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전 사임 598년 만에 처음
염수정 대주교 신자들 위로

교황 베네딕토 16세(85)의 급작스런 사임발표로 세계의 이목이 바티칸에 집중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11일 돌연 사임의사를 밝혔다. 선종 전에 교황직을 내려놓는 것은 1415년 그레고리 12세가 사임한 이후 60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교황청이 밝힌 사임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업무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에 묻기를 되풀이한 결과 고령으로 인해 교황으로서의 공식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나를 도와준 분들의 사랑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나의 부족함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앞으로의 삶을 기도에 전념해 신에게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임 17일(현지시간)에는 삼종기도를 참례하기 위해 모인 인파를 향해 "교회는 모든 신자에게 거듭나기를 당부한다. 이는 악마가 우리를 하느님에게 가는 길에서 일탈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하나의 영적인 투쟁을 의미한다.

자만심, 이기심과 의절함으로써 하느님에 다시 다가서야 한다"며 교회의 지속적인 자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임기가 28일로 끝남에 따라 로마 교화청에서는 서둘러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3월15일 이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교황 선거권은 교황 선거권은 80세 미만의 추기경들만이 가지며, 그 수는 최대 120명이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단은 117명으로 올해 82세인 정진석 추기경은 투표에 참석할 수 없다.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소식에 서울대교구 염수정 대주교는 서한을 통해 신자들을 위로했다.

염 대주교는 서한에서 "교황의 결단과 용기를 통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른 사도들의 모습을 발견하며 큰감동을 받았다"며 "교황의 사임은 오히려 온 세계 가톨릭교회를 더 일치시키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염 대주교는 또 "교황님은 우리 한국교회에 많은 사랑을 지니시고 특히 한반도의 평화에 지극한 관심을 두시고 기도를 해주셨다"며 "사순 기간 특별히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평가는 명암이 엇갈린다.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원칙에 충실한 삶과 언행일치로 종교계의 모범이 되었으며, 세계평화에도 일정정도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구를 이끌고 쿠바를 방문해 가톨릭 정신을 전파했으며, 2010년에는 가톨릭 교황 중에는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해 성공회와의 소통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이낸션타임즈는 12일자 보도에서 베네딕토 16세가 짧은 교황 재위 기간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로마 가톨릭 교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여성 사제 임명을 아동 성학대와 같은 중범죄로 간주하거나 이슬람교에 대해 "폭력적이고 사악하며 비인간적"이라는 비잔틴 제국 황제의 말을 인용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통 교리를 강조함으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추진되던 혁신 조치들을 후퇴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가 스스로 물러나는 전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교황청이 더 개방되고 민주적으로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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