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리더 뇌에선 무슨 일 벌어지나?

▲ 정재승 교수.

익산희망연대는 '제9회 공동체 시민아카데미'를 개최해 시민들의 교육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시민들 스스로 삶과 사회를 성찰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11월17일 익산시 모현도서관에서 진행된 희망연대 시민아카데미 마지막 특강에는 대중적인 과학 글쓰기를 통해 과학 전도사로 인정받고 있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초청됐다. 정 교수는 '창의적인 리더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라는 주제로 뇌 과학이 세상을 만난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로 시작해보겠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도로가 있다. 왼쪽에는 태평양, 오른쪽에는 로키산맥이 있어 여행코스로도 아주 좋은 도로이다. 어느날 그 도로에 광고판이 여러 개가 세워졌다. 회사 이름, 제품 이름, 브랜드 로고도 상업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단 한 문장만 써 있었다. '오일러 수(자연상수 e를 말하며 무리수 중의 하나이다. 이 수의 값은 대략 e=2.71828 18284…이다.)에서 제일 처음 등장하는 열자리 소수.com (First 10-digit prime found in consecutive digits of e.com)'이라는 내용이었다. 출퇴근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면서 무심하게 지나갔을 것이다. 그중 몇몇 사람들은 학교나 직장에 가는 길에 이것을 보고 궁금해서 인터넷을 이용해 찾아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이 답을 찾을 수 없다. 이쯤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답을 구하려는 생각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일부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고 문제풀이에 도전했을 것이다. 이 문제의 답은 7427466391이다. 인터넷에 7427466391.com을 입력하면 새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다시 문제를 풀면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구글로 이력서를 보내라는 화면을 보게 된다. 바로 2004년에 구글이 사람을 채용했던 방식 중 하나이다.

이 채용방법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채용과정에 적절하게 녹여낸 예이다. 외부의 보상 때문이 아니라 자기 내부의 호기심과 즐거움, 이와 같은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을 뽑고자 했던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마시멜로 첼린지(Marshmallow Challenge)이다. 과학자들한테는 정말 유명한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다음과 같다. 동그란 테이블에 4명의 사람들이 둘러앉는다. 그들에게는 20개의 스파게티 면, 접착 테이프, 실, 마시멜로가 주어진다. 이것을 갖고 18분 안에 4명이 한팀이 되어 20개의 스파게티 면 막대기로 최대한 탑을 높이 쌓고 마지막에 마시멜로를 올려놓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다양한 직업군 사람들에게 실험을 해 본 결과 그 직업군의 사람들이 내는 결과물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났다. 18분을 보내는 방식도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비지니스 스쿨 학생, MBA학생, 신입 직장인, 이런 군들의 탑의 높이가 유치원생들의 탑의 높이에 현저히 못 미친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그들이 18분동안 어떻게 보내는지를 살펴봤더니 직장인들은 먼저 명함을 돌리면서 자기소개를 하고 계획을 세운다. 계획이 서면 남은 시간동안 탑쌓기를 시도하다 실패하면 다시 머리 맞대고 차선책을 논의하다가 결국 시원찮은 결과를 낸다.

반면, 유치원생들은 일단 쌓고 본다. 잠시 시행착오를 겪다가 대충 낮은 탑 쌓기에 성공한다. 일단 성공한 방식에 변형을 가하여 조금씩 더 높은 탑 쌓기에 도전한다. 이것이 유치원생들의 전략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는 법부터 배운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많은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에는 우리가 세울 수 있는 계획은 제한 돼 있다. 계획은 끊임없이 수정할 때 의미가 있다. 끊임없이 수정하면서 상황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학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해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계획을 자꾸 수정하면서 현실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마시멜로 첼린지 게임에 상금을 걸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대부분 성공하는 팀이 사라진다. 이런 현상을 터널비젼 현상이라고 한다. 주변에 있는 것들은 안 보이고, 오로지 높이 쌓는 것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한테 주는 메시지는 우리는 지나치게 인센티브(incentive)의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센티브를 걸면 결과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그러나 40여 년간 과학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과연 인센티브가 혁신과 창조에 도움이 되는가를 살펴봤는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예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지 집중하고 성실하기만 하면 되는 경우에는 인센티브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조직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를 원한다면 인센티브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이 된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자발적으로 몰입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왜 우리는 연봉제를 실시하고, 등급을 나누고, 상위 20% 사람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이러한 제도가 지금까지도 만연하고 있는 것일까? 이 강의를 들으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그래도 인센티브는 있어야지, 연봉제는 있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걸까?

