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병 치료하는 절대감사의 위력

얼마 전 '응답하라 1997'이란 드라마가 성황리에 종영됐다. 이 드라마는 90년대 잊혀졌던 시대의 우상과 소품을 대거 등장시켜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본지는 이러한 기분 좋은 추억처럼 2013년이 우리의 뜻대로 '응답'하길 바라며 올해의 사회문제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앞으로 1주는 '분노의 한국사회', 2주는 '절망과 희망사이', 3주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4주는 '힐링, 교단적 치료법'이 진단과 대책으로 제시됐다.
▲ 일원상 앞에서 참회의 기도를 올리는 모습.
▲ 선객들이 묵언정진으로 스스로 내면을 돌아보고 있다.
세상은 웰빙을 넘어선 힐링(healing)이 새로운 비즈니스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힐링은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요즘 힐링이란 말이 대세를 이루면서 치료와는 다른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치료는 의사가 행하는 외부적인 처방을 말한다면 치유는 자연의 과정이며 누구에게나 내재된 천부적인 마음의 힘을 꺼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치유는 치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언제나, 반드시 그 사람의 내부에서 시작된다. 증상(커다란 질병에서부터 심리적 우울증, 관계갈등에 이르기까지)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살피고자 하며 삶의 감추어진 부분에서 찾으려고 한다.

원불교의 문을 연 소태산대종사는 이런 세상의 힐링을 예견하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를 내놓았다. 정산종사도 '마음공부 잘하여서 새 세상의 주인되자'라고 강조했다. 정신개벽이나 마음공부는 지금 세상에서 선호하는 마음치유를 담고 있다.

원불교의 힐링, 마음공부는 각 훈련원에서 실시하는 정기훈련을 꼽을 수 있다. 만덕산훈련원의 동·하선은 일원상진리를 바탕으로 자신이 곧 부처임을 확인시키고 있으며, 삼동원도 무시선과 불공법으로 마음의 자유와 행복을 이끌고 있다. 특히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정전 마음 대조공부는 마음일기를 통해 경계를 알아차리게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성주 삼동연수원과 권도갑 교무가 이끄는 행복가족캠프 역시 꾸준하게 마음공부를 이끌고 있다.

힐링은 나와의 소통이 먼저

원불교 대학법당에서 대학생들에게 법향기를 전하는 한 관계자는 "마음공부는 가장 나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어떻게 변화하는 나 이기보다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는 것이다. 마음을 보면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하고 마음을 치유하려면 가장 먼저 근본적인 나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학생들은 공부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인간관계, 가정과 건강문제 등을 상담해 온다. 그는 마음공부의 해법으로 '참회와 용서'를 들었다. 먼저 내 스스로의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안의 독(업)이 풀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치유해 줄 수 없다. 명상은 자기 모습대로 살게 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가 훌륭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생들은 〈대종경〉 읽기를 통해 법문 속에서 답을 찾게 한다. 법문을 통해 문제와 답을 같이 찾아가며 토론으로 이끈다. 원불교가 낯선 그들에게 〈교전〉과의 만남은 정신을 환기시키고 한마음을 챙기게 하는 치유의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훈훈한 법문 말씀이 순화시키고 내포를 형성하게 해준다. 그렇게 만나서 웃고 떠들고 먹는 가운데 힐링이 된다.

그는 우리가 감사하지 못하는 것은 두가지 때문이다고 언급하며 "과거에 대한 기억과 욕구에 대한 결핍 때문이다. 지금 현재 그대로를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절대감사다. 은혜를 알고 절대감사를 느끼게 되면 자기문제가 해결된다. 받아들이는 내공이 달라지고 심력이 생긴다"며 "왜곡된 기억, 결핍된 욕구을 채워주는 것은 절대감사다. 기억이나 욕구의 문제는 선이나 명상, 염불을 통해 나의 룰과 원칙을 내려놓게 된다"고 전했다.

육근작용속에 온전한 관계 회복

서울에서 길룡선방을 운영하는 박대성 교무는 원불교의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일반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선방의 지평을 열었다.

그는 원불교의 마음공부에 대해 "원불교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하나로 보는 관점이 우세하다. 몸과 마음의 관계 뿐 아니라 천지·부모·동포·법률의 관계 속에서 은혜를 발견하고 참 나를 회복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삼학 수행을 통해 온전하고 두렷함, 대소유무, 시비이해, 육근 작용과의 온전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원불교 마음공부를 통해 치유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 유행하는 일시적인 기체험이나 절정체험인 방편적인 힐링 테크닉이 아니라, 관계에서 오는 마음병을 고쳐주는 것이 치유의 목적이다"고 말했다.

선방을 찾는 사람들은 관계의 회복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와 가족의 관계, 조직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에서 불협화음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외면하는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마음이 훈련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자신을 무겁게 억압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애써 억누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우선이다"며 그런 뒤에야 "자신의 영적인 성숙의 속도가 말 그대로 사반공배가 된다"고 강조했다. 선방 프로그램으로 우선 몸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완전히 풀어주는 도인법을 실시한다. 몸이 열려야 마음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가 개발한 치유프로그램으로 식스스캔(six scan ; 일원상법어에 근거해서 육근을 스캔하게 하는 것)은 반응이 좋다. 특히 선을 마친 뒤에는 선객들과 문답감정을 집중적으로 한다.

선방에 다니는 생태작가 최원형 씨는 "나는 어느 순간 온전히 멈추어 보았던가. 생각이란 것은 끝없이 일어나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우연한 기회에 '알아차림'이란 낱말이 내 귀에 들렸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한달간 가졌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보는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탁한 흙탕물도 가만히 내버려두면 가라앉을 건 가라앉고 결국 맑은 물이 떠오른다는 감상을 소회했다.

이태은 교도도 "경계지어진 틀과 종교적 강요가 싫어 일찍이 종교인이 되지 못한 내게 원불교는 종교라기 보다 영성으로 먼저 다가왔다.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기에 몸으로서 마음을 풀어가는 것이 나를 버티고 지키는 최선의 수행이었다"고 말했다.

자성을 자각시키는 마음공부 절실

한편 행복가족캠프를 이끄는 권도갑 교무는 마음공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그는 "자칫 원불교에서 하는 마음공부 일기가 내면을 참답게 깨워내지 못하고 경계에서 일렁이게 하는 현상을 대조해서 가라앉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원불교 마음공부는 내면의 스파크를 유도하고 자성(自性)을 세워주고 자각시켜 주는 작업이 부족하다"고 내비쳤다.

그는 "마음공부는 먼저 마음과 의식이 깨어나야 한다. 정신수양은 분별주착이 없는 나의 틀을 내려놓는 것이다. 내 삶에서 오는 욕심, 화남, 두려움 등을 알아차릴 때 내려놓음이 가능하다. 그 내려놓음 속에서 자성이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만법명일심(通萬法明一心)'을 강조하며 천만경계를 거울삼아서 나의 마음을 잘 밝히라는 대종사의 정신개벽 소식을 알아채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음공부는 세상과 인연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이를 거울 삼아 오직 나의 한 마음을 밝히라는 가르침을 일깨웠다.

원불교의 마음치유는 세상과 인연들을 그대로 두고 살아있는 현실의 산 경전을 보는 것이다. 육근을 통해서 만나는 경계의 실상이 그대로가 처처불상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결국 어리석음이 없는 깨어있음으로 볼때 경계는 그대로 은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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