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공부심 놓지 않고 살려 합니다"
남편 8년 암투병 수발, 입교 후 신앙 일관
교당 손발이 되고, 지역사회 보듬어

마음공부의 실력은 어디에서 판가름 나는 것일까. 그것은 옛 성현들이 말했듯이 간격없는 정성심과 쉼없는 정진심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갈린다. 입교 후 꾸준한 정성심으로 신앙하고 있다는 교도를 찾아 수원으로 향했다. 교당 신앙인을 만나러 가는 날은 어느 때보다 설렘이 있다. 그것은 연꽃을 만나러 가는 바람처럼 생동감을 준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수원교당에는 김덕수 교무와 함께 최중인(61) 교도가 법당에서 반갑게 맞이해 줬다. 차향 가득한 법당은 신앙인의 첫인상을 향기롭게 했다.

"남편이 1998년에 은퇴하고 위암과 설(舌)암으로 투병생활을 했습니다. 암이 발병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요. 내 마음이 어디까지 내려가는지를 하늘이 시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큰 수술이 끝난 후 집에 왔을 때 건강이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고 기운이 자꾸 가라앉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등산이었습니다."

그는 첫 만남에서 남편(김정원 교도)의 투병생활을 먼저 꺼냈다. 그만큼 그의 인생에서 남편은 동반자이자 도반으로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형부 49재를 수원교당에서 지냈는데 그때 원불교를 처음 접하고 의식이랑 참 좋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면서 남편 암 투병이 시작되면서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것 같아 6년 전 수원교당에 입교 한 후 바로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언니를 대신해 교당이 운영하는 '새터'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교당 교도들과의 안면을 터왔지요."

그가 원불교를 만나게 된 것은 언니의 영향이 깊은 듯 했다. 투병 중인 남편과 함께 교당에 나오면서 심신의 변화가 감지됐다. 등산을 할 때도 영주와 청정주, 일원상서원문을 독송하며 신앙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남편의 불같은 성격도 교당을 다니면서 유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법회 참석과 화요 교리공부방을 통해 차츰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큰 수술을 2번 한 남편이 술을 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 그 벌로 108배를 일주일 하도록 권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일주일로 끝날 줄 알았던 108배를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건강은 물론 아팠던 무릎까지 좋아졌고, 잦은 다툼마저 사라졌다는 것이 그의 신앙체험이다. 대종사를 만난 것이 늘 감사하고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남편과 함께 법문사경을 생활화하고 있다. 필기로 노트에 법문사경을 시작한 것은 입교한 후부터다. 지금까지 꾸준히 그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화요일 교리공부방은 일요법회 때 배우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채워줍니다. 입교 후 교리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당 교리공부방을 다니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단어나 문장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빠짐없이 공부방에 참석하면서 단어와 언어들이 익숙해지고 그 뜻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그는 법문사경과 함께 화요일 교리공부방을 다니면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김 교무가 한 마디 거든다. "토요일 아침기도에 참석해 교도들과 교당청소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직장인 교도들이 많다보니 교당의 일손은 늘 부족하지요. 그런데 교당에서 일손이 필요하다고 전화를 하면 아무 상없이 교당 일에 협력하는 교도입니다." 그의 성품은 김 교무의 말에서 읽을 수 있었다. 교당 일을 내 일처럼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의 정신이 배어있는 듯 했다.

"새터는 매일 3~4명의 교도들이 협력해 노숙자들에게 점심을 제공합니다. 하루 80여 명의 노숙자들이 점심을 먹는 규모지만 이를 위해 오전10시부터 오후1시30분까지 봉사하게 되지요. 봉사는 즐겁게 합니다. 그리고 건강할 때 몸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터에 처음 나갈 때는 마음이 굉장히 아팠습니다. 너무 어려운 환경에 살아가는 모습에 짠한 마음이었습니다. 낯설었던 봉사활동이 익숙해지면서는 그런 마음은 사라졌지만 잘 나오던 할아버지가 소식이 없을 때는 그 분을 위해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새터'는 수원교당이 수원시로부터 수탁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다. 그의 봉사활동은 교당에 나오기 전부터 시작했다.

"삼동원에서 받은 정기훈련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습니다. 그동안 남편 투병생활을 돕느라 고생했는데 이런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이 미웠습니다. 훈련을 나면서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투병하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두려웠을까를 남편 입장에서 생각하니 그 심정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죠. 그 순간 남편의 마음과 연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훈련을 통해 치유의 파동샤워가 그의 심신을 관통한 것이다. 남편의 긴 투병생활(8년)을 수발하면서 응어리졌던 마음이 신앙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신앙은 경계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것을 그의 삶이 증명해 주고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