우리 뇌에는 인슐라라는 것이 있다. 인슐라가 하는 일은 내가 지금 세상에서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매 순간 모니터링 하는 곳이다. 어릴 때는 우리 부모가 나와 내 형제들을 똑같이 대하고 있는가를 모니터링 한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나와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하는지를 모니터링 한다. 이 뇌가 발달한 사람은 사회적 불의를 보면 참지를 못한다. 사회적 약자의 불이익에 공감하고,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 같이 항거한다. 이것은 긍정적인 효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직에서는 이런면도 있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저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월급은 똑같이 받는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봉제나, 인센티브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생각이 혁신에 발목을 잡는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누구나 열심히 일만 한다하고, 책만 열심히 들여다 본다고 공부잘 하는 것이 아니다. 빈둥빈둥 노는 시간도 필요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시장에 나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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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평상시에
연결되지 않던 뇌 부위가 연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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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일주일에 하루를 당신이 생각하기에 구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날이 있다. 구글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일하는 4일 동안 나온 것이 아니라 이 구글데이때 나온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하게 되면 결과물도 좋고, 몰입도도 좋다.

우리는 인센티브에 대한 과도한 신화를 버릴 필요가 있다. 창의적인 사람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를 연구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죽은 후 10년간 아이슈타인의 뇌에 대한 연구를 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일반인 뇌와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차이점이라면 뇌 세포를 지지해 주면서 영양을 공급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다는 정도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죽은 사람의 뇌 구조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뇌의 기능을 보는 것으로 연구 방향을 전환했다.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평상시에는 연결되지 않던 뇌 부위가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순간 멀리 떨어져 있는 부위가 연결됐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왜 대마초 같은 것에 탐닉하느냐 하면 이것이 평소에 연결되지 않던 부분을 연결시켜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우리는 논리에 의해서 상식에 의해서 과감하게 비약할 수 없었던 생각들이 확 연결이 되는 일들이 벌어져 그것이 예술적 영감을 준다. 이로인해 마약 등을 탐닉하게 되는 것이다.

창의성이란 단지 사물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있는 것들의 새로운 조합, 배치, 관계 설정이다. 창의성이란 아주 특별한 인간이 갖는 우월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인 것이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지적인 교류를 해야 한다. 평소에 듣지 못하던 이야기를 자꾸 듣다보면 그곳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내 삶에 녹여내면 사람들이 그걸 보고 '창의적이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창의성이란 어떻게 하면 내 머릿속에, 우리 아이들 머릿속에 남과 다른 경험과 정보, 생각하는 방식을 집어넣을까를 고민하는데서 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반대이다. 다 똑같은 교과과목으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매우 좁게 한다. 그것을 더 빨리 효율적으로 지식을 채워넣는 것이 주안점이 된다. 그래서 점점 뇌 속에 비슷한 것들을 채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우리는 답이 없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지도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지도 기호를 열심히 가르쳐주고 지식을 가르쳐주고 이런 연습을 끊임없이 시킨다. 그런데 그걸 마치고 나서 세상에 나가면 젊은이들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아무도 세상의 지도를 건네주지 않는다.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면서 어떤 사람과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지를 알려면 이 세상에 대한 지도를 그려야 한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가,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 나는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것인가 하는 나만의 지도를 그려야 한다. 이 경쟁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젊은이들이 스스로 지도를 그럴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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