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말씀 틀림 없다
모든 곳 마음공부 도량

▲ 안세명 교무 / 원100성업회
태어나고 자란 곳이 대전인지라 어려서부터 신도안 뜰 마당에서 놀던 추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훈련을 날 때마다 어찌나 그 밥이 맛있고, 프로그램이 재미있던지, 신도안은 언제나 내 마음 깊은 곳 발심의 원천으로 자리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벌곡 삼동원에 가게 됐다.
그러나 그곳은 맘껏 뛰놀고 훈련 받았던 예전 신도안의 모습이 아니라 황량함 그 자체였다.

'이런 곳에 대산종사께서 계시다니…' 어린 마음에도 죄송하고 송구하기만 했다. 마침 저 멀리 눈길을 헤치고 걸어오시는 대산종사께 큰 절로 인사를 드리니, 여지없이 "누구냐?"하고 물어보셨다. 답을 들으시고 물끄러미 보신 뒤 묵연히 뒤로 돌아 서시는데, 갑자기 '저 분을 평생 모시고 뒤를 따라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홀연히 일어났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아버지께 "저 출가 해야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리니 매우 놀라시었다.

아버지께서 "자녀 중 한명은 출가를 꼭 시키고 싶다"고 대산종사께 말씀드렸더니 큰 아들인 나를 지목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몹시 철이 없었던 나를 생각하니 아버지께서는 그 말씀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으셨는데 막상 출가를 한다고 하니 "성인의 말씀은 틀림이 없다"시며 그 뒤로 신심이 더욱 고취되셨다. 비록 홀로 출가했지만 누나 정후는 북경교당에서, 동생 세진은 한의사로 둔산교당에서 교단사업에 정성을 다하니 모두가 출가한 셈이 된다.

벌곡의 그 겨울 세찬 눈밭에서 뵈었던 대산종사님의 뒷 모습은 언제나 나의 코끝을 시큰하게 하고, 힘들 때마다 내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존재의 이유가 됐다.

얼마 전 국제마음훈련원 부지관계로 수도원에 보고를 드리게 됐다. 스승님께서 그간의 노고를 격려해주시며 참으로 따뜻하게 위로해 주셨다. 위로를 받으니 너무나 행복하고 마음에 깊은 평화를 얻게 됐다. 한참 보고를 들으신 뒤 대산종사님 법문을 전해주셨다.

스승님께서는 "대종사님께서 왜 하필 이곳 익산에 총부를 건설하셨을까?", 그리고 "미륵산하에 팔만구암자가 생긴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뜻이 무엇인지 궁금하시어 대산종사께 여쭙게 되었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미륵산하에 팔만구암자가 생긴다 하신 것은 미륵산 자락에 실제로 팔만구암자가 들어선다는 말이 아니다. 바로 여기 있는 우리들 각자 각자가 머물고 있는 집들이 곧 마음공부하는 도량이 된다는 뜻이다. 여러분 출가 재가들이 생활하는 모든 곳이 바로 암자가 되고 법당이 되는 것이니 이것을 팔만구암자라 말씀하신 것이다."

그동안 미륵산 아래 어떠한 유형의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고정된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대산종사께서는 그러한 작은 생각을 놓게 하시고, 교법이 우리 삶 속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세상을 뜻하는 것임을 밝혀주셨다. 바로 이곳 익산이 그러한 성소인 것이다.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오직 총부만이 성지가 아니라 익산 전역이 그리고 나아가서 전 국토가 팔만구암자가 되는 세상이 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모셔진 대산종사님, 대산종사님을 통해 대종사님과 정산종사님, 그리고 역대 주법을 온전히 모실 수 있음을 큰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큰 복이며, 출가정신의 뿌리임을 다시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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