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8-20 16:12 (화)
또 다른 가족이야기 ① 가족의 의미와 형태 변화
또 다른 가족이야기 ① 가족의 의미와 형태 변화
  • 민소연 기자
  • 승인 2013.05.03
  • 호수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혈연보다는 목적으로, 가족의 재구성
평균 수명의 증가로 한국 전통가정의 형태를 벗어나 새롭게 구성되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또 세대별로 인지하는 가족에 대한 의미도 다양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또 다른 가족이야기'라는 주제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보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1주 가족의 의미와 형태 변화, 2주 70대 부부의 일상, 3주 소년소녀가장의 애로점 및 실태, 4주 한센인 정착촌의 공동체 가족을 취재한다.
▲ 고령가구 수 및 독거노인 가구 수, *출처-통계청.

이제는 누구랑 사느냐는 질문도 조심해서 해야한다. 우리나라 가구 넷 중 하나는 1인 가구, 절반은 부부나 부자, 모자로 이뤄진 2인 가구다. 3명 이상이 알콩달콩 '즐거운 우리집'을 이루며 사는 집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1733만 9천 가구 가운데 1~2인 가구가 48.2%인데 반해, 4인 가구는 22.5%에 그쳤다. 더구나 1~2인 가구의 증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1인가구는 2025년 31.3%, 2035년에 이르면 34.3%다.

왜 혼자들 살까. 최근 10년간 1인가구는 192만 명이 늘었다. 이 중 미혼 상태의 1인가구가 증가분의 46.2%로, 이같은 미혼 남녀의 결혼 기피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자연히 출산율도 낮아졌는데 오히려 이혼은 늘었다. 최근 부쩍 증가한 50대 황혼이혼 역시 주 원인인데, 이혼을 하지 않더라도 이 시기 자녀를 유학이나 결혼시키며 떠나보내는 '빈 둥지 가구'가 형성되기도 한다. 예전보다 자녀 수도 확연히 적어지고, 외국이나 큰 도시로의 유학도 활발해져 일찌감치 부부나 남편(기러기가족)만 남는 경우도 많다. 수명이 길어졌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특히 사회적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노년층 인구는 65세 이상 5명 중 1명이 혼자 산다. 1인 노인 가구는 112만명으로 2000년 통계치보다 2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 성별·연령별 1인가구 분포, *출처-통계청「인구주택총조사」, 2010.

가족 구성원의 수로만 보자면 2인가구가 24.5%로 1인 가구를 조금 앞지른다. 2인 가구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가장 많이 포함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족', 아이를 낳고 싶어도 소득이 적어 어쩔 수 없이 낳지 못하는 '핑크(PINK, Poor Income No Kids)족', 심지어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딩펫족(부부+애완동물)'도 있다. 또한 조손가족의 증가도 2인 가구에 큰 영향을 준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조부모와 만 18세 이하의 손자녀로 구성된 전국의 조손가족은 1995년 3만 5천가구에서 2010년 6만 9천 가구로 2배 정도 늘었다. 조손가족의 80% 이상이 조모나 조부 혼자 손자녀를 키우고, 자녀의 이혼이나 재혼 때문에 손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절반에 이른다.

새로운 가족 형태의 등장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중요하다. 현재 미혼남녀가 결혼을 포기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며 향후 등장할 새로운 가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엔미래포럼의 한 예측기관이 연구한 '미래의 가족' 보고서는 경제적 원인으로 가족 구성원이 이합집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밝혀진 새로운 가족 형태는 일과 연관된 파트너와의 동거가족, 부메랑 가족(취업해서 독립한 자녀가 실직을 당해 돌아온 가족), 재정적부모(재정적으로 의존하는 비혈연의 구성원), 크루즈 가족(은퇴하고 정처없이 떠도는 노인 가족) 등이다. 심지어는 정부에서 가족 단위에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을 활용하기 위해 아무런 정신적 유대관계가 없는 '편리상의 가족'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계속 증가하는 1인가구 (단위=%) *출처-통계청

양복입은 아빠와 앞치마 두른 엄마, 교복입은 누나와 남동생이 뚝배기 된장찌개에 숟가락을 같이 넣는 저녁풍경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가족이 아니다. 우리가 알던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이미 해체됐거나, 지금도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그렇다면 '가족의 해체'가 왜 문제가 될까. 가정은 가족이 내포하고 있는 돌봄이나 보살핌 기능을 수행하는 집단이다. 영유아나 노인, 환자 등 특히 취약계층에게는 이 1차 공동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연간 13조에 달하는 가족해체비용도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 역시 막대한데, 이혼에 따른 위자료, 자녀양육비, 별거 중인 자녀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3조원, 가정 폭력 피해자 치료비만 연간 6천억원이다. 보육관련 예산의 증가와 함께 특히 노년층에 들어가는 비용이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한해 노인 돌봄, 장기요양보험 등 노년층 서비스에만 3조 7920억이 소요됐다.

가족이 해체되고 1~2인 가구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반면, 정책 분야의 유연성은 한참이나 떨어진다. 청약가점제, 소득공제제도, 사회보험 수급자격 등 기존 정책은 3~4인 가구 중심으로, 이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가족해체에 따른 불안정한 주거환경과 일자리, 사회적 편견, 차별 등의 문제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이 사회가 미처 다 껴안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상은 뚜렷한데 대안은 더딘 상황 속에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한 '새로운 가족'들도 있다. 동호인들이 한 동네에 사는 '동호인마을(일명 타운하우스)'은 분명한 증가추세다.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미술인마을'은 여섯가족이 시작한 동호인마을이다. 혼자 구입하기 힘든 넓은 땅을 함께 구해 조립식 주택과 작업실을 직접 지었다.

새로운 가족 형태의 대명사가 된 '성미산마을'은 특히 공동육아로 유명하다. 이 마을에서는 아이가 '누구네집 딸'이 아닌, '오름', '초록비' 등 별명으로 불린다. 마을 어른들은 품앗이 형태로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한다. 우리의 옛 농촌마을처럼 모든 부모들이 모든 마을 아이들을 공동으로 양육한다는 개념이다.

UN의 2012년 협동조합의 해 선정을 계기로 커진 전세계적인 관심은 가족 형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조합원들이 출자해 주택이나 일자리 등 공동의 목적을 함께 이루는 협동조합 마을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서 지원·홍보 중이다. 전북 전주의 합굿마을은 농촌어메이니티를 발굴·유통하며 농가발전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야채타악체험, 옹기체험, 전통생활체험 등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며 함께 살고 있다.

이 밖에도 결혼을 거부하는 '비혼자(非婚者)'들의 공동체나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의 공동체도 증가하고 있으며, 입양가족이나 동성연인가족 역시 늘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나 양육거부로 인한 '고아 아닌 고아'들의 보육원이나 실버타운, 노인요양시설 등도 새로운 가족 형태로 꼽힌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빠와 엄마,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가족을 '정상가족'으로, 그렇지 않은 가족을 '비정상 가족' 혹은 '문제있는 가족'으로 바라보던 관점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거공동체로 가족을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부모 없는 청소년들은 방학 때면 밥을 굶고, 혼자 사는 노인은 아무도 모르는 죽음 '고독사'를 염려한다.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1인가구가 태반인 상황 속에서, 소식 끊긴 부모나 자식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가려진 취약계층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국가나 지자체의 복지정책만이 이 가족문제의 해답일까. 우리 교단은 지금 어떤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