떻게 사리연구를 잘 해서 연구력을 얻을까요?
일원상 서원문에는 '사리를 원만하게 아는 공부를 하라' 하셨고 일상수행의 요법에는 '마음에 어리석음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혜를 세우자'고 하셨습니다.

또 '동정 간에 연구력 얻는 빠른 길로서 인간 만사를 작용할 때 그 일 그 일에 알음알이를 얻도록 힘쓸 것이며 스승이나 동지 사이에 의견 교환하기를 힘쓸 것이요 의심되는 것이 있으면 순서를 따라 의심을 해결해 나가야 된다'고 밝혀주셨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일에 항상 의두와 혜두 단련으로 우주의 근본 원리와 자성의 본래면목을 찾고 보면 천만 사리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데 걸림없이 아는 지혜의 힘이 생겨서 결국 연구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대종사께서는 사물에 어두운 사람이 밝아지는 방법에 대해 수행품 24장에서 '일 당하기 전에 미리 연마하고, 일 당하여는 잘 취사하고, 일을 지낸 뒤에는 대조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 하였습니다. 사리연구의 범위는 그 한계가 무궁무진합니다. 따라서 깨달음의 경지도 천층 만층이기 때문에 지각이 좀 열렸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주견에 묶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이와 사를 병행하여 끊임없이 연마하고 궁구 해야 할 것입니다.

문(問) 사(思) 수(修)

스승님들은 사리연구를 '배우는 공부(問)'와 '생각하는 공부(思)'와 '실천하는 공부(修)'와 '감정 받는 공부(法可止)'를 실행하도록 강조하셨습니다.

현실세계는 적나라한 진리의 모습 그대로이므로 현실세계에서 전개되는 온갖 현상과 사건을 현실경전, 만물경전으로 삼아 지식을 넓혀야 합니다. 지식 넓히는 목적과 방법이 멀리 있지 않습니다. 책에서 뿐 아니라 실지의 일정과 경험에서 습득해야 산지식이 됩니다. 남의 지식을 수용해서 나의 지식으로 잘 활용하고 깊은 경지를 같이 연마하여 나의 지식을 넓혀서 보은하는 것이 사리연구의 활용입니다.

일원상의 진리를 따라 돌아가는 세상을 살다보면 수없이 많은 시비이해의 일로 복잡하게 얽힙니다. 우주자연의 이치는 물론이요 순간순간 몸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괴로움과 즐거움이 갈립니다.

실타래 같은 세상살이를 풀어내고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과 이치를 미리 연구하였다가 실생활에서 밝게 분석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대종사님의 사리연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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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경계 속에 천만사리가 있으니
끊임없이 연구하여 지혜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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