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 훈련 할수 있는 방안 모색하고 있다"
하섬 8경 수놓은 연화지
유적지 통해 신심 다져

▲ 연꽃섬이라 불리는 하섬 바닷길의 풍광. 하섬은 교단 유일의 해상훈련원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성천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3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하섬 바닷길이 출렁거렸다. 그럼에도 저만치 보이는 110,346㎡의 하섬은 연푸른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섬 뒤편 선착장에 도착하여 오솔길로 올라서니 물과 불과 바람의 삼륜원리를 이용하여 건축된 연화실과 어울린 연화정이 보인다. 올해 한옥으로 건축된 연화정에서는 솟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김정륜 원장은 "이곳은 정양과 요양하기에 알맞다. 여기서 솟아 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희망을 느낄 수 있다. 그 앞 건물인 원음당을 다시 건축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뒤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연꽃방죽인 연화지에 도착했다. 연화지에는 하섬 8경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제1경은 서해낙조(西海落照), 제2경은 하도해로(荷島海路), 제3경은 쌍선명월(雙仙明月), 제4경은 동암월주(東岩月柱), 제5경은 북해금강(北海金剛), 제6경은 청정양풍(淸淨凉風), 제7경은 용두귀범(龍頭歸帆), 제8경은 변산야화(邊山夜火)를 말한다. 돌 하나 하나를 놓을 때 하섬과 주변 풍광을 생각한 식견이 놀라운 뿐이다.

그는 "교도정기훈련 첫날 저녁 프로그램인 서원의 밤에는 순례길을 걸으면서 정전 108배 명상을 하게 한다. LED 등만 켜둔채 촛불을 들고 진행되는 정전 108배 명상은 마음을 추어잡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훈련생들이 연화지에 도착하면 촛불을 띄워놓고 성업봉찬 특별기도를 하면서 서원을 새롭게 다지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화지 바로 옆 야외법당은 각자의 서원을 적은 풍등을 띄우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어 그는 인생을 되돌아 보며 정리기도를 할수 있는 사은관 터로 안내했다. 서해 낙조를 볼수 있는 곳이지만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허가가 나면 토굴로 지어진 사은관 위에 소법당과 생활관을 한옥으로 건축할 예정이란다.

그는 "동쪽은 새해 기도를 서쪽은 정리기도를 하게 하고 남쪽은 청소년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북쪽 건물은 기도 정진으로 본원으로 돌아갈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염원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선착장 착공을 비롯 각 정각 난방 시설 및 창문 교체, 전기승압공사를 완료한 것도 제법 결실지를 활성화 시키고자 한 측면이 있다. 내변산의 봉래정사 및 원광선원과 외변산의 하섬이 연계되는 훈련을 한다면 산중훈련과 바다 훈련의 묘미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매월 초 하루와 보름 무렵 물 갈라질 때 심화훈련을 할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하섬에 다리를 놓고 관광지를 만들었으면 하는 의견들을 제기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훈련지가 되려면 이런 의견들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정륜 원장과 원순이.

그러면서 그는 야외 법당 한켠 바위에 앉아 바다 갈라진 곳을 쳐다 보았다. 그 옆에는 원순이(진돗개)가 그의 손등을 간지르고 있었다. 어느 정도 대화를 한 후 혼자만의 길을 걷고 싶어 자리를 떴다.

연꽃섬에서 1박

김 원장과 헤어져 연화지 옆 은생수를 살펴보았다. 은생수 옆면에는 원기46년 7월이라 새겨져 있어 세월을 가늠하게 했다. 대산종사가 물이 부족했던 하섬에 새 우물터를 잡아 준 표시이기도 하다. 이 은생수는 신성을 상징하는 유적지 제14호로 자리잡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섬 안내판을 지나 유적지 12호인 정화사터로 향했다.

이 자리는 원기47년부터 이공전 원로교무의 주재 아래 〈교전〉, 〈예전〉, 〈성가〉, 〈정산종사법어〉, 〈교고총간〉 등을 편수했다. 대종사의 제법이 외변산 하섬에서 결집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오른편을 쳐다보니 유적지 13호인 종각집이 보였다. 황토집으로 잘 정비되어 있어 몇해전 보았던 분위기와는 달리 정겨움으로 다가왔다. 종각집은 원기46년, 대산종사가 종법사위에 오르기 한해 전에 기거하며 〈정전대의〉를 편찬한 곳이기도 하다. 교단사의 현장을 둘러 보는 것만 해도 신심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 느낌으로 순례길을 돌면서 주변에 즐비한 야생화를 감상했다. 제비꽃이 널려 있는 중간 중간에 애기 붓꽃, 현호색, 춘란, 산자고 등이 군락을 짓고 있었다. 순례길을 도는 사이 서해 낙조가 기다란 붉은 선으로 바다를 물들였다. 저녁공양 후 다시 연화정으로 돌아와 교전을 봉독하며 교서편수도량으로 자리매김한 의미를 되새겼다.
▲ 하섬 해돋이.

다음날 아침 다시 한번 순례길을 돈후 아침공양에 응했다. 이 자리에서 교도 정기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최명지 교무는 "하섬에서 생활하다 보니 도시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 인적은 별로 없으나 파도소리, 바람소리를 듣고 식물들을 보면서 힐링을 하고 있다. 한번씩 마음에서 우러나는 함성을 외칠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3개월째 도량 관리를 도맡고 있는 잠실교당 안용선 교도는 "전체 도량 관리를 하고 있다. 15동의 건물이 있는 관계로 노는 것 같아도 놀 사이가 없다.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잠시 휴식을 취한후 오전 9시20분에 선착장에 내려서자 김 원장이 트럭에다 철쭉을 싣고 나타났다. 철쭉 동산을 꾸미려는 그의 의지가 보였다. 그와 수인사를 나눈 다음 말장화를 신고 바닷길을 따라 성천항으로 향했다. 이어 국도변에서 바닷길과 하섬을 함께 찍으면서 특색을 갖춘 해상훈련지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 하섬 야생화 애기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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