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는 우리'가족'들의 울타리입니다."

어려운 이웃이 늘고있다. 경산종법사는 신년법문에서 '인정미'를 강조했다. 이웃간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돌봐주며 온정을 건네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에서는 이웃과 함께 희망을 나누며 인정미를 전하는 현장이나 인물을 만났다.
1주 자선원·동그라미플러스, 2주 용인 은혜학교, 3주 군산 은혜의쉼터, 4주 원봉공회 빨간밥차 나눔현장이 게재된다.
▲ 은혜의 쉼터는 야외활동 체험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전체상담은 1,437건(2,390회)이며 이중 성폭력 상담은 1,321건(2,251회)이다. 전체 상담횟수 대비 상담건수의 비율이 60.1%를 차지하고 있고, 1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상담이 많았다.

군산 은혜의 쉼터는 교단에서 운영하는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이다. 전문상담과 교육, 의료서비스, 생활적응훈련, 자립재활프로그램 등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2002년 문을 연 이후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회복하도록 도와주고, 존엄성 회복으로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사회에 기여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입소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김현진 교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쉼터 가족들의 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저희 은혜의 쉼터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이예요. 현재 입소자는 10명입니다. 연령이 다양해요. 성폭력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이 해당돼요.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지속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다거나, 피해자의 보호자가 적당치 않으면 저희 쉼터에 오지요." 김현진 교무는 입소자들이 연장 가능한 시간까지 2년 동안 은혜의 쉼터에서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친족에 의한 성폭력의 피해와 치료의 어려움을 전했다. "대체적으로 친족에 의한 성폭력으로 친부나 계부, 또 오빠 등에 의한 피해가 많아요.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은 처음 한번이 문제예요. 그 다음에는 쉽게 가해자가 원하는 때에 지속적인 피해를 당하게 되는 거지요." '가족'을 강조하는 한국사회 문화는 가정폭력이나 친족 성폭력을 '집안일'로 은폐하고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기 쉽다. 또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드러내기 힘든 일차적인 이유는 "가족 안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사회적인 분위기 탓도 있다. 자신이 이해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는 성폭력의 유형과 그 피해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성폭력은 세 유형이 있어요. 성희롱, 성추행, 강간이 모두 해당돼요. 저희 쉼터에 온 입소자 중에는 성추행도 있고 강간도 있어요. 성폭력은 그 충격이 굉장히 커요. 특히 정신적 충격이 커서 지적성장이 멈춰버리는 거죠. 무조건 남자를 거부하거나 집착하는 심각한 경우도 있어요."

성폭력은 분명한 범죄임을 상기시키는 그는 가해자가 오빠인 경우, 피해자 보호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그는 "오빠가 가해자인 경우, 가해자인 오빠는 집에서 보호를 받고, 피해자인 여동생은 쉼터에 오게 돼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를 받게 되는 거지요." 그게 제일 마음 아픈 일이라며 김 교무는 법적 제도마련을 강조했다.

"저희는 가해자 교육을 꼭 시켜요. 부모의 입장에서 가해자인 아들을 고발하기는 쉽지 않아요. 부모가 고발을 하지 않으면 가해자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가 없어요. 사회적으로 가해자가 교육을 받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는 가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 등 가해자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치유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 심리정서지원 활동.

은혜의 쉼터 자립재활프로그램

은혜의 쉼터는 성폭력 피해여성 지원활동으로 심리, 의료, 법률적 지원과 함께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교무는 "저희 쉼터에 입소하게 되면 우선 의료지원으로 산부인과와 신경정신과 등 병원치료를 받아요. 대체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오기 때문에 건강이 여러모로 안 좋아요. 육체적인 건강회복과 함께 심리 지원으로 상담치료를 많이 하죠." 전문적인 심리치료에 앞서 은혜의 쉼터에서는 한 달 동안 입소자의 성격이나 행동을 꼼꼼히 인지하는 과정을 거친다.

심리, 의료지원과 함께 은혜의 쉼터가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치유 프로그램 또한 각별하다. 심리정서 지원으로 정기적인 영화감상 및 식구 간 외식은 물론 역사문화탐방과 다도체험, 야외캠프, 발레공연 관람 등 야외활동 체험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굉장히 밝아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소극적이긴 하지만 아주 명랑하지요. 지능지수가 낮다고 모든 행동이 떨어지는 게 아니예요. 우리 아이 중에 춤 잘 추는 아이가 있는데, 새로 나온 곡이나 춤을 그렇게 잘 익혀요."

그는 자연 속에서 심신의 안정과 치유를 얻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입소자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을 바라고 있다.

김 교무의 바람이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이주여성 등의 쉼터에 대한 교단적인 관심이다. 그는 우선 성폭력 동반가족들을 위한 그룹 홈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인지가 돼서 쉼터가 많이 생겼어요. 저희 은혜의 쉼터가 10번째로 개소했는데 전국적으로는 21곳이 있어요. 문제는 성폭력 동반가족이 입소할 때가 없다는 거예요."

그는 은혜의 쉼터에서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아픔을 극복한 입소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그룹 홈의 절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적인 허용여건이 안되고, 관리자 양성 등 물리적인 환경 또한 용이치 않은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쉼터를 위탁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실제적으로 사람이 없는 거예요. 이일을 하는 사람이 교단 안에 저 밖에 없는 실정이예요. 관리인재로 출가도 없고 재가도 없어요." 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11년간 쉼터를 운영해 온 어려움이 컸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며 누군가 이 일을 해나갈 뜻있는 인재들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 은혜의 쉼터는 심신의 안정과 치유를 통해 입소자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를 위해 출가 교도들의 인식 전환을 당부하기도 했다. "입소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쉼터가 얼마큼 도움을 줬는지 몰라요. 그걸 섭섭하게 생각하면 안 되죠. 저는 우리 가족들이 나를 잊어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픔 자체를 잊어버려야 일상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거니까요. 누군가 이 일을 하는 걸 알아주는 게 중요한 건 아니예요."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그냥 잘 살아주면, 그것으로 만족이라는 은혜의 쉼터 김 교무의 말에서 쉼터를 운영하는 그의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가족'이예요. 쉼터는 우리 가족들의 울타리입니다." 김 교무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은혜의 쉼터 앞마당에는 제각각의 봄꽃 나무들이 그 뿌리를 자리 잡으며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