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가족처럼 모시고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운영, 내부고객 만족도 중요해
여성만의 섬세한 리더십, 연간 8만8천 여명 다녀가

휴대폰으로 인터뷰 일정을 잡는 동안 왠지 늘 보아왔던 사람 같았다. 처음 보는 인물인데도 말이다. 서울유스호스텔 김현명(49·장충교당) 총지배인이 그랬다. 통화의 목소리와 첫 인상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 같았다.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그를 만났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전문가답게 친절함과 원숙함이 배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유스호스텔이라는 개념은 참 생소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반인들은 호텔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면서도 요금은 호스텔 수준의 저렴한 가격을 바랍니다.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적은 인원으로 객실을 운영 하니까요."

원래 유스호스텔 운동은 19세기말 독일에서 시작됐다.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반더 포겔(Wander Vogel : 철새의 이동)이라는 교육 운동이 성행했다. 리하르트 쉬르만이라는 교사가 청소년들을 도시와 교실을 떠나 대자연 속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창안했고, 여행을 위한 간소하고 청결한 숙박시설을 마련하게 됐는데 이것이 유스호스텔의 시초가 된 것이다.

사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에 세종호텔을 거쳐 대학 강의 전담 교수로 일을 하고 있었다. 교단의 요청으로 2005년 서울유스호스텔 수탁과 관련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을 딛게 됐다.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요,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하나니라'는 〈대종경〉 인도품 12장의 말씀을 운영에 많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특히 내부고객(직원)을 만족시키는 데 초점을 둡니다. 내부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결국은 외부고객의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법문은 직원들의 마음을 읽는 데 더 할 나위없는 말씀입니다."

이런 철학 위에 서울유스호스텔은 직원들의 업무향상을 위해 해외 유수의 유스호스텔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선진기법을 체험하면서 효과적인 마인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저희 유스호스텔은 객실이 50개, 숙박정원은 430명 정도 됩니다. 초창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경제적인 자립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유스호스텔이 없는데다가 초기 홍보도 미미한 상태였기에 객실 공실률이 높았죠. 마케팅 부서를 따로 둘 정도로 절박했습니다." 현재 안정기에 접어든 유스호스텔은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일요일과 월요일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종 업계에서 여성 총지배인은 드문 편입니다. 그렇지만 유스호스텔이 가정 경영과 비슷한 면이 많다는 점에서 섬세한 여성 리더십은 장점이죠. '내 집에 온 듯 내 가족같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세밀하게 운영하고 있죠."

이런 노력은 외부의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온가족 세계 배낭 여행기〉의 저자이자 구로구청장인 이성 씨가 이곳을 다녀간 뒤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스호스텔'이라고 극찬할 정도다.

"직원들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내국인도 많지만 외국인의 숙박비율이 높기 때문에 어학은 필수고 실전에 활용할 회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자기계발비로 연간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종업계에서 급여나 기타 근무환경이 나쁘지는 않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그래서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직원들의 자기계발이다. 직원들의 성장이 곧 유스호스텔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서다.

"유스호스텔은 24시간 365일 운영됩니다. 황금연휴나 명절 등은 직원들에게 그림의 떡이죠. 교대근무가 진행되다 보니 전 직원이 참여하는 체육대회나 야유회는 꿈도 못 꿉니다. 항상 두 팀으로 나눠 자체행사를 합니다. 업계의 특성상 행정은 최소인원만 두고 객실정비나 시설관리, 응대부서 등에 대부분 투입돼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로부터 2005년에 수탁한 후로 어떠한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청소년시설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결국 자체 운영을 통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운명이다. 그래서 서울유스호스텔은 노후된 건물을 고려해 감가상각비를 적립하고 있다.

"유스호스텔인데 청소년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간 8만8천 여명의 이용객 중에 60%이상이 24세미만의 청소년들입니다. 성격에 맞게 운영 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청소년 이용객은 면세의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곳을 다녀간 청소년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죠. 해외 대학이나 지방의 중·고등학교에 단골이 생길 정도입니다. 지리적인 이점도 한 몫하고 있죠."

서울유스호스텔은 서울타워를 비롯해 명동, 청계천, 경복궁 등 주요관광지를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그는 이곳의 성장을 법신불 사은의 은혜와 서울교구 교무들의 해원기도 등 보이지 않는 음조와 음덕으로 돌리며 겸손해 했다.

교화에 있어 어떤 방면이든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한 그의 말에서 교단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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