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급지 교당 공과금 내기도 벅차

교당은 교세에 따라 급지를 두며 급지에 관한 규칙은 교령으로 정한다.
급지는 급지사정위원회에서 각 교당의 소재지, 시설, 출석현황, 재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정한다. 6급지에는 사정점수가 30점 이상 40점 미만 교당이, 5급지에는 40점 이상 50점 미만인 교당이 해당된다.
▲ 김화교당 군예회에 참석한 장병들이 우세관 교무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다.

교정원 교화훈련부의 사정기준표에 따르면 최하점인 30점의 경우 농촌에 위치해 있고, 교당 시설(대각전)이 전세나 30평 이하며, 평균출석 교도가 10~19명, 유지비와 의식수입이 각각 월 30~39만 원 사이인 경우다. 5급지 교당의 최저점인 40점 역시 이와 크게 차이가 없다. 교당의 소재지가 소도시이거나 31~40평의 교당 시설을 소유한 경우 또는 평균출석 교도가 20~29명인 경우 등 한, 두 가지 정도의 조건을 충족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5, 6급지 교당의 대부분은 농촌에 있고, 소규모의 교당과 30명 미만의 평균 출석교도, 30~50만 원 사이의 유지비 및 의식수입을 갖고 있을 거라 추정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교당들의 재정 및 교화여건은 극도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다른 교구의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강원교구 내 5, 6급지 교당의 교화환경은 말 그대로 가혹할 정도다. 그리고 사정기준표에는 평균출석교도가 최소 10~19명으로 설정돼 있지만 실제 5, 6급지 교당의 경우 평균출석교도수가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상 교당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이에 대해 강원교구에 근무하는 A 교무는 "교당의 수입이 적다보니 공과금을 내는 것도 빠듯할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무는 "출가단회를 오고 싶어도 차비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사실상 이들의 기본 용금액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여는 중앙총부, 교구, 교당, 기관, 단체에서 각각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각 교구나 교당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

지원 부족 교화침체 악순환

다만 이들 교당의 어려운 형편을 감안해 원기97년부터는 '기본용금 지원에 관한 예규'를 마련하고 국내 6급지 교당(82개 교당) 및 국외 일부교당(29개 교당)에 기본 용금을 지원하고 있다.

6급지 교당 외에도 '부득이 교구장이 요청하는 교당은 지원심의 대상으로 포함된다'는 예규가 있어 5급지 교당이라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교당은 수혜를 받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의 재원 마련은 원광학원, 원창학원, 기관에 근무하는 전무출신들의 의무성금을 모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도 현실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출가교역자의 생활을 유지하고 교당을 지탱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될 뿐 교화활동을 펼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B 교무는 "큰 교당들은 교화자원이 풍부하지만 5, 6급지 교당의 경우 교화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화를 위해서는 우리 같은 교당이 책자나 교화용품 등이 더 많이 필요한데 그 금액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C 교무 역시 "강원도에는 군부대가 많아 군교화를 안 할 수가 없는데 특성상 간식비 등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군교화를 하기 위해서는 교무가 장사를 해 돈을 벌든지 개인의 인연을 활용해 후원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가교역자들이 생활고와 막막한 교화환경에 노출되면서 사기가 저하되거나 생계를 위한 일에 매달리다 보니 다시 교화가 침체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외부인 경계하는 지역색도 장애물

강원교구 내 5, 6급지 교당의 영세화와 교화의 침체는 교도수의 부족이 근본적 원인이지만 지역의 인구사회학적 특성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강원도의 행정구역상 면적은 넓은 반면 인구는 적고, 소득 또한 낮은 편이다.

실제로 강원도는 16,874㎢로 16개 시·군 중 가장 넓은 편에 속하지만 인구는 ㎢당 90명에 불과하다.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전라북도(233명/㎢)와 비교해도 그 편차가 상당이 크다.

낮은 인구밀도는 교화를 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장애를 초래한다. 교도의 입장에서는 법회를 위해 먼 거리를 오가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고 출가교역자의 입장에서는 집중된 교화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강원도민 '1인당 개인소득'은 2011년 기준 1,252만5천 원으로 2010년에 비해 83만 5,000원이 증가했으나, 전국 평균 1,447만2천 원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전남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원도의 경우엔 고용률과 근로자 임금수준이 낮고 영세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1인당 개인소득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 강원도 고용률은 56.4%(전국 59.1%), 정규직근로자 월 급여는 224만원(전국 249만원), 자영업자 비율 27%(전국 20%)다.

지역주민의 소득이 적다는 것은 개인들이 교당의 재정을 뒷받침할만한 능력이 적고, 같은 수의 교도가 나오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교당자립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외부인을 경계하는 지역 정서도 강원교구 내 5, 6급지 교당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강원교구 사무국 이흥진 교무는 "외지에서 들어오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정서가 강하다"면서 "특히 원불교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교당이 제대로 정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강원도민이 다른 지역에 비해 종교에 덜 호의적인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2005년 주택인구총조사를 살펴보면 16개 시·도 중 무종교라도 응답한 이들의 비율이 51.7%로 가장 높았고, 전국평균(46.4%)보다는 5.3%정도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강원도 안에서 새로운 종교의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군 교화 등 현실에 맞는 대안 마련해야

그렇다고 강원교구 내 5, 6급지 교당의 미래가 꼭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 교무는 강원도에는 군부대가 많은 만큼 군교화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양양교당 김석기 교무는 "전역 후 관리의 문제가 있지만 지역에 군인이라는 특수 신분을 가진 청년을 대상으로 교화 할 수 있도록 문호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김화교당에서는 매주 400여 명의 군장병이 법회를 보고 있다. 우세관 교무는 "사단 내에 있는 모든 대대에서 법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며 "8개월 간 GOP에 들어가 근무를 서는 동안에도 철책선 안에 교당을 만들어 법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군교화를 보다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군종교구의 교화비 지원 또는 다른 교구나 교당과의 결연 등의 대안마련도 시급하다. 우 교무는 "400명의 간식비만 해도 매주 40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금액을 개인적 인연에 의지해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교화 외에도 강원도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교화도 모색해볼 수 있다. 김석기 교무는 "강원도는 서울 및 경기도에서 교당까지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면서 "복잡한 일상을 잠시 떠나 참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관광객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관광을 위해 방문하는 교도 및 신자들과 함께 프로그램과 체험행사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무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되면 강원도지역 교통(도로 및 전철)이 거의 완성된다. 서울에서 동해안까지 2시간 이내면 도착한다. 주말 또는 레저에 따른 생활 변화로 법회의 개념이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의 변화에 준비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5, 6급지 교당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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