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문은 무엇보다 건강에 좋습니다"
옹이 없는 원목 고집
큰 불사는 직원들과 의논해서 결정

전날 내린 비로 바람과 햇빛이 상쾌한 날, 김해교당 강민복(53) 교도가 운영하는 목재가공 전문 업체 '새론'을 찾았다. 김해시 상동면에 위치한 이곳은 나무문과 문틀을 전문제작 하는 업체다. 3960㎡의 부지에 공장과 하치장, 사무실, 생활관을 건립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하고 있는 그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친척의 소개로 목문을 제작한지 26년째, 오직 나무와 함께하는 한 길을 걷고 있다.

"외동딸을 낳은 지 100일후부터 목공기술자이던 남편과 공장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문틀 호소를 낼 때 기계를 사용하지만 당시에는 손으로 끌과 망치를 사용했습니다. 유산이라고는 건강한 몸 밖에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남들은 그의 왼손 엄지손가락이 유난히 짧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대패에 절단되는 사고로 인한 것이다. 그렇게 다친 다음날도 쉬지 않고 일했던 그는 원목을 재료로 목문과 문틀을 짜는 기술자로 거듭나 있었다.

"나무를 가공하다 보니 이제는 나무 전문가가 됐습니다. 나무는 제가 직접 구입합니다. 이일에는 재료와 건조가 중요합니다. 나무를 사와서 이곳 하치장에서 1년 이상 자연 건조를 시킨 뒤 사용합니다."

그는 일반원목보다 무절 즉 옹이 없는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소나무 종류 중 옹(마디)이 없는 부분만 골라서 사용하니 휘거나 뒤틀림이 없이 튼튼하며 가격도 일반원목보다 3~4배로 높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통 건축을 할 때 친환경적인 목문보다 저렴한 샷시 문이나 플라스틱 문을 설치하는 경우를 안타까워했다. 새집증후군이 일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건물에 목문이 없기 때문이다.

"원목 나무문은 무엇보다 건강에 좋습니다. 아크릴한지, 문살, 유리로 만들어진 한지 창은 이 자체로 방음과 단열의 기능을 합니다. 무엇보다 습기가 많을 때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 시에는 습기를 밖으로 내며 자동적으로 습도조절을 하지요. 교당을 건축할 때 자금이 없어 샷시 문을 설치하는 것이 많이 아쉬워요. 가정에도 목문을 사용하면 건강상, 외관상 좋지만 교당 법당만이라도 건축할 때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분위기가 묻어나는 목문을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목문의 중요성을 밝힌 그는 공장을 설립한 뒤 쉬지 않고 일했기에 김해 어방동에 새 공장 부지를 장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얼마후 부산공장에 화재가 나서 모든 것을 다 잃게 됐다. 그는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일했고 IMF 시절에는 일감이 넘쳐 회사가 오히려 성장하게 됐다. 이렇게 직원 16명과 일하며 발전해 가던 회사가 거래처의 물품 대금과 지인들의 배신으로 12억 원의 부도를 맞아 또다시 어려워졌다.

"2007년 이때는 너무 힘겨워 지금의 공장을 팔아 회사를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당시 김해교당 양성원 교무님의 충고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마침 경남교구청 건립 당시라 주변 분의 만류에도 불사를 감행했습니다. 이후로 조금씩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습니다. 목공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감과 교단의 기관과 교당들의 목문 등 납품의뢰가 들어오며 경영 정상화가 됐지요."

언니의 소개로 원기75년에 입교한 그는 영산선학대학교 건축기금 등 여러 명목으로 기도비를 내거나 헌공에 참여했다. 사업을 하면서 회사가 어려울수록 기도비를 더 내야 경영이 잘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지금도 형편이 정말 어려운 교당에는 샷시 문 가격으로 목문을 설치하거나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있다. 그전 같으면 회사대표인 그가 불사에 관해 혼자 결정 내렸지만 이제는 가족 같은 직원들과 상의한다.

"원불교를 만난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일입니다. 여자로서 남자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려도 말을 듣지 않아 힘들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전화기를 박살내가며 지시를 내린 적도 있습니다. 결국 그 때는 제가 공부가 덜 돼서 그랬던 것이지요. 지금은 교법을 적용해 회사를 운영하니 직원들도 좋아하고 모든 일이 잘 됩니다."

그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직원들과 심고 및 기도를 가진 뒤 일을 시작한다. 매년 창립기념일에는 교무를 초청해 기도식을 진행한 뒤 직원들과 휴일을 맞는다. 3년 전부터 새벽4시50분에 일어나 좌선, 기도, 법문사경을 진행했다. 이제 기도를 하지 않으면 일상이 편하지 않다.

"올해부터 김해교당 교도회장직을 맡았습니다. 일주일에 5일 이상은 교당에 머물며 교당을 살피죠. '교도회장은 성직이다'는 언니의 말에 따라 교무님과 같은 기도생활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빚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회사가 유지 되는 것에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는 교도회장이 된 후 오히려 회사일이 바빠져 결국 직원 한 사람을 더 채용하게 됐다. 한지 창에 문살을 꽂으며 '일할 때가 제일 즐겁다'는 그의 말에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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