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속이 알차고 내실 있는 교당

▲ 지난 여름, 만덕산훈련원에서 교도정기훈련을 진행했다.
작지만 속이 알찬 교당, 내실 있는 교당. 아마 상계교당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들일 듯 싶다. 실제 상계교당의 겉모습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초행길이라면 형형색색의 상가 간판들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원불교'라고 적혀있는 단출한 상계교당 간판을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둥지를 틀고 있는 낡은 상가건물 역시 특별한 인상을 주기는 힘들 듯 하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달리 교당 안에 들어서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한 법향이 먼저 풍겨 온다. 그리고 그 법향이 법회 때면 법당을 가득 메우는 교도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연구와 실천으로 꽃피우는 자신성업

상계교당 교도들의 하루 일과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상의 법문사경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80여 명의 교도 중 50여 명이 꾸준히 법문사경을 통해 적공하고 있다.

덕분에 교도의 수가 많지 않고, 법문사경을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순위가 껑충 껑충 뛰어 올라 이제는 전국순위 8위, 서울교구에서는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또 서울교구에서 40위 안에 드는 교도도 5명이나 된다는 점도 그 노력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용문 교도부회장은 "요즘과 같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개인일정도 바쁘기 때문에 교리공부를 챙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교당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법문사경으로 하루를 시작하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이분들은 쉬는 시간에 한 단락이라도 법문사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또 "자판은 물론, 사용법도 모르는데 법문사경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산 교도도 있다. 처음에는 괄호가 어디 있는지, 콤마가 어디 있는지도 몰라 밤 10시에도 전화를 걸어 물으시더니 요즘은 능숙해져서 하루 평균 30단락을 사경한다"고 덧붙였다.

상계교당에서는 기존의 교도들뿐 아니라 신입교도들에게 법문사경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법문사경을 함으로써 법문과 교리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법문사경과 함께 1분선도 서로 권장하고 있다. 비록 짧은 선이지만 자신이 유념을 했는지 무념을 했는지 점검하고, 경계를 마주치는 순간마다 자신이 마음을 멈추고 돌리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마셨을 때 몇 잔을 마셨는지 적어보고, 담배를 피우는 이는 하루에 피는 담배 양을 기록해 점차적으로 줄이는 식이다. 몇몇 교도들은 이런 마음챙김을 통해 금연에 성공하는 등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렇듯 상계교당에서는 작은 것들을 하나 하나 착실히 쌓아 자신성업봉찬의 큰 틀을 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근 교도부회장은 "교도는 작은 습관을 고치고 자신이 부처가 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만하면 안 되고 행동해야 한다"면서 "자신성업봉찬이 돼야 타인에 대한 불공이 되고, 신입 교도 교화도 가능하다. 교화단이 활성화 되면 교당이 활성화된다. 이는 교당과 교구와 교단의 발전이다"고 강조했다.

법문사경과 1분선이 일상생활 속에서의 공부라면 목요공부방은 진리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사리연구의 장이다. 목요공부방에서는 반기별로 한 주제를 정해 심도 있는 강의가 진행되고, 그 주제의 마지막 강의 시에는 전공교수 또는 원로교무를 초청한 특강이 마련된다. 그러나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고 해서 모두 딱딱한 강의들로만 채우는 것은 아니다. 또 원불교와 관련된 내용만 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외부강사들을 초청한 미술·역사·문화 등 교양 강좌와 시사문제의 연결 등 진리에 대한 다각적인 조명을 통해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공부방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 신심과 공심으로 상계교당을 이끌고 있는 교도회장단과 최성덕 교무(왼쪽) .

일심합력으로 일구는 교화대불공

법문사경과 1분선 등으로 알뜰하게 쌓인 교도들의 공부심은 고스란히 교화대불공으로 녹아들고 있다.

상계교당의 원기98년 법회출석 목표는 평균 100명이다. 이를 위해 보통 10인 1단인 교화단을 8인 1단으로 구성했다. 각단에서 10인 1단의 온전한 단으로 구성하면 자연스레 100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10명을 채우는 단에게는 연말 제주도 여행이라는 상도 내걸었다.

고일철 교도회장은 "교무님은 무엇보다 교화대불공에 공을 들이시며 '서울 북부권의 거점교당이 되보자'고 하셨다. 우리 교당이 100명의 법회출석 목표를 잡은 것이 그 이유다"면서 "이미 어느 단은 10명을 다 채웠다. 앞으로 너무 많은 단이 목표를 달성해 여행경비를 달성하지 못할까봐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웃음 지었다.

그러나 이런 결과물들이 그저 절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 뒤에는 단장·중앙과 교당 임원들의 값진 땀방울이 숨겨져 있다.

최 교무는 "교당 임원들이 모두 공심과 신심을 갖춘 분들로 교도회, 봉공회, 교화단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돌아 간다"며 "교무로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을 격려했다.

이성근 부회장은 "교무님께서는 '단장·중앙이 교단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교화대불공과 자신성업봉찬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화두를 숙제로 내주셨다"며 "이에 대한 답으로 교화단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부터는 매주 일요법회 때 감각감상 발표를 통해 자신의 공부성과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데 그 길라잡이를 단장·중앙들이 맡고 있다. 초기인 현재는 이들이 돌아가며 발표를 하고 이 후에는 각 단원들이 발표하도록 할 계획이다.
▲ 상계교당 출석부. 원기100년, 법회출석 100명 달성이 멀지 않았다.

아름다운 봉공, 지역사회과와 함께

상계교당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남성 봉공회원'이다. 다른 교당의 경우 봉공회원이라고 하면 나이 지긋한 여성교도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상계교당에서는 여성 교도뿐 아니라 남성교도들도 모두 봉공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리고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예산안과 사업계획안을 세우고 분기마다 이를 점검하고 있다.

그만큼 봉공회 활동이 체계적이고 활성화 돼 있다는 뜻이다. 봉공회에서는 교당의 궂은일과 함께 법회날이면 한 시간 정도 일찍 교당에 나와 차를 준비하고 계단에서부터 교도들을 맞이하는 등 교도들을 알뜰히 살피는 일들도 이들의 몫이다.

전 교도가 참여하는 봉공회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대화와 소통이다.

김영효 봉공회장은 "그동안 봉공회 활동이 교도님들과 많이 단절돼 있었는데 교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서로 대화를 많이 하고 이해가 되는 부분이 많아지니 회원들이 이제는 내가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이제는 교당의 울타리 밖으로 봉공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노원역 인근의 청소를 도맡아 했고, 한겨레학교 장학금 지원, 탈북인 저소득층을 위한 후원도 작은 금액이지만 이어나가고 있다.

김 봉공회장 역시 "예산이 없어 많은 금액을 돕지는 못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봉공회 외에도 최성덕 교무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당을 만들기 위한 최일선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는 상계6, 7동 지역사회복지협의회 부위원장을 맡아 지역 사회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지역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실제 최 교무가 노원구에 제안한 인사하기 운동은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주민실천운동으로 채택돼 구 차원에서 펼쳐졌다. 이는 원불교라는 이름은 내걸지 않았지만 원불교의 은사상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이를 통해 지역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간접교화인 셈이다.

그는 "경산종법사께서 주임교무들에게 지역과 함께 하는 교당을 주문하셨듯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은혜를 나누는 일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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