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교구자치제, 경제자립이 관건
교구 홀로서기 망설임
새로운 리더십 요청

▲ 원기96년 부터 교정원 법인사무국이 교구 법인분리에 따른 실무교육을 실시해 왔다.
중앙총부 교정원의 원기98~100년 교정정책이 확정됐다. 1월과 2월 5주에 걸쳐 교정원의 주요 과업인 교화대불공, 자신성업봉찬, 대사회봉공, 인재양성, 교구자치제 정착에 대한 역점사업과 세부과제를 안내했다.

이번 교정 정책은 원불교100년기념성업봉찬의 5대 지표와 교단 제3대 제3회 설계와 맞물려 있다. 교구자치제 정착은 교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지역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기98~100년 교정팀은 '교구자치제 정착'을 핵심정책으로 삼고 있다. 주요과업으로는 ▷교구자치 역량 강화 ▷교구법인 미 설립 교구 방향 정비 ▷교당 및 법인 기관 효율적 운영을 선정해 정책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교구자치제 운영 점검과 교구 인사업무의 보완, 효율적인 교산운영 등을 부서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서울교구를 비롯해 부산울산, 경기인천, 대전충남, 대구경북, 경남, 광주전남, 전북교구가 법인분리를 완료했다. 원기96년 12월, 3개 교구가 첫 법인분리를 시행한 후 8개 교구가 분리된 것이다. 원기85년에 〈교헌〉 '교구규정'을 개정한 뒤 11년만이다.

전 교정팀에서는 교구법인들의 법인행정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업무행정편람〉을 만들어 교육했다. 여기에는 법인의 이해부터 비영리세무, 공익법인, 등기업무 이해, 부동산, 건축, 복지, 노무, 민원 등 일반 행정까지 집약돼 있다.

한마디로 교구법인 분리에 따른 법인실무 교육의 총서인 셈이다. 분기별 교구장협의회 개최와 2달에 한 번씩 사무국장 연수를 실시한 것도 교구자치제에 따른 시각차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 교정원과 교구간의 소통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현장과의 시각차를 좁히는 데 일조했다.

교구자치제가 본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교구장의 권한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교구 내 인사제청권(지구장, 기관장 포함)과 재정권 등이 중앙에서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교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교구장의 역할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기획실 박명덕 교무는 "재정권은 종교부지(기본재산) 등 1차적으로 이양할 부분은 다 끝났다. 어린이집이나 기타 기관에 대한 재산은 2, 3차로 단계적으로 이양할 계획이다. 교구 내 종교부지 이외 재산들은 절차적인 문제(세금 등)로 인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교구의 경제적인 자립방안이다. 교구장협의회를 통해 이 부분을 심도 깊게 논의해 지역실정에 맞는 해결책을 마련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치 교구의 경제적 자립이다. 법인분리를 하면서 중앙에서는 교구유지재단설립에 2억의 종자돈을 지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교금을 교구로 일정부분 이양하자는 안도 있었지만 교금은 총부에 내는 의무금으로 정의하고, 부과세목을 열반 후 헌공금(49재, 열반기념제 등)과 월초기도금, 4축2재 헌공금으로 제한했다. 현장과 합의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교구의 자립경제는 기존 교당에서 내던 교구비가 전부인 셈이다. 이 금액으로 교구의 인건비 등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법적으로 교구법인과 교구사무국이 다르지만 업무연속성으로 보면 한묶음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런 이유에서 어떤 교구는 교구유지재단의 운영을 위해 CMS 회원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 교구비는 법인사무국(교구사무국 포함)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완전한 교구자치제의 핵은 인사권과 더불어 재정권을 교구로 돌려주는 일이다. 교구도 자립경제에 노력하겠지만 중앙에서도 이 부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교구자치제에 따른 전산화 작업은 선(先) 교구법인 분리 후 전산개발로 잡았다. 법인이 분리됐지만 전산개발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자치 교구에 필요한 전산개발(행정 등)은 교구장, 교무 인사와 기타 다른 여건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자치제 계획에 따르면 '시스템통합(중앙)+AP분산(교구별)'을 가장 근접한 방향으로 잡았다. 그래서 서버통합, DB통합, 통합관리, 메뉴분산, 분산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즉 통합시스템은 중앙에 두고 개별서버는 각 교구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기존 원불교포털사이트를 이용해 개발비용과 운용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전산개발이 추진되면 개발 주체를 중앙이 하느냐 아니면 교구가 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았다.

전반적으로 교구자치제가 시행되면서 교단 전체가 포지션을 잘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교구자치제의 과도기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교정원과 교구간의 갈등 요소가 여러 곳에 산적해 있다.

일례로 그동안 정책을 폈던 교정원팀과 현장 교구장들이 대부분 교체됐다. 뿐만 아니라 실무를 담당했던 교구 사무국장도 물갈이됐다. 법인행정을 모르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교구자치제를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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