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만드는 일이 즐겁습니다"
실용적인 디자인 고객들 만족
대종사 의복 재현 참여에 보람

대구 방천시장에 자리잡은 개성한복. 담백한 옷감 뒤에서 대구교당 차현미(55)교도가 얼굴을 내민다. 방글방글 웃는 그의 웃음에서 전문인의 향내가 배어난다.

"이곳은 저의 작업 공간입니다. 4년전에 갑자기 열반하신 어머니는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지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바느질 소리를 듣고 옆에서 일을 도왔으니까요. 39세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가 자부심으로 내비친 것은 2003년 소태산 대종사 열반 60주년을 맞이하여 기획한 의복 전시회다. 그는 파일로 정리된 그 당시 실측 자료들을 내보이며 회상에 젖는 듯 했다.

"원불교역사박물관 수장고에 가서 유품을 직접 만져 본 것만 해도 보람된 일이었어요. 옷으로 대종사님의 체취와 숨결을 느낄 수 있었으니 영광스러웠죠. 실측한 후 재현 작업을 하면서도 기뻤습니다."

그가 재현한 의복은 대종사 당시 착복 의류 30여점 중 밤색 두루마기, 모시 겹 두루마기, 모시 바지저고리, 무명 바지 저고리, 회색 명주 바지 저고리, 모시 적삼 등이다. 그는 이외에도 정산종사의 무명 바지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재현하기도 했다.

"대종사님의 유품을 살펴보았을 때 좋은 옷감에 바느질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이와달리 재현한 정산종사님의 의류 중 쑥색 두루마기 외에는 대종사님 유품보다 검소하고 소박한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아마도 한국전쟁 등으로 인한 어려운 살림살이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이처럼 옷에는 그 시대의 역사와 생활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런 그는 대구대학교 평생대학원 한복 디자인 연구과정을 공부하면서 풀리지 않던 궁금증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머니로 부터 한복 짓는 기술을 전수받았으나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남긴 유물이 전시된 박물관 견학은 많은 영감을 주었고 우리 옷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갔다. 그는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식과학학과를 졸업한 후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서 한국복식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경기도 박물관에는 출토복식 재현복을, 온양박물관에는 옛 여인들이 외출할 때 쓰는 처네와 여성속바지를 재현하여 기증한 것도 그의 열정의 표현이라 할수 있다.

"한국복식학을 공부하면서 우리 옷에 대한 지식을 갖추었고 출토복을 통해 시대별 다양한 형태의 옷을 보면서 제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옷을 디자인 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후 그는 자주 방문을 하는 단골 지인들에게 자신이 디자인 한 옷을 입을 것을 권했다. 이들이 즐겨입는 것에 감사했고 오래전 옷을 맞춰입은 고객이 지금도 만족해 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이로인해 옷 만드는 일이 이제는 즐겁단다.

"옷 만드는데 있어서 옷을 입는 고객들의 취향과 체형을 읽어내는 것입니다. 대를 이은 노하우를 살려 기초부터 체계적이고 기본을 바탕으로 정직하게 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걸림과 막힘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제가 만든 옷을 입어주시는 분들이 저를 믿어 주고 의견을 존중해 주니 한복 짓는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 보람을 갖습니다."

그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인도' 옷맵시를 좋아한다. 그 느낌만을 살려 옷을 만들기도 한다. 전통 한복의 우아함과 아름다운 선을 살려 주면서 편하게 입을수 있는 한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 한국복식 과학재단 한복디자이너 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 한복 콘테스트 대구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풍부한 저력이기도 하다.

그는 이야기 말미에 교법에 맞게 고객들을 응대한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했다.

이 모든 것에는 삼덕교당 대문 맞은편 집에 살다 입교한 그의 신앙심이 바탕이 되어 있다. 이 인연으로 대종사 유품을 재현하게 됐고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착용은 편리한 동시에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 하게 됐으니 그로서도 기쁨이다. 벽면에 걸린 '웃음'과 '네덕 내탓' 목판 액자가 그의 생활 일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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