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란 무엇인가? 기온이 빙점 아래로 떨어져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면이나 주변 물체에 부착된 얼음 결정을 말한다.

서리는 날씨가 맑고 바람이 약하며 최저기온이 3℃ 이하로 내려가고, 지표면의 최저온도가 0℃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에 나타난다.

서리에는 결정형과 비결정형의 두 종류가 있다. 지면이나 지물이 복사로 인하여 냉각되고 이것과 접촉하는 수증기가 약 -10도 이하로 냉각되어 승화한 후, 즉시 찬 물체 표면에 붙은 것이 결정형 서리이다. 그리고 공기의 온도가 영하로 하강하면 맺혔던 이슬이 얼게 되며 그 위에 부분적으로 수증기가 승화되어 달라붙게 된다. 이것이 비결정형 서리이다.

서리의 피해가 적지 않다. 피해 예방법으로는 지상 부근의 기층의 복사냉각을 피하면 된다. 쉽게 말해서 찬 공기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농작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복사열이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이나 가마니로 덮어주고, 연기를 피우는 방법 등이 있다. 늦가을이나 겨울철에 소형 난로를 설치하거나 불을 피워 두는 방법을 잊어서는 안 된다.

88야(夜)의 이별서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입춘으로부터 88일째, 즉 5월 2∼3일에 내리는 서리이며, 이는 그해 봄 마지막이 된다는 뜻인데 실제 이보다 늦은 경우도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적지 않다. 늦서리의 피해는 고냉지나 분지에서 특히 심하다.

가을 고구마 밭에 서리가 내리면 잎사귀가 시들어지며, 가로수에 있던 은행잎 등은 급속히 낙엽으로 변하게 된다.

이따금 전하는 말로 추상(秋霜)같이 일을 처리한다는 말이 있다. 가을 서리처럼 분명히 처리한다는 뜻이다. 원근친소의 사적인 감정을 벗어나서 공사를 분명히 한다는 뜻에서 '추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서리는 또한 여자의 한(恨)으로 비유되어 여자가 한을 품으면 5, 6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주역〉 곤괘의 초육(初六)에 "서리를 밟는다. 단단한 얼음이 오는 것을 안다"고 하여 군자가 기틀을 알고 예언한다는 뜻이다. 춘하추동의 변화를 알아서 미리 대비하라는 의미도 포함될 것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대산종사도 말한다. "물이 변하여 비, 눈, 서리, 얼음, 안개, 이슬 등 천변만화의 무궁한 조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긴 구도의 고행을 통해서 깨달음이라는 환골탈태의 묘용으로 변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사실 소태산의 긴 구도 고행은 서리의 냉해를 피해 생명의 싹을 키운 꽃과 비교될 수 있다. 〈법의대전〉에 다음의 시가 있다. '풍우상설과거후 일시화발만세춘'이 그것이다. 비바람과 서리를 극복한 후에 봄꽃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서리를 극복한 꽃은 구도자의 고행 후 대각에 비유될 수 있다. 역경이라는 경계를 당해서 마음공부가 소중함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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