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그 자체는 정성입니다"
암수술 통해 진정한 감사심 알게 돼
은혜 베푸는 나눔 생활 다짐

분당교당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복 두루마기를 곱게 차려 입고 있었다.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표정에서 한복을 즐겨 입는다는 것을 알수 있다. 최유현(54) 교도에게는 자연스럽게 몸에 밴 습관이다. 이런 그는 기도생활 또한 몸에 배어 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교당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성입니다. 한 번 빠지게 되면 두 번 빠지는 것은 쉽습니다. 일을 하다 새벽 3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집에 나설 때도 있습니다. 꾸준함 속에서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남편도 주말 새벽기도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새벽기도는 하나의 생활이지만 기도생활의 참 의미를 알게 된 것은 2004년 유방암을 수술하고 치료하면서 부터다. 이 과정에서 홍제교당 교도들의 기도는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그의 완쾌를 위해 새벽기도에 나가는 교도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는 항암치료를 끝내고 가족과 함께 베트남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남편(56·법명 전정오)의 뜻에 따른 것이다.

"항암치료를 통해 굉장히 큰 은혜를 깨달았어요. 이 일을 겪으면서 교도님들에게 이만한 사랑을 받을 정도로 잘살았는가 살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3년3개월 동안 베트남으로 가게 된 것도 사은님께서 미리 짜 놓은 각본대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호념해 주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온갖 채소와 과일은 물론 따뜻한 햇빛은 요양을 하는데 최적의 조건이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심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이 일을 겪고나서부터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렸음을 알게 됐다. 두렵거나 조심하거나 걱정할 것이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로인해 더 많이 은혜를 베풀고 나누는 생활을 할 것을 다짐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으면 최선을 다했다. 그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제는 생활자체가 감사입니다. 감사를 보은의 형식으로 갚아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딸들에게도 세상에 태어났으면 남을 위해,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잘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강조해요. 딸들에게 소록도를 비롯 아이티 봉사활동 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 것이 잘 한 일인 것 같아요. 어려운 곳에 가게 되면 고마움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감사심에 바탕한 기도생활 역시 그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분당교당에서도 기도를 통해 자신의 신앙생활을 점검하기도 한다. 신앙생활을 할때와 하지 않을때는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도를 할 때 무엇을 바라지 않는 이유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면서 부터다.

"세상을 살면서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인생 굴곡조차도 힘들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때에 따라 불만스러운 것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순리대로 이뤄지는 것 같아요. 이로 인해 무엇을 해달라고 기도를 하지 않아요. 사은님께 염치가 없잖아요."

종손 며느리인 그의 기도생활은 시댁 어르신들의 생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았다. 103세로 열반한 시댁 어르신인 동타원 권동화 종사와 시부모의 생활 그자체가 교법이었음을 알았다. 행동 하나 하나에도 교법대로 실천하는 것을 보면서 기도생활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

"동타원 종사님은 새벽 3시정도 일어나셔서 선과 기도를 했습니다. 심고를 드릴 때는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원하셨어요. 시부모님 역시 기도의 정성심을 실천으로 보여 주신 분들입니다. 딸들 역시 존경하는 인물로 동타원 종사님을 꼽고 있을 정도입니다. 주변에서 존경하는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는데 그렇게 말하니 대견스럽습니다."

이런 그는 주변의 인연들을 살핀다. 최근에 사업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느 교도의 기도를 하고 있는 것도 그의 정성심의 일환이다. 그 교도가 알게 모르게 일심으로 기도 드리고 있는 것이다.

"교당에 잘 보이지 않던 교도님에게 새벽기도를 해 드린다고 약속했어요. 한 번 입으로 내 뱉은 것은 진리와의 약속이잖아요. 정신, 육신, 물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시고 희망이 되어주시라고 기도합니다. 이 마음 씀씀이에는 시댁 어른신들의 기도생활이 밑바탕이 됐어요."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마무리 시간에 '원불교는 우리 집안에서 당연히 믿어야 할 종교'라고 강조하는 그의 신념은 어찌보면 오롯한 기도생활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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