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우리에게 두 가지의 느낌을 가져다 준다. 봄날의 동남풍과 겨울의 북서풍이 그것으로, 모두가 기후와 직결된 바람이라는 뜻이다. 바람이 생기는 이유는 온도차에 따른 기압현상 때문이다. 상이한 기압으로 공기가 이동하면서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밤과 낮의 바람 방향이 다른 이유는 육지와 바다의 온도차이 때문이다. 낮에는 육지가 바다보다 빨리 뜨거워지므로 육지의 공기가 상승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바다보다 저기압이 된다.

그래서 낮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불며, 밤에는 육지가 더 빨리 식기 때문에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다. 강가에서 바람이 많이 부는 이유는 육지와 물이 가열되고 식는 시간차가 크기 때문이다.

바람이 부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외부적 자극으로 서로 다른 공기끼리 밀어내면서 공기가 밀리는 현상이 그것이다. 지하철의 바람은 열차가 터널 안에 있는 공기를 밀치면서 주행하므로 이때 밀린 공기가 옆쪽으로 퍼지면서 바람이 분다. 터널이 좁을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공기가 밀려오면서 바람이 강해지는 이유가 된다.

동양에서 바람은 생명체의 활동과 연계되곤 한다. 〈주역〉 설괘전 3장을 보면 삼라만상을 '바람이 흩뜨린다(風以散之)'며 변화의 실체로 규정했다.

〈회남자〉에서도 바람은 음양을 조화시키고 계절을 변화시킨다며 이것을 생명의 신명(神明)이라 했다.

이러한 신명 현상으로서 미풍이 생명체를 살린다면 태풍이 생명체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인도 리그베다에서 바람의 신 '바유(Vayu)'는 공중을 장악하는 실체라 했으니, 미풍의 동남풍과 태풍의 서북풍이 만물 숙살(肅殺)에 큰 영향을 준다. 바람이 동서남북 사방으로 불어대면서 살활(殺活) 자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교중의 초가지붕을 이면서 한 제자가 나래만 두르고 새끼는 두르지 아니하자 소태산은 말했다. "밤사이라도 혹 바람이 불면 그 이어 놓은 것이 허사가 아닌가"(〈대종경〉 실시품 30장). 이에 그 제자는 바람이 심하지 않다고 하며 그대로 두었으나 그날 밤 거센 바람이 일어나 지붕이 걷혀 버렸다. 미리 미리 준비하도록 경계한 뜻을 제자가 놓친 탓이다.

또한 소태산은 동남풍과 서북풍을 예로 들며 전자를 도덕의 바람, 후자를 정치의 바람이라 하였다. 북풍은 상벌을 주재하는 법률가에서 담당하고 동남풍은 교화를 주재하는 도가에서 담당하므로 상생의 동남풍을 불리도록 했다.

소태산은 바람이 불어오는 원인을 문목에 등장시켜, 아무쪼록 맑고 훈훈한 상생의 바람을 불리는 성자의 심법을 지니라 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도덕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생명체를 살리는 동남풍의 주역이 되도록 넉넉한 심성을 간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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