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거리 위해 정성 다하고 있어요"
곰사근 맛, 소비자들에 인기
장류 체험학교 개설 계획

▲ 김법중 사장.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영농조합법인 영산식품. 입구에 들어서면 유독 항아리가 눈에 띈다. 마당 한가운데 자리잡은 300여개 큼지막한 옛 항아리는 영산식품의 곰사근 이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아리 속에는 정성어린 손길로 담궈진 된장, 간장, 고추장들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류들을 숙성시키는데는 임실 아침재를 넘나드는 바람과 맑은 공기, 따사로운 햇빛이 한 몫하고 있다.

마침 장 담그는 날이라 큰 항아리에는 염수가 담겨 있다. 염수는 신안군 임자도에서 직접 구입해 간수를 뺀 소금과 지하수 물로 만든 것이다. 그 옆에는 옥상 메주 건조장에서 운반된 메주들이 운반기구에 실려 있었다.

전통 장 담그는데 일가견을 가진 김도우 교무는 "소금 맛이 좋아야 장 맛이 좋다. 간수가 빠지지 않으면 장에 쓴 맛이 난다. 현재 30㎏들이 300포의 천일염이 소요 된다"며 "건조장에는 15톤 정도의 메주가 걸린다.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식품 생명공학을 전공한 것도 장을 잘 만들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이내 김 교무는 항아리 뚜껑을 열고 염수를 부은 후 손에 들린 메주 상태들을 살폈다. 전통장의 깊은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곰팡이 균의 접착 정도를 알기 위해서다.

김 교무는 "메주의 주원료인 콩은 거의 임실지역에서 수매를 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익산과 정읍에서 계약 재배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11월말 경 구매한 콩은 증자설비로 삶아 메주로 만들어 건조시킨 후 2월 중순을 기준으로 장 담그는 날에 항아리 속에 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자연 건조, 발효되기까지 80여 일이 소요된 메주가 항아리에서 숙성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메주 판매량도 급증한다. 서울, 부산, 경기지역 회원들은 물론 기관 단체에서 주문을 한다. 그만큼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발맞춰 영산식품 직원들은 메주가 출고되기 2주전에 황토방에서 마무리 발효를 시키는 정성을 보인다.

지난해 9월에 입사한 전관섭 직원은 "요즘 메주를 구매하는 분들이 많으나 물량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주문이 오면 물량에 맞춰 메주를 저울에 달고 있다. 간혹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거의 정확하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법중 사장은 김 교무로부터 건네 받은 메주를 항아리 속에 넣고는 태양초 고추와 숯을 띄운 후 잠시 눈을 감았다. 아마도 잘 숙성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드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메주는 염수에 침지된 지 50일이 지난후 간장(여액)과 된장으로 분리된다. 청정한 환경에서 숙성돼 장 맛이 깔끔하다는 정평이 나 있다.

김 사장은 "된장은 참 묘한 식품이다. 일정한 발효시간도 필요하지만 우리 몸을 정화 시켜주고 치유해주는 정말 좋은 식품이다. 한 마디로 슬로우 힐링 푸드(slow healing food) 라 할수 있다"며 "그동안 된장 판매는 꾸준히 상승하여 7톤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영산식품은 메주콩으로 생청국장을 만들고 있다. 특유의 구리한 냄새가 나지 않는 관계로 도시인들에게 인기다. 전주 모악산에서 식당업을 하는 소비자의 경우 청국장 마니아 층을 형성시켰다. 영산식품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전량 사용한 결과다.

김 교무는 "거래처의 흥망이 제 손에 달렸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생각을 갖게 해준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청국장 판매는 계속 수직 상승하고 있으나 3년째 되는 된장과 간장들은 물량이 많지 않아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 영산식품에서 출고 되는 메주.
제2의 도약기

현재 영산식품은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노동부에서 지정한 안전하고 쾌적한 CLEAN사업장 인증은 물론 전통식품 품질 인정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같은 예비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목적 실현, 영업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등 사회적 기업의 대체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으나 수익 구조상 등 법상 인증 요건의 일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곳을 지방 자치단체장이 지정한 기업이다. 영산식품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생산자의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인적지원 및 월급이 지급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촌체험마을 조성 등 주변 여건도 좋아지고 생산성 향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교무님들과 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니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고 말했다.

이에 바탕해 영산식품은 일반인들을 위한 장류 체험학교 개설을 비롯 청국장을 띄울 수 있는 독립된 황토방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장류와 전통발효를 통해 인식확산을 꾀하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또한 인터넷 판매망 확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들을 적절하게 응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주문 판매를 받고 있는 우종강 씨는 "되도록이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불만이 있더라도 전후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면 반품하기 보다 대부분 이해를 한다"고 말했다. 8천 여명의 회원 중 신뢰를 갖고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5천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끊임없는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이미지 쇄신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의 운영방침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안전한 먹거리 교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임실지역에서 생산되는 두류 등 원재료를 직접 수매하여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또한 환경을 살리는 것이 자연을 살린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한번 옛 정취가 물씬 나는 항아리들을 쳐다 보았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안전한 먹거리가 항아리와 함께 숨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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