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두는 깨달음의 열쇠

▲ 박명은 교무 / 전북교구 전주교당
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천지만물을 품에 안아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천지의 조화를 보면서 깨달음의 환희가 이런 모습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은 천변만화한다고 합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우리들의 삶은 끊임없는 생각의 연속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 갑니다. 그러한 변화의 움직임속에 세상은 우여곡절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을 바르게 보는 힘이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이 죄를 짓는 것은 진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습관과 욕심으로 자기 자신이 지배당함으로써 현실을 바로 인식할 수 없는 장애 속에 갇혀버립니다.

오감의 달콤함 속에서 참 나를 잊고 허위와 위선과 거짓의 생활이 나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살아갑니다. 철부지 생활로 남의 행복한 생활, 평화로운 사회, 좋은 인간관계를 해치면서도 고해 속에서 헤쳐 나올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부초처럼 흔들리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그 속에서 고통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 고통은 현실에 집착하고 끌려 다니면서 생겨납니다. 이것이 윤회의 세계요, 중생의 세계며 현실의 세계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분별과 사량으로는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치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삶을 극복하는 근본 치유는 바로 마음의 근본을 깨닫는 것, 그 깨달음에는 의두가 열쇠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마음을 알아가는 것, 현실의 내가 있어지게 된 그 근원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무엇일까 하고 그 마음을 놓지 않고 연마하고 궁구하여 삶의 근원적인 의심거리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의두입니다.

대종사께서는 괴롭고 힘든 삶을 극복하는 근본 치유는 바로 마음의 근본을 깨닫는 것이며, 그 깨달음에 의두가 열쇠임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의두란 대소유무의 이치와 시비이해의 일이며 과거 불조의 화두 중에서 의심나는 제목을 연구하여 감정을 얻게 하는 것으로 연구의 깊은 경지를 밟는 공부인에게 사리(事理)간 명확한 분석을 얻도록 하는 공부입니다.

의(疑)란 곧 일과 이치에 있어서 모르는 것을 발견하여 알고자 하는 것으로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니, '왜 그럴까' 하는 탐구심이 없다면 어떠한 깨달음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왜? 나에게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이 내 운명이니까…" 합니다. 대종사께서는 분별도, 선악도 집착도 없다고 하셨는데 우리의 본래 마음은 텅비어 있다 하셨는데 "나는 왜 늘 이런 인생으로만 살아가는가?" 하고 의심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인연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데, 어떤 인연은 왜이리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지 참으로 알 수 없는 그 마음에 의심을 걸어야 합니다. 일체유심조 되는 그 이치를 밝혀서 내 삶의 주체가 되고 모든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의두 요목 연마는 한 마음을 밝히는 깨달음의 소식

의두요목은 그 한 마음을 깨달아가는 길을 인도하는 사리연구 공붓길입니다. 의두요목 스무 조항이 각각의 다른 내용을 연마하게 하는 듯 하지만, 한 마음을 밝히는 깨달음의 소식은 두루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조항이라도 집중적으로 연마한다면 그로 인한 깨달음은 나머지 조항에 이르러도 두루 통할 수 있게 됩니다.

의두 연마는 모계포란(母鷄包卵)같이

스승님들께서는 의두연마를 할 때는 '마치 모계포란(母鷄包卵)과 같이 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모계포란이란 어미 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로 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의두 연마를 할 때에는 마치 어미닭이 알을 품듯이 소중하게 품어 연마하고 또 연마해야 큰 지혜를 얻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자력으로 관조하고 궁구하라는 말씀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할꼬' 하셨던 대종사님의 그 마음처럼 사량 분별심을 내려놓고 근원의 본래 마음자리로 회향하는 관조로써 궁굴려 들어가는 공부입니다.

경전 법규 연습을 대강 마친 사람에게 의두 연마를 하도록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경전연마를 통하여 진리의 소식을 담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의두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인도합니다.

진리는 고금을 통하여 오직 성자들이 주고받는 유산입니다. 경전에 담겨진 말씀,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들이 바로 의두연마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의심거리를 놓아버리지 아니하고 그 의심거리를 통해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간절함이 의두이며, 이 의두를 통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합니다.

의두 연마로 불퇴전의 공붓길을 닦아나가야

대각의 열쇠인 의두를 늘 연마해야 큰 지혜가 솟는다 하셨습니다. 또한 신성의 마음이 모든 의두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려도 이 의두 주머니는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부잣집 곳간에 재물이 쌓여 있듯이 수도인의 수첩에는 의심거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의두 연마는 맑은 정신에 잠깐 드는 것이 좋다 하셨습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사리간에 의심 건 하나씩을 적어두고 알맞게 혜두를 단련시켜서 어두운 마음을 밝히고 반야지가 솟아나게 하는 의두 연마로 불퇴전의 공붓길을 닦아나가야 하겠습니다.

의두연마는 세상을 바라보는 바른 눈을 가지게 합니다. 진리의 깨달음을 통해 삶의 문제를 풀어가게 합니다. 실타래처럼 엉킨 듯 한 인생의 문제들을 의두연마를 통해 풀어간다면 마음의 세계, 진리의 소식으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 교도님들의 인생은 참으로 풍성하고 은혜로운 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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