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지고 노는 유머파워

▲ 최규상 소장.
유머는 사람을 웃길 수 있지만 때로는 어려움과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

1월29일 웃음과 유머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최규상 한국유머전략연구소장이 전주대학교 스타센터 온누리홀에서 '유머리더십'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이번 특강에서 세상을 가지고 노는 유머파워, 긍정유머력, 유머마케팅기법 등을 통해 가족 간의 유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머는 온몸으로 반응해주는 것

유머는 단순이 웃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의 파워풀한 힘이 있고 내 가치를 올려 줄 수 있다.

유머코칭을 7년간 해 오면서 유머감각이란 사람을 웃기는 것이 유머감각 이라고 믿었는데 유럽에 다녀와서 생각이 바뀌었다. 유럽에서 유머감각이란 사람을 웃겨주는 능력이 아니었다. 유머감각이란 사람이 이야기할 때 반응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웃어주는 능력이라는 것을 느꼈다. 온몸으로 반응해주는 경청의 최고의 단계가 유머감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사람을 웃기는 기법이나 노하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반응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웃어주는 것이 유머감각이라면 누구든지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유머코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아침마다 아내에게 유머를 하나씩 해주었기 때문이다. 매번 유머를 하면 아내가 감탄해 주고 박수를 쳐주며 반응해줬다. 이것 때문에 계속 유머를 하려고 했고 아내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던 것이 벌써 7년이 넘었다.

여러분들도 한번 실천해보기 바란다. 내 이야기에 반응해주고 고개 끄덕여주고 잘했다고 하면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정말로 고맙고 행복할 것이다. 나중에는 저 사람이야 말로 대화의 감각이 있는 사람임을 느낄 것이다.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들어주고 반응해주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긍정의 유머

나는 유머를 우연하게 시작했다. 유머를 하면서 두 번의 깨달음이 있었다. 8년전에 한 할머니를 만났다. 1년정도 계속 모여서 같이 웃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안보였다. 6개 월동안 안보이다가 오래간만에 나왔는데 몹시 말라 있었다. 할머니에게 "건강 하시지요"하고 인사말을 건넸더니 할머니가 해맑게 웃으면서 "최소장 아주 건강해 말기위암 빼고는 다 좋아"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나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율을 느끼면서 내가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할머니는 위암말기의 중환자였지만 자신의 처한 상황에 비관하지 않고 유머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할머니는 이미 암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암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넘어선 유머였다. 나는 그 할머니의 유머를 들으면서 저 것이야 말로 진정한 유머다. 내가 매일 아침 아내와 주고 받았던 유머도 유머지만 정말 죽음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유머.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고 아픔과 상처, 슬픔과 괴로움들을 가지고 놀거나 이겨내는 유머도 있겠구나! 저것이 유머의 본질적인 풍자의 기능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

돈이 되는 유머

두 번째는 5년전 대구에 있는 택시기사 정수환 씨를 만나면서 유머의 틀을 바꾸게 됐다. 한번은 그의 택시를 타게 됐는데 탈 때부터 기분 좋게 웃으면서 유머를 건넸다. 그는 차에 유머책을 갖고 다니면서 고객들을 즐겁게 해줬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고객에게 유머를 해주면 90%의 고객들이 웃으면서 거스름돈을 안받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웃기면 돈이 된다"는 놀라운 말을 해주었다. 그냥 즐겁게 웃어 넘겼던 유머가 비즈니스상에서 활용될 때 고객을 즐겁게 하는 또 다른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때 배웠다.

웃음과 유머로 인생역전

10년전에 나는 작은 여행사를 운영했었다. 그런데 망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단 3개월만에 회사가 날라가고 집이 날라가고 아내만 무거워 가지고 못 날라갔다. 그렇게 나는 하루 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36살 때 인생에서 가장 큰 지옥을 맛본 것이다. 가장 큰 열등감, 좌절, 괴로움, 우울감을 맛봤다. 그때 친구가 와서 나한테 "웃어라 15초만 웃어도 이틀 더 오래 산다"고 말해줬다. 사실은 친구 말에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15초 웃으면 이틀 더 산다고 했는데 사업도 망해서 거지가 된 처지에 오래 산다는 것은 지옥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오래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가 웃으면 이 지독한 우울증과 괴로움을 이겨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싶어서 다시 일어서려는 생각에 한번 웃어보려고 마음 먹었다.

