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면 위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의두·성리와 기도 생활로 일관
생사의 깨달음 목표로 정진

햇살, 바람, 꽃이 화려한 날, 부산 다대포에 거주하는 부산교당 건산 황기환 (75·乾山 黃機換)교도의 집을 찾았다. 바다가 보이는 거실에서 입교동기를 묻자 그는 맑고 힘 있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불심이 깊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젊은 시절부터 불경과 철학서적에 심취해있었습니다. 마산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이사를 왔던 원기63년 집사람의 인도로 입교했습니다. 교무님이 선물하신 〈원불교전서〉를 읽었는데 특히 정전과 처처불상, 사사불공, 실상사 노부부 얘기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불교에 비해 진일보한 혁신적인 종교라고 생각했던 그는 입교 후 35년째 기도생활을 이어왔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직장에 갔고, 집에 돌아와서도 기도를 하고 잠에 들었다. 정례법회도 빠지는 일이 없었다. 이는 한번 결심한 것은 열정을 갖고 실천에 옮겨야하는 그의 성격과 관련되는 부분이다. 이렇듯 철저한 공부인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큰 어려움이 닥쳤다.

"고3이던 큰딸이 수능을 친 뒤 갑자기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병원에서는 갑상선 이상과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딸의 정상적인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아내와 저는 법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딸을 위한 특별 기도를 실시하며 정성을 들였습니다. 4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큰 딸은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현재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 가족 6명이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타고 있던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타이어 펑크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차는 심하게 손상됐지만 다행히 가족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기도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영어교사로 39년간 근무한 그에 대해 부인 성영희 교도는 "한 번씩 저에게 건네주는 월급봉투가 얇아져 물어보면 공납금을 내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서 도와줬다고 하더군요. 자기가 돕지 못할 때는 부유한 학부형에게 도움을 요청해 결국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줬지요"라고 귀뜸했다. 학부형들이 마련한 회식자리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그는 청렴하고 성실하게 근무했던 공로를 인정받아 녹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처음 기도생활을 할 때는 기도를 하는데도 어려운 일이 많이 생겨 때로는 원망심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정성을 시험하는가보다 마음을 돌리고 기도를 계속 하니 힘든 과정도 지났고 이제는 어떤 경계가 와도 담담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기도는 지극한 정성을 들이면 조만은 있을지언정 반드시 이뤄진다'는 대종경의 말씀을 확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그는 오전 4시30분부터 좌선과 대적공실 법문과 화두 연마, 〈금강경〉, 〈정전〉, 〈대종경〉, 〈불조요경〉, 〈수심결〉 봉독까지 2시간30분에 걸친 새벽기도와 오후10시30~12시까지 좌선과 경전봉독 중심의 기도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젊은 교도들이 특히 의두·성리를 연마할 것을 강조했다.

"의두가 잘 걸리지 않는 사람은 먼저 자기가 살아가는 삶속에서 나타나는 경계를 보며 왜 그럴까, 왜 그럴까하며 작은 의심을 계속 걸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힘들면 의두요목 20개를 읽다보면 자기한테 맞는 의두를 정해 연마하면 됩니다. 주의할 것으로 욕심을 부려서 빨리 해결하려 말고 시간을 갖고 답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수행하다 보니 40대 초반에는 전혀 몰랐던 의두들이 지금은 정답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 해석이 되고 지혜가 밝아진 것이 느껴졌다. 교도들이 교당 법회만 참석하기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실천해서 비 교도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2000년 부산대법회를 준비하던 시절 그는 6년간 교도회장을 역임하며 교도로서 교화대불공을 실천했다. 현재는 성불1단장을 맡아 단원들의 법회출석을 1순위로 잡아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치열한 공부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은 저로서는 이제 무엇보다 성리에 토를 떼는 것과 생사에 깨달음을 얻는 것이 인생의 최대의 목표입니다. 더불어 병약했던 저의 건강을 찾아줬고, 2남2녀의 자녀도 훌륭하게 키웠고, 지금까지 아무 걱정 없이 수행,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아내에게도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는 원기91년에는 월간수필문학사 '고갯마루'라는 작품으로 문단에도 등단했다. 하루 일과를 기도와 의두, 성리, 교전공부, 산책, 댄스교실, 중국어 공부, 참회반성의 일기쓰기 등으로 정해 알차게 보내고 있다. 평소 길을 걸을 때 차를 탈 때도 단전에 기운을 주하고 독경하거나, 성리를 연마하며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고 있는 그는 열정의 공부인이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