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어떻게 깨어 살 것인가

▲ 조법전 교무 / 경기인천교구 서용인교당

"재가·출가와 유무식을 막론하고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반성하기 위하여 상시 일기법을 제정하였으며, 학원이나 선원에서 훈련을 받는 공부인에게 당일 내 작업한 시간 수와 당일의 수입·지출과 심신 작용의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기재시키기 위하여 정기 일기법을 제정 하였나니라." 이상은 〈정전〉에서 밝혀주신 일기법의 대요입니다.

상시일기를 기재하게 된 동기

출가 전에 대산종사님을 모시고 완도 소남훈련원에서 받들었던 말씀이 있습니다. 모 교무님께서 당시 종법사님이셨던 대산종사께 "종법사님이 안계시면(열반하시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요"하고 여쭈니 "아 ~ 상시응용6조가 있지! 상시훈련, 정기훈련법" 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바로 옆에서 이 말씀을 받들었던 저는 뭔지는 몰라도 상시응용6조를 점검하는 상시일기를 무조건 기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상시일기를 기재해 보니

출가를 하고 수학과정을 거치며 교무가 되는 동안 상시일기를 기재해보니 학습상황과 계문 점검은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는데, 유무념 대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상시응용6조 가운데 제1조인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라는 조항에 유무념으로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경계 따라 멈추는, 온전함의 원천인 수양공부에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들어 조석좌선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 조석수양의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한다는 것은 동할 때 삼학병진의 공부법이면서 곧 정심취사라는 방향이 잡혔고, 정심취사의 극치는 일원상법어의 원만구족 지공무사와 하나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간사시절 어느 날 교회 신자분이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하루 신앙생활 중 어느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까?" "좌선시간이요" 그랬더니 그 분은 성경 읽는 시간이라 답을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이제는 모든 시간이 좌선과 하나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구슬이 세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유무념은 하루의 경계 속에 취사하는 주의심의 반복으로 하루가 일념현전 하나로 꿰어지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일기는 수도인의 일과인 아침 수양정진의 시간, 낮 보은봉공의 시간, 밤 참회반성의 시간과 다름이 없으며,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깨어 있는가의 현주소입니다. 그래서 좌산상사께서 하루일과로 득력하자 하셨으며, 공부인이라면 상시일기의 핵심인 유무념 대조에 스스로 인증할 수 있는 한 경지를 얻어야 합니다. 또한 일기는 대소유무의 감각감상과 주의라는 집중을 통해 점점 성리에 계합하는 공부이며, 반복을 통해 성리를 생활화하는 공부법이요, 좌선의 단계에서 나아가 종횡무진의 무시선으로 이어지게 하는 묘법인 것입니다.

일기는
아침, 수양정진 시간
낮, 보은봉공 시간
밤, 참회반성 시간과 연결


신앙생활과 일기와의 관계

교당에서 이루어지는 신앙 수행의 생활은 크게 두 가지를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하나는 일요예회요, 또 하나는 교화단회입니다. 예회는 타력에 바탕하여 법의 강론을 통해 배우고 지혜를 밝혀나간다고 할 수 있으며, 교화단회는 각자 상시일기에 바탕한 자율적 공부내용을 가지고 서로 회화하며 공부사업을 촉진합니다. 그러므로 교당 교도님들이 상시일기를 쓰는 분이 많아야 그만큼 속 깊은 공부인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상시일기를 쓰는 분이 많지가 않습니다. 또 요즘은 교화대불공 10분성업을 하는데 더 역점이 주어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두 가지를 다 잘하시면 좋겠지만 그건 다수 교도님들께 무리라는 생각이 들고 원래 주체인 상시일기가 살아나 그 속에서 10분성업을 살려내야 내실 있고 근원 있는 공부가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정기일기는 훈련원에서 비교적 그 형식을 잘 지키고 있으나 훈련의 단기성 때문에 교도님들이 자력있게 더욱 챙기어 공을 더 들여야 하겠습니다.

정기일기와 상시일기의 관계

교단적으로 반드시 살아나야 합니다. 상시일기 기재를 한 달 동안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몇 번이고 시도해보는 교도가 대종사님의 소수의 정예부대가 됨은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정기일기는 사리연구과목이며 정해진 훈련기간에 기재하는 것이라면 상시일기는 작업취사과목이며 1년 내내 항상 쓰는 것입니다. 또한 상시일기의 유무념 내용을 기재하다보면 심신작용 처리건이 무수히 나오고 감각감상 또한 수없이 일어나며 바른 마음과 공정한 마음가짐이 마음공부의 1순위임을 확인하곤 합니다. 정기일기의 당일 내 작업 시간 수도 유무념의 일과 속에 둘이 아니게 들어있어 허송한 시간이 있고 보면 반드시 무념에 체크가 됨을 볼 수 있습니다. 정기·상시일기는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정기일기는 정해진 기간에 좀 더 구체적으로 한 건, 한 건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며 시비이해나 대소유무의 밝아지는 정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부입니다. 상시일기는 실제 현장에 투입이 되어 단련된 혜두에 바탕, 수시응변하는 취사가 주가 되어 죄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하루를 되돌아보며 반성하여 경계에 물들지 않게 하는 공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성불제중의 대업에 마침표 찍는 공부

요즘 TV에서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물이 인기입니다. 사소한 신호위반과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보니 운전을 할 때 저절로 주의와 각성이 들었습니다. 작은 교통법규를 살피지 못하는 것도 이렇게 피해가 큰데 육도윤회의 세계와 인과의 세계, 진·강급의 세계를 보시며 법을 짜신 주세불대종사의 혜안에 우리가 주파수를 맞추지 못한다면 그 피해가 한생에 그치는 영상에 비하겠습니까? 불지라는 목적지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 일원의 법자 여러분! 대종사께서 내놓으신 일기법을 잘 활용하여 성불제중의 대업에 마침표를 찍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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