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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가족이야기 ② 70대 부부의 일상
또 다른 가족이야기 ② 70대 부부의 일상
  • 최명도 기자
  • 승인 2013.05.10
  • 호수 1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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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할아버지· 강묘자 할머니, "나이 들면 부부가 최고지"
평균 수명의 증가로 한국 전통가정의 형태를 벗어나 새롭게 구성되는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또 세대별로 인지하는 가족에 대한 의미도 다양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또 다른 가족이야기'라는 주제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1주 가족의 의미와 형태 변화, 2주 70대 부부의 일상, 3주 소년소녀가장의 애로점 및 실태, 4주 한센인 정착촌의 공동체 가족을 취재한다.
▲ 한상덕 할아버지와 강묘자 할머니.
4월29일, 부산 덕천동 소재 경동주택을 찾았다. 한상덕(78) 할아버지와 강묘자(74) 할머니가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곳이다.
"마침 나도 병원에서 집사람 약과 내약을 타오는 길이다"며 반갑게 맞아주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따뜻함이 가득하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도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거실로 나왔다.

10년간 할머니 보살펴

한상덕 할아버지는 "함께 장사를 하던 시절 집사람이 갑자기 두통과 구토를 해 병원을 찾았더니 뇌출혈이라 했다. 그때부터 3번의 뇌수술을 했고 관절염도 심해져 이제는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태풍매미가 불던 해 첫 수술을 했고 지금까지 10여 년의 세월동안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살펴왔다. 다행히 올해부터 할머니가 의료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어 요양보호사가 한 달에 12일, 하루 4시간 집으로 와서 할머니를 돌봐준다. 할머니를 혼자 두고 집을 비우지 못했던 할아버지는 이때 외출이 가능하다.

안방과 작은방, 거실, 화장실이 있는 이 집은 오래전 할아버지가 마련했다. 약간의 빚이 있지만 부부가 지내기엔 아늑했다. 소파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할아버지한테 늘 고맙다. 몸이 이렇다보니 빨래도, 밥도 할아버지가 다한다. 아픈 내가 무슨 바람이 있겠나, 더 이상 몸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도 "집사람과 이렇게라도 남은세월 함께 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할머니에 대해 할아버지는 "살이 찌면 몸이 무거워지고 근육이 굳어질까봐 식사 조절을 바라지만 하루 세끼를 다 먹으려고 한다"며 걱정했다.

술, 담배, 간식을 하지 않는다는 할아버지는 동네 한 바퀴를 걷는 것이 유일한 운동이다. 부부는 주로 TV를 시청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생활비 걱정이지만 만족하며 살아

젊은 시절 할아버지는 미군부대에서 일했다. 운전사로 30년 넘게 근무하며 5남매를 키웠다. 퇴직 후에는 장사를 하며 남에게 신세지지 않는 생을 살았지만 할머니의 병환으로 생활비 걱정이 따르는 삶이 됐다.

슬하에 2남3녀를 둔 부부는 큰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며느리가 둘째 손주를 데리고 떠나자 초등학생이던 큰 손주를 지난해까지 보살폈다. 그 손주가 취직이 되어 떠나자 손주와 함께 살 때 나오던 생활비가 지원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거실에는 밀린 전기세, 가스비 청구서가 보였다.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는 주민자치센터를 찾아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수급대상자가 안되면 누가 되냐고 항의했다. 오늘은 생활비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고 왔다. 직원이 다음 달부터는 생활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이어 "자녀가 있지만 딸들은 출가외인이고 시부모님을 모시기에 친정 가족 돌보기 어렵고, 아들도 자기 자녀 키우느라 부모를 도울 경제적 여유가 없다. 정부에서는 우리 같은 노인들 먹고 살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평소 남에게 도움주기를 좋아했기에 늘 지인들과 이웃들이 이 집을 자주 찾는 편이다. 사람들을 배려하고 챙기는 어른들이었다.

할아버지가 26살, 할머니가 22살 때 얼굴도 보지 않고 결혼한 이들은 54년을 함께 했다. 자식과 부부 중 누가 더 좋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부부가 낫지, 자녀가 아무리 잘한다 해도"라고 답했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면 갈 곳은 한 곳 밖에 없다. 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도 이제는 별로 겁나지 않다. 3년 전 자식들에게 '누가 먼저 죽든 우리 둘 다 죽고 나면 큰 손주와 막내아들이 이 집을 나눠 가지라'는 유언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할아버지는 "그래도 우리는 행복한 편이다. 집도 없고 오갈 데가 없어 한숨만 쉬는 노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녀들에 대해 할아버지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서 그렇지 우애가 좋다.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의논해 집사람 기저귀 등 간단한 생활용품을 구비해준다. 특히 막내딸은 자주 찾아오고 전화도 매일 한다"고 전했다.

찾아와줘 고맙다고 하는 할아버지의 배웅을 받으며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행복하길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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