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일기 기재,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30세 입교, 한결같은 신성으로 일관
〈전서〉 봉독 정진, 상시일기 교당 제출

봄기운이 완연한 4월. 하지만 변덕스럽게도 꽃핀 곳에 눈이 내렸다. 순창으로 가는 동안 수채화 같은 산천이 나를 반겼다. 시내를 가로질러 도착한 교당에는 주타원 김귀주(90·珠陀圓 金貴珠) 교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은 장수의 고장답게 풍요로워 보였다.

"순창에 교당이 들어오기 전부터 입교해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큰 시누이인 최도정 교도가 저를 비롯해 가족들을 교법으로 인도했지요. 당시 큰 시누이의 교화력은 대단했습니다. 아마 순창지역을 연고로 하는 많은 교도들이 큰 시누이와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큰 시누이의 교화력은 대단했다. 순창군에 교당에 들어오기 전부터 큰 시누이에 의해 입교한 사람들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입교하고 교당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번 교당에 다니면 끝까지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그의 굳은 신심은 옆에서 있던 고세천 교무가 증명했다. 고 교무는 "주타원님은 활발하고 주도적인 성격이다"며 "늘 앞장서서 일을 하는 스타일로 교당에서는 교도들의 정신적 지주처럼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고 거들었다.

그가 30살에 입교했으니 일생을 교당과 함께 해 온 셈이다. 그만큼 신앙생활이 삶의 자양분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교당에 열심히 다닌 것은 내세는 그만두고 라도 당대에 써 먹어야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제 생각이 옳았습니다. 교전을 보면 볼수록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절대적인 은혜를 알게 되었고 감사 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줬습니다."

사실 순창군의 교세는 매우 약한 편이다. 초창기 신실한 교도들이 주축이 돼 그 믿음을 이어가고 있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전과 교무들의 말이 법이 됐다.

"교전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봉독했던 대목이지만 대종사님의 말씀과 내 마음이 하나로 연해질 때 그 감정이 납니다. 눈물이 스르르 흐르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교전공부에 있어 그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놓지 않고 챙기고 또 챙기는 마음이 공부를 성숙시켰다. 하지만 그가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잘 앉지 못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구한 것이 누워서 교전을 보는 것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멈추더니 교당에서의 추억을 들려줬다.

"순창군이 고추장으로 유명하잖아요. 봉공회에서 교당 기금마련을 위해 고추장을 담가 전국의 교당이나 친지들에게 팔았지요.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교무님이나 교도들이 한 몸이 되어 재미나게 신앙생활을 했지요. 교당을 내왕하면서 공부하며 일하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그는 어린 아이 마냥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지난 추억을 더듬었다. "특히 중타원 김대심 교무님이 계실 때는 교당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지요. 교당 일에 협력하면서 가정살림을 소홀히 해 남편에게 구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냥 교당에서 지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습니다. 기도도 하지만 또래 교도들끼리 모여 성가 배우기, 윷놀이 등으로 유쾌한 시간을 보내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지요. 그때는 법흥이 절로 났지요.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민을 꺼냈다. 고령화된 교도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현재 저를 비롯해서 교당 교도들의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 가장 젊은 측에 속하는 교도가 70대거든요. 교당에 젊은 교도가 없어서 걱정입니다. 그래도 젊은 고세천 교무님이 부임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는 '절은 절로 되고 원불교는 원하는 대로 된다'는 말처럼 순창군의 교화가 다시 일어설 것을 희망했다.

"상시일기를 기재하는 데 정성을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공부의 골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공부하기 싫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고 심신 간의 공부에 힘을 씁니다. 조목은 무관사에 동하지 말자, 원망하지 말자, 염불 좌선하기 등입니다. 치매 예방에도 좋고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게이트볼 회원이 19명인데 이들의 전화번호를 다 외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아 주변에서 컴퓨터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하루 하루를 상시일기 기재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고 말한 그는 건강관리의 묘법을 전해 줬다. "건강 비결은 뭐 없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살자는 마음입니다. 지나간 과거보다 다가 올 미래보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있지요. 즐겁게 사니 눈과 귀, 기억력도 또렷해지고 몸도 건강해짐을 느낍니다."

그는 〈대종경〉 천도품이나 〈정산종사법어〉 생사편 등을 연마하며 내생을 준비하고 있다. 교당 천도재에 빠짐없이 참석해 고인들의 해탈천도를 기원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항상 정법에 대한 서원을 챙기고 또 챙기려는 마음에서 그의 일관된 신앙심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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