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문제임을 알게 됐어요"
학부모 학교 통해 상담
자녀들의 변화에 눈물 보여

▲ 원경고 교정. 운동장 너머 기숙사가 보인다.
▲ 박영훈 교장이 학부모학교에서 마음공부 강의를 하고 있다.
합천군 적중면 황정리에 위치한 원경고등학교의 아침은 밝았다. 오전7시10분 박영훈 교장과 함께 미타산이 등지고 있는 황정마을을 산책하면서 학교 현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운무 낀 논바닥을 거쳐 바라보이는 학교를 쳐다보는 박 교장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입학생 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박 교장은 "지난해부터 학교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인가 학급에 비해 인원이 넘치고 있다. 지원자를 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특성화 고등학교로서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만큼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증거다. 마음공부를 통해 행복을 가꾸는 학교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산책을 마친 후 학교 화단 오른쪽에 초대 노윤환 교장의 뜻이 담긴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는 글귀를 발견하고 한동안 발길을 멈추었다. 초창기 학생들과 함께 했던 그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이런 뜻은 2대 정연수 교장에 이어 계속 전해 내려왔다. 이것을 볼 때 학교 운영방향인 사람됨을 중시하는 심성교육, 자연친화 학습·체험학습 등 실생활과 연계된 생활교육, 배움에 대한 자발성으로 스스로 함께 나누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그냥 된 것이 아님을 알수 있다.

오전11시가 되자 제52차 학부모 학교에 참석한 80명의 학부모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담임교사나 혹은 교과교사가 학부모들과 학생에 대해 깊이 있게 상담하는 시간을 앞두고 있었다. 개인별 상담 시간은 별도로 정해졌다. 명찰을 건 학부모들은 배정된 반으로 향했다. 학교 현관에 서 있던 이미경 연구부장은 "아이들은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욕심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아이들을 제대로 보게 하는 것이 학부모 학교다"며 "가정이 행복해야 학교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고 부모들도 행복하다. 다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행복과 멀리할때 아이들은 부모들을 싫어하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포기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 강한창 교사가 학부모들과 상담하고 있다.
학부모 학교의 시작

그동안 원경고등학교는 학부모 학교를 꾸준히 진행했다. 1998년 2학기부터 시작됐으니 햇수로 제법이다. 올해만 해도 3월16일에 이어 오는 5월10일과 9월31일에 그 일정이 잡혀 있다.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서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이를 통해 제 역할을 할수 있도록 여건조성 등을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학교 교육의 근간이 되는 마음공부 강의와 문답감정 프로그램에 바탕해 학부모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자녀에 대한 이해를 도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교사는 "학부모들 대다수는 처음에 기대없이 아이들을 입학시키면서 졸업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가 변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다 학부모 학교에서 상담과 학교 설명회를 듣다보면 자신이 문제임을 알게 된다. 이때 비로소 아이들을 받아 들인다"며 "학부모들이 진심으로 참회를 하면서 눈물을 보인다. 담임 및 교과 교사들에게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내는 것을 보면 알수 있다"고 말했다.

잠시 교장실에 들어서니 상담을 끝낸 학부모들이 박 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입생 학부모인 조영하 씨다. 직업군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도 올해 원경고등학교를 졸업한 조카로 인해 이 학교를 알게 됐다. 조카가 부드러운 성격으로 바뀐 것을 옆에서 지켜 보면서 부터다.
▲ 교장실에서 박영훈 교장이 상담을 끝낸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 씨는 "입시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막내를 보면서 마음공부가 필요한 것을 절감했다. 입학 전에 시작하는 OT가 끝나고 막내가 많이 밝아졌다. 입학 후 1주일만에 집에 왔는데 기숙사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처음에는 핸드폰 무제한 서비스를 요구했으나 친구들과 금새 친해진 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30분 쯤 지나자 학교운영위원장인 정상섭 선임기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 역시 아들을 원경고에 입학시켰다. 아들의 마음을 아는데 어려움을 겪은 터다. 올해 3학년인 아들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정 기자는 "자연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인 아들이 원경고에 입학하고 부터는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기타에 취미를 붙여서 스스로 해 보겠다고 한 것이 너무 대견했다. 무엇을 해 보라고 해도 귀찮아 했던 성격이 바뀐 것을 보고 원경고에 보낸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던 그는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다. 이렇게 친구, 형님, 부모처럼 다독여 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것은 자기 희생이 없이는 힘들다. 아이들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만 봐도 배우고 간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박 교장은 "여기에 있는 아이들 기운을 부모들도 느낀다. 행동은 자연스럽게 익어진다"고 강조했다.

현관을 나오자 운동장 한켠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올바른 심성을 함양시키기 위한 학교법인 원명학원 이사진들과 재가 출가교도들의 오롯한 염원들이 자리매김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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