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서연 교무·서울외국인센터( 논설위원 )
교정원 교육부나 원광대 원불교학과, 영산선학대, 원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근무하는 교무들은 예비전무출신을 발굴하기 위해 늘 고심하고 연구하고 현장을 독려하고 있을 것이다. 교화침체에 이은 전무출신 지원자 감소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고, 누구든 그 책임을 맡으면 같은 입장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전무출신 지원자가 줄어든 이유를 밖에서 찾는다면 '시대가 변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에 많은 공감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특히 여성교역자 지망생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변하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보는 데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교단에서는 그동안 변한 세상, 그에 따른 지원자 감소에 대해 여러 가지로 대책을 세워 실행해왔으나 결과는 현상 유지를 밑도는 것으로 늘 아쉽기만 하고, 담당한 교역자들의 고민이 해소될 날은 아득해 보이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현행 전무출신 교육시스템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행 시스템은 예비전무출신으로 선발되면 일정기간 간사근무라고 불리는 수련기를 거친 후 원광대 원불교학과나 영산선학대를 졸업하여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원불교대학원대학교나 미주선학대에서 논문을 인정받아 석사학위를 취득하여야 출가식을 통해 정식 교역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소정의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해야 하는 것이 추가된다.

정부에서 정한 교육시스템에 교무품과 전무출신 교육시스템을 맞추다보니 이렇게 하게 된 것 같다. 세상에서 학력과 학위를 중히 여기니까 전무출신에게도 그에 준하는 학력과 학위를 갖추게 하였고 사법고시, 외무고시 등 시험을 통해 자격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제도를 따르다보니 전무출신에게도 그에 준하는 교무고시를 치르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에는 우리 교단에서도 동산 선원과 영산 선원을 통해 전무출신을 배출한 바 있다. 무슨 이유로 선원이 문을 닫거나 대학교로 바뀌었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세상에서 학위를 요구하고 있어서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이제 세상은 바뀌고 있다. 과거에 중요하게 여기던 학력과 학위는 이제 점점 중요하지 않게 되고, 실력이 중요한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대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스펙이 취업이나 인생의 행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기에 좌절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어떤 대기업에서는 학벌이나 스펙보다 스스로 업무추진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보고 직원을 선발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화려한 학벌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정작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해보라고 했을 때 창조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종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혜안을 갖추어야 하는데 현행 정부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현대는 지식이 중요한 시대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학교를 통해서만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기에 정부가 정한 대로 교육과정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학교를 통하지 않고도 원한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지식을 쌓을 수 있고 실력을 갖출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이제 우리가 원불교의 교법과 실천에 자신이 있다면 원불교 나름대로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교육시스템을 세워 정부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더 훌륭하게 마음공부 전문인으로서의 실력 있는 전무출신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갖고 있던 선원제도를 복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며, 선원에 입학하는 자격에 대해 세상의 잣대에 좌우되지 않고 원불교 교법에 바탕한 고유의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과정은 문제 많은 세상의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런 제도권 교육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삶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 이런 사례가 축적되어 가면 자연 많은 인재들이 찾아올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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