서울 잠실에 가면 롯데월드 옆에 석촌호수가 있다. 그때 그 부근 옥탑방에서 살았다. 나는 정말 웃으면 좋은지 시험을 해 보려고 밤 9시에 석촌호수가에서 홀로 '하하하'라고 웃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나를 미친놈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한 번 웃고 집에 왔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거울을 보니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좋았다. 신용불량자도 웃을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부끄럽고 체면이 깎기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이기게 만든 것은 마음속에 간절함이었다. 그때 간절하고 절절함이 사람을 변화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살고 싶었다. 살고 싶어서 계속 호수를 돌며 박수를 치면서 매일 30분씩 웃었다. 세달째 호숫가에서 웃고 지나가는데 아주머니 세 명이 길을 가로막더니 동네 땅값 떨어지니까 웃지 말라고 했다. 알고보니 그 아주머니들은 호수 옆 아파트 부녀회원들이었다. 그래도 계속 웃었다. 6개월 지나니 1명이 따라와서 같이 웃었다. 1년이 지나니 같이 웃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우울증이나 마음에 괴로움 슬픔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웃으며 서로의 마음도 치유가 됐다. 그렇게 9년 동안 같이 웃었다. 지금은 한 달에 2번씩 모인다.

웃음을 통해 정말 힘들 때 그 사람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 사람 옆에 지팡이를 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인생에서 웃음은 완벽한 지팡이였다.

매일 매일 호수를 나가다가 7년 전쯤 방송인 김제동 씨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김제동 씨가 술을 마시며 자기는 눈이 작아서 좋다며 눈이 작아서 지금까지 한번도 아폴로 눈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김제동 씨의 말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김제동 씨가 했던 유머는 자기의 단점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유머화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눈이 단점으로 작용해 그 사람을 괴롭힐 수도 있지만 그 단점을 유머로 가지고 노는 김제동 씨를 보면서 저게 진짜 유머구나 저것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신을 다시 보게 됐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없이 많은 단점들이 내가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이 혀가 짧은 것이다. 10살때부터 친구들이 혀가 짧다고 놀려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때부터 내 단점을 감추고 싶어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운영할 때까지도 말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김제동 씨를 만나면서 무릇 아픔이나 상처와 괴로움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유머의 소재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후 나는 짧은 혀로 유머를 하게 됐다. 내 단점을 오픈하고 나니 내가 유머 강의를 하게 됐다.

가족에게 유머를 하라

아픔없이 세상을 사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 아픔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다. 내가 신용불량자가 됐을 때 아내에게 파산해 버리자고 말했는데 아내는 "파산해 버리지 말고 빚을 갚아버리자. 우리가 신용불량은 돼도 양심불량은 되지 말자"라는 말을 해줬다. 그 한 마디에 8년동안 빚을 죽어라고 갚았다. 그때가 정말 감사했다. 왜냐하면 내 자신에 대한 떳떳함을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에서 감사하고 가장 큰 축복은 신용불량이었다. 만약에 신용불량이 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유머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내와 유머를 주고 받고 자면서도 한 번씩 웃다보니 내 인생이 살아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힘이 됐다. 결국 큰 아픔일수록 큰 기회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

유머를 통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세상을 완벽하게 가지고 놀아야 한다. 세상이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여러분이 혹시 아프고 괴롭고 슬프다면 그것은 세상이 여러분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뒤집어야 된다. 내가 세상의 아품과 상처 괴로움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대한민국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 이때가 내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가족 간에 웃지 못하면 그것은 지옥이다. 인생의 행복의 흔적을 어디에서 알 수 있는지 아는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파워풀한 흔적은 내 가족의 웃는 얼굴이다. 경기가 힘든 시기에 나를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웃음과 유머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함께 웃지 않고 가족에게 유머를 해주지 않는다면 유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과 함께 더 많이 웃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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