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 일성의 집약된 경세(經世) 경륜(經綸)

▲ 오선명 교무 / 경남교구 문산교당

소태산대종사께서 대각을 이루시고 얼마 후(1916년 음 5월경) 영산성지 범현동 이씨재각에서 최초의 제자들에게 내리신 법문입니다. 이 최초법어에는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 일성이 구체적인 인류 구원의 의지로 집약되어 나타납니다. 수신의 요법 4조, 제가의 요법 5조, 강자 약자 진화상 요법 2조,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 4조 등 수(修)·제(齊)·치(治)·평(平)의 유학적 기본구성 〈대학〉을 갖춘 경세경륜이 드러나 있습니다.

일제 제국주의 침략하의 암울한 시대상황을 연상해 볼 때 이 최초법어는 비록 근동의 몇몇 제자들과 더불어 내리신 법문이지만 그 어떤 법문보다도 소태산 대종사의 시대를 꿰뚫는 철인적 면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시대를 반영한 사회구원의 결의 내지는 경세적 경륜이 돋보이는 법문입니다.

원불교의 교리가 구체화 되는 시기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대각하신지 약 4년 이후, 곧 석두암 봉래정사에 휴양하시면서 제법을 초안하시는데 놀랍게도 이 최초법어 수신의 요법에 수양·연구·취사의 삼학(三學)이 나타나 있고, 제가의 요법에는 원불교 교리의 근간이 되는 영육쌍전, 이사병행, 불법활용, 생활종교, 정교동심 등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강자 약자 진화상 요법과 지도인 으로서 준비할 요법에는 인류 진화 평화 원리 내지는 인류 구원의 대원칙이 나타나 있습니다. 26세의 청년 소태산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통하여 개인구원에서 인류의 영원한 구원의 원칙을 천명하신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며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깊이 새기고 담아서 이 경세경륜을 펼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를 깨우쳐 진급 합시다

〈수신의 요법〉4조는 자신을 철저히 깨우쳐 진급하게 하는 요법입니다. 1조,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이요 하였는데 이것은 교육을 통해 철저히 자신을 깨우쳐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질러 시대를 볼 수 있고 향도해 나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춤으로써 수신의 요법을 삼았습니다. 2조는 정신수양이 분수를 지키는데 안정을 얻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하여 시간과 처소, 환경이 만들어내는 경계를 접할 때 정의라는 가치관을 설정하여 실천하게 한 것 또한 매우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수신의 요법으로 파악됩니다. 뿐만 아니라 3조, 4조에서도 일과 이치의 연구 및 시비 이해의 바른 판단 하에 그 실천력에 있어서는 지행을 한결같이 대조하게 한 점은 인격수양에 있어서 실천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곧 수신의 요법에 나타난 핵심은 나를 깨우쳐 일원상 진리의 신앙과 수행에 발맞추어 진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영원한 구원 원칙을 천명

상생·진화·평화의 메시지


가정은 행복의 안식처

현 사회는 가정에서의 온갖 불화 내지는 갈등이 심화되어 청소년 문제, 부부 문제, 노인 문제 등 사회 문제로 노출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세계의 축소판은 가정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의 행복은 곧 세계의 평화입니다. 우리의 가정은 안전합니까? 어려움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하려고 합니까? 자신의 가정이 만족할 만큼 행복하다면 영구히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합니까? 제가의 요법은 소태산 대종사님의 이상적인 가정관입니다. 특히 소태산 대종사께서 대각을 이루시기 전 20여년은 매우 부적응적인 유년 시절과 방황속의 청소년기, 혼란한 청년 결혼기를 거쳐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험한 난맥상을 극복한 제가의 요법으로 파악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의 요법은 5조목인데 첫째, 경제 자립. 둘째, 호주의 역할. 셋째, 가정 민주화. 넷째, 친밀한 도덕의 사우(師友) 및 정교동심의 동참. 다섯째, 모범된 가정 참조하기 등으로 대략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느 한 조목도 현사회의 가정 구성원들이 반드시 실천하지 않으면 안되는 요법입니다. 당시는 가부장적 대가족 구성원의 사회였기 때문에 어쩌면 이 요법들은 현 사회와 미래 사회의 핵가족, 다문화, 편부모가족 사회에 더욱 절실한 요법일 수 있습니다.

상생·진화·평화

〈강자 약자 진화상의 요법〉에서의 강자는 일본을 지칭하고 약자는 식민지하의 조선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으나 이 요법이 세계의 상생·진화·평화를 지향하는 원칙일진데 반드시 일본과 조선을 상대적으로 가리킨 것으로 볼 수만은 없습니다. 당시 약소민족들을 무참하게 짓밟고 악독한 짓을 서슴지 않고 벌였던 모든 강대국들이 포함되고 약자 또한 조선을 비롯한 수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포함됩니다.

일원상의 진리는 조화입니다. 음양상승이 조화이요, 강과 약이 조화입니다. 다만 상생과 평화의 전제적인 목표하에 진화라는 상보적인 관계형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소태산대종사께서는 이 진화의 상보적인 관계 형성 원칙을 강약 자리이타(自利利他)라고 밝혀 주셨습니다. 그래서 강자는 영원한 강자가 되고 약자는 강자를 선도자로 삼아 강자가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진화의 상보적 관계 형성 원칙을 깨뜨리는 것은 강약 자리타해(自利他害)라고 하셨습니다. 곧 강자는 영원한 강자가 되지 못하고 약자 또한 강자가 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강약의 진화적인 상생·평화의 길은 요원한 것일까요? 지상낙원을 건설하려는 원불교 출가재가 구성원 내지는 교당과 기관의 강약 차별의 대립 갈등은 없는지 자성(自省)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은 시대의 창조적 소수자인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조건입니다. 이상지식(전문가), 신용, 청렴, 지행일치의 네 가지 덕목은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교당의 요인들도 지도자입니다. 출가 재가 교역자들은 분명 이 사회의 지도자들입니다. 언제나 이 네 가지를 명심불망(銘心不忘)해야 합니다.

최초법어는 26세 청년 소태산대종사께서 참으로 당당하고 꿋꿋하게 새시대 새종교의 성자로서 인류에게 상생·진화·평화의 메시지를 남기신 경륜입니다. 오늘날은 이 최초법어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각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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