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던 삶, 잠시 멈추고 자신 성찰

▲ 왼쪽부터 김영택 신부, 권도갑 교무, 최일도 목사, 마가 스님.

새해가 밝았지만 국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KTV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삶에 과연 얼마나 만족하고 사는가?'에 대한 물음에 61.9%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새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가져다줄까? 우리는 어떤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가?

1월7일 4대 종교 성직자들이 KTV 멘토링토크에서 '2013년 대한민국, 새로운 희망을 말하다'란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4대 종교인들이 제안하는 힘들 때 희망을 주는 삶의 지혜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진행
개신교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대표)

●대담
원불교 권도갑 교무(행복가족캠프 운영)
불교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가톨릭 김영택 신부(성 빈센트병원 원목실장)

- 새해가 되면 우리들은 거의 대부분 한 가지 이상 계획을 세운다. 2013년 우리는 과연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고, 또 어떻게 자신의 계획을 실천해 나가야 할까?

권도갑 교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쫓아가지 말고 '내가 좋아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행복한가?' 를 스스로 물어서 찾아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길을 결정하고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자기 스스로 찾아가도록 지켜보아야 한다.

우리의 뇌는 집중해서 자신에게 물으면 반드시 대답을 해 준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묻질 않고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 이것이 큰 어리석음이다. 다른 사람이 나의 길을 알 수 없다. 자기 삶을 스스로 찾지 않고 다른 사람을 따라갈 때 삶에 의미가 없고 고통이 따를 것이다.

김영택 신부= 어느 누구도 새로운 해를 만들지는 않았다. 새해는 잠자고 나면 누구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선물이다. 그러니 먼저 감사를 드리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좋은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공동체의 선익을 위한 계획이 좋은 계획이다. 좋은 계획은 삶에 힘을 준다.

불의하고 불법적인 계획은 양심을 병들게 하고 내적인 힘을 파괴한다. 계획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서 달라진다. 새로 실행할 계획보다는 지난 한 해 자신이 추구했던 가치가 어떤 것이었는지 성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우리 국민들이 오랜 경기침체와 지나친 경쟁심 등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느끼며 살아왔다. 2013년에 우리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마가 스님= 2012년은 힐링이 열풍이 될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고통에 힘겨워했다. 2013년에는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 한 명 한 명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의 길로 가는 행동과 말과 생각을 실천해야 한다. 거문고 줄을 너무 팽팽하게 조이면 예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너무 느슨해도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미래의 계획을 이루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는지 항상 살펴보자.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간다면, 진정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지난해 12월19일 우리나라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아직도 양극화나 지역감정 등 대선 후유증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이번 대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온 국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2013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마가 스님= 과거에 힘들었던 일도 돌아보면 내게는 약이 되었듯 지금의 이 모든 일들도 나의 스승이 될 것이다. 불평과 원망 대신 노력과 인내를 택할 때 운명을 바꾸는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솝우화〉 속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살이다. 사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따뜻한 힘, 자비의 마음이다. 우리 한 사람의 힘으로 바꾸기에는 세상에 불행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자비의 마음을 내고 그 따뜻한 에너지를 모으면 정말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함께 안아주고 함께 가야한다.

김영택 신부= 실질적인 지도력은 깨어 있는 국민들에 의해서 형성된 여론이다. 여러분이 깨어서 국가 권력을 감시하면서 좋은 여론을 만든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제 양쪽으로 나뉜 우리 국민이 새롭게 통합해야 할 시기이다.

새 정부는 끊임없이 구조악을 재생산하는 휴전선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없애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고통스럽더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 남북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남북이 화해하면 지역감정은 점차 해소될 것입니다.

권도갑 교무= 당선된 사람이 이 나라가 원하는 사람이고 꼭 해야 할 사람이다. 만약에 현실을 거부한다면 5년 내내 기분이 나쁘고 속상해 할 것이다. 현실은 지금 당선된 사람이 대통령이다.

평소에 나와 다른 결과가 현실에 나타났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내가 성장한다. 이미 일어난 일은 그렇게 일어나야 한다. 만약에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끊임없는 갈등과 아픔을 겪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이념과 지역의 차별을 넘어서서 우리가 먼저 한 형제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생각이 다르고 학교와 지연이 다르다고 서로 적이 된다면 큰 불행과 아픔을 겪을 것이다.

원불교 경전에 보면 "다른 사람의 그릇된 일을 견문하여 자기의 그름은 깨칠지언정 그 그름을 드러내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는 서로 하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고치려 말고 내 허물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바뀐다.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은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리다고 할 때 일어난다.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바꾸자.

- 2013년이 시작됐건만 우리 경제가 좋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올 한해도 살아가다보면 각기 힘든 일, 화나는 일, 우울한 일도 있을 것이다. 내 안의 화를 잠재울 수 있는 쉬운 명상법이나 수행방법이 있다면.

권도갑 교무=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살피지 못하고 오직 성공과 업적을 쌓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다. 자기가 누구인지, 스스로 선택한 소명이 있는지를 물어보지 않은 채 달려가고 있다. 남들이 모두가 가니까 학교나 직장에 나가고 사업에 몰두하며 의무적인 것에 쫓겨서 살게 된다. 그러니까 삶에 재미가 없다. 권태롭고 지루한 나날을 살게 될 것이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조용히 자신을 살피고 성찰해야 한다. 비우고 내려놓는 일이 절실하다. 이것이 선(禪) 명상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영택 신부= 성찰하고 명상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고귀한 능력이다. 두 손을 합장하거나 마음에 맞는 사람과 손을 마주 잡고 조용히 머물러 보라.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게 되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서로 위로해 주어라. 아픔을 나누고 함께 공감하며 서로를 보듬어 주어라. 미래 세대인 아기들이나 어린이들과 함께 하거나 아기들 사진을 자주 보라. 여러분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탄의 메시지이다. 세상이 죄악이라는 어둠에 덮혀 있을 때 별빛처럼 빛을 발하며 태어나는 아기들이 바로 우리들의 희망이라는 메시지이다. 그 아기들이 자라면 더 정의롭고 밝고 평화로운 세상을 올 것이라는 메시지이다. 서로 안에 별빛처럼 빛나는 희망이 있음을 발견하고 서로 격려하자.

마가 스님= 종교인들은 자기가 믿는 대상에게,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하고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콩 심어 놓고 '팥 나게 해 주세요' 하고 아무리 기도를 하면, 기도가 이루어질까? 아직 이 지구별에서는 불가능하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부터 이렇게 살겠다'라고 말하고 씨앗을 심는 것. 그것이 기도이며, 명상이고, 주도적인 자기 삶의 창조주가 되는 바른 길이다.

사진제공 = K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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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답게
사는 것이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스스로 찾아 실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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