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결심 지키다 보면 실행력 커져

▲ 장오성 교무 / 경기인천교구 송도교당
어떤 사람이 스승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제가 요즘 괴로워서 죽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묵묵히 듣고 있던 스승이 갑자기 옆에 있던 커다란 나무를 껴안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이고, 이놈의 나무가 나한테 붙어서 떨어지질 않네. 제발 나를 좀 놓아다오."
제자가 놀라서 스승을 나무에서 떼어내려고 하자 더 세게 나무를 끌어 안았습니다. 그러자 제자가 말했습니다.

"스승님이 나무를 끌어안고 안 놓으시잖아요. 팔을 풀어서 놓으시면 될텐데요."
그러자 스승이 팔을 풀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 나무가 너를 붙들고 안 놓아줘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네가 나무를 붙잡고 못 놓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네 마음에서 그것을 붙잡고 곱씹으면서 못 놓고 있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이란다. 놓아버려라. 그러면 자유로와진다."

놓으면 되는데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우리는 왜 놓지 못하고 지난 것들을 되뇌이면서 괴로움에 빠져드는 것일까요. 놓을 힘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기 마음 하나 어찌하지 못하면서 아는 소리 백 번 해봐야 허망한 일일 뿐입니다.

실제로 나무를 놓아버릴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수양력, 연구력은 다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든 내 마음과 행동이 변화되고 고통 없는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실행력 즉, 취사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내가 진급하여 마음의 자유를 얻는 것이 마음공부의 목적입니다. 이것이 작업취사 공부입니다.

작업이란 통상적으로 쓰는 일, '노동'의 의미가 아닙니다. 사람의 움직임,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것이 작업입니다. 취사란 하거나, 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옳은 일과 하고자 마음 먹은 것은 취(取)하고, 옳지 않은 일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하지 않는 사(捨)하는 것입니다. 작업취사란 몸과 마음을 쓸 때마다 해야 할 것은 죽기로써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죽기로써 하지 않는 공부입니다.

작업취사의 힘, 즉 실천력이 생기려면 해봐야 합니다. 해보지도 않고 별 것 없다고 우습게 보지 말고, 마음을 챙겨 실행으로 옮기는 연습을 수 없이 해야 합니다.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이유는 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은 쉽게 포기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은 참는 노력을 할 때 실행력이 생깁니다. 그래야 나무를 안고 있는 팔을 내가 놓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이런저런 자기와의 약속을 관례처럼 정하곤 합니다. 우리 공부인은 유무념을 통해 하기로 한 조목, 안 하기로 한 조목을 적어놓고 실행하리라 굳게 마음을 먹습니다. 그런데 대개 작심삼일이 되기 일쑵니다. 적당히 하니까 그렇습니다. 무엇이나 적당히 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의 업력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다음 생에도 그런 식으로 반복하는 삶을 살 것이 뻔합니다. 수없는 생을 통해 길들여온 습관을, 자동적으로 하던 것들을 끊어내는 일은 매우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적당히 해서는 결코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력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거슬러 돌리려면 '죽기로써' 해야 한다고 대종사님께서 단호한 표현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인가를 할 때에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넘겨야 업장이 녹고 그 자리에 자유가 들어섭니다. 적어도 같은 일을 백일 이상 꾸준히 실천해야 뼛속까지 새겨져서 힘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때가 옵니다.

몇 번 해보고 '난 역시 안 되나보다' 하고 포기하는 마음, 욕속심을 놓아야 합니다. 자전거를 배울 때 수없이 넘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균형 잡아 능숙하게 잘 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두 번 넘어지고 나서는 바로 포기해 버립니다. 자꾸 하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잘 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믿고 계속 반복하면서 잘 타게 될 때까지 하겠다는 원력이 있어야 합니다. 수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깊은 원력이 있습니다. 남들은 다 열 번 만에 되더라도 나는 한두 번 만에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과대망상이고 잘난 척이고 욕속심입니다. 이것이 고통의 원인입니다.

무엇이나 반복하면 힘이 생깁니다. 습관은 자양분을 먹고 성장합니다. 안 해야 할 것을 반복해서 자꾸 생각하고, 반복해서 행하고, 그냥 내버려두게 되면 커다란 힘이 형성되어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릅니다. 그것을 중독이라고 부릅니다. 마음은 원하지 않는데 몸은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멈추려면 우선 그것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끊는 연습을 죽기로써 해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한 번 끊고. 두 번 끊고 하다 보면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끊는 힘(실행력)이 생기게 됩니다.

강변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줄줄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변공원에서 낚시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그 후론 강태공들이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보니 갈대밭에 가려져있는 불편한 장소에 죄인처럼 숨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참 불쌍해 보였습니다.

우리도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독 요소들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애니팡' 같은 스마트폰 게임, 음식, 술, 담배 등등 이런 사소한 습관 하나가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 고쳐야 할 조목과 실행할 조목들을 큰 결심으로 지키다 보면 실행력이 커나게 됩니다. 하나를 성공하면 다른 것들은 훨씬 쉬워집니다. 일기, 주의, 조행 등이 실행력을 길러주는 훈련과목입니다.

육근이 원만구족 지공무사하게 되는 것, 심신에 변화가 일어나서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자유인이 되는 것이 작업취사 공부의 목적입니다. 행복하고 싶다면, 고통 없이 살고 싶다면, 잘 되는 남들이 부럽다면, 진급하려면 작업취사 공부가 정답입니다.

스스로 고쳐야 할 조목과
실행할 조목들을 큰 결심으로
지키다 보면 실행력이
커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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