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빚는 우리 술의 자부심
우리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술이 막걸리다. 찌그러진 양은 그릇에 한 사발 가득 담아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시원하게 목을 넘기는 맛이 일품이다. 이어 잘익은 총각김치 한 조각을 깨물어 오물오물 씹는 그 맛은 잊을 수 없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라 지칭한다. 논에서 밭에서 산에서 때론 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공사판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잔이면 모든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술 문화도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 막걸리도 고급화 바람을 타고 있다. 고급 호텔과 한정식집에서 민족주 막걸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흥이 겨울 때 넣는 추임새인 '얼수'라는 말처럼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한민족식품연구원 '구리탁주 얼수도가'의 '얼수 막걸리'가 그 중 하나다.
정인자 대표는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의 막걸리들이 전국적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막걸리 지역제한이 풀리며, 영세 양조장들의 생존은 더욱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는 제대로 된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 쌀을 쓰고, 첨가물을 넣지 않은 좋은 막걸리를 만들려는 도가들의 힘을 빼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막걸리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ㅈ막걸리는 수입쌀에 인공감미료인 아스파담과 탄산을 넣어 소비자들의 혀를 자극하고 있다.
그는 "전북 김제 만경 출신으로 어렸을 적에 집에서도 술을 빚어 마셨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막걸리와 맛이 매우 다르다"며 "나는 요즘 막걸리의 자극적이고 단맛은 다소 텁텁하고 투박했던 우리 막걸리의 맛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이같은 현실은 좋은 쌀을 쓰지 않는 데 있다고 봤다. 막걸리의 주 원료인 쌀을 수입산을 쓰니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는 "막걸리 원료인 쌀을 수입산을 쓰면, 한국으로 오는 동안 쌀은 묵은내가 나기 시작한다. 방부처리도 하기 때문에 약품 냄새가 난다"며 "우리 혀를 속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극적이고 단맛을 주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시중의 대부분 막걸리들이 탄산과 아스파담(단맛)을 첨가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진짜' 막걸리의 맛은 생(生)막걸리와 살균막걸리와 차이점에서도 나타난다. 효모·효소들이 살아있는 생막걸리와 살균처리를 한 살균막걸리는 생막걸리에 비해 유통기간은 길지만 효모·효소들이 죽어 '진짜' 막걸리라 칭하기 어렵다.
그는 "막걸리는 몸에 좋은 유익균이 많은 술이다. 살균 처리하는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길다는 점을 제외하곤 막걸리를 마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막걸리는 '자식과 같다'고 말한다. 막걸리를 만드는 데 그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추워서도 안되고, 더워서도 안된다. 발효실을 관리할 때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만 균들이 살아있다. 막걸리는 보름 가까이 자식처럼 키워야하는 정성이 들어가는 술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는 "막걸리는 민족의 술이기 때문에 제 값을 받아야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자식이다. 물 값보다 싼 것이 막걸리이다. 술을 마시면서 이왕이면 '소주 말고 막걸리 주세요!'라는 한마디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그가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이다. 방송작가인 남편과 고구려문화연구회 활동을 하며 발효의 원형이 고구려 문화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왕이면 우리 쌀을 사용해 우리 농촌도 같이 살리고 싶었던 마음이다.
사업초기에 사기를 당하며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는 "계획적인 접근이었다. 일본은 포화상태이고 중국으로 눈을 넓히자는 제안과 사업 초기 '수출'이라는 단어에 잠시 판단력을 잃은 것 같다"며 "당시 중간바이어에게 활동비와 샘플도 보내주며 곧 성사될 듯 싶었다. 계약서 작성 직전에 중간바이어와 함께 경기도청도 갔었다. 하지만 계약을 하고 물건은 이미 넘어갔지만 소식이 끊겼다. 대략 천만원정도 손해를 봤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고 했다. 앞으로 사업 진행에 큰 수업료를 지급한 것이다.
이후 정 대표의 활동은 국내 시장으로 유턴을 했다. 국내에서 인정받고 내실을 갖추면 언젠가는 수출길이 열리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제품 개발에도 더욱 열을 올렸다. 몸에 좋은 생막걸리지만 유통기간을 늘려 수출의 용이성을 갖추고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출시된 것이 프리미엄 막걸리 '얼수 골드'이다.
정 대표는 "막걸리를 통해 특정층을 공략하고 싶었다. 제 값을 받는 품위 있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다. 기존에도 비슷한 부류의 프리미엄 막걸리가 있었지만, 대부분 유통기간만을 늘린 살균막걸리이다. 우리 제품은 비살균이기 때문에 유익균을 그대로 먹을 수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막걸리를 제대로 알고 마시기를 권했다. 막걸리도 '진짜'를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인지, 생(生)막걸리인지 꼭 확인했으면 좋겠다"며 "생막걸리이고 우리나라 쌀로 빚은 막걸리라면 층이 생긴 윗부분만 먹지 말고 흔들어서 다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막걸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효소가 살아있는 밑에 층까지 마시라는 것이다.
2010년 특허 출원 후, 작년 2년만에 특허 결정이 난 유통기한이 1년인 생(生)막걸리 출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생막걸리가 유통기한이 1년이라는 점은 수출할 때 강점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중국, 일본 수출 시 생막걸리가 유통 기한이 길다는 점은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와인과 더불어 세계 3대 명주 1위에 막걸리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 정대표의 막걸리 사랑은 혼자가 아닌 농촌도 함께 살길 바라는 마음이 바탕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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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 막걸리
소비자 알고 마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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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명 기자
hun@w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