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먹장구름이 온통 뒤덮고
작은 구름 틈새로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옵니다.
검푸른 바다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거세게 출렁입니다.
몰아치는 바람을 따라 허공을 나는 외로운 새는,
우리에게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말라고 합니다.
끝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는,
물같이 와서 바람 따라 가는 것이라며
모래 위에 남겨놓은 물새들의 발자국을 깨끗하게 지웠습니다.
하늘과 구름과 바다와 파도와 바람을 붙잡아 길들일 수 없듯이,
우리는 변화무쌍한 삶의 조건들을 붙잡아 길들일 수 없습니다.
나의 일과 가정, 남편과 아내를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자식마저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낄 수는 있지만,
그들을 지배하려고 한다면 고통만 붙잡게 될 것입니다.

보조국사 지눌은 탄식합니다.
"중생들의 뜨거운 번뇌가
마치 불타는 집과 같거늘
거기에 참고 견디며 오래 머물러
긴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인가!"

고통의 진상을 온전히 깨닫는 것이,
고통의 문을 통해 자유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바다는 파도가 일렁이고,
하늘에서는 한 줄기 빛살이 내리는,
저 허공을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가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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