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념공부로 경계마다 지혜 발휘

▲ 남자2단 교화단회.
5월은 본격적인 농사철의 시작이다. 그래서 인지 동부안교당 일요법회에도 평소답지 않게 빈자리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법회에 앞서 동부안교당 이도은 교무는 "못자리 작업과 고구마, 고추, 깨 심기 등 바쁜 일을 잠시 접어두고 법회를 유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마음공부를 농사에 응용하는 지혜를 얻는 법회가 되자"고 교도들을 환영했다.

동부안교당은 부안읍 중심가 버스터미널과 인접해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각종 관공서가 위치한 만큼 오고가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지역적 이점이 교당 설립 초기 교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본 것이다.

원기83년 장광조·윤중훈 교도 부부의 염원으로 설립된 동부안교당의 교화단은 여자단 2단, 남자단 2단, 연원단과 성불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교무는 "실질적으로 4개 교화단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운영의 원활함에는 다소 어려움도 있지만 조직을 통해 교화를 해 나가려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화단 조직도 전임이었던 김선구 교무가 잘 정리해 줘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12일 오전10시 동부안교당 교화단 법회에 참석해 교도들의 교화단 활동을 함께했다.
▲ 남자1단 교화단회.

교화단 교리공부

교화단법회에 앞서 교도들은 대산종사 대적공실법문과 기원문 결어를 함께 낭독했다. 스승님의 서원을 자기 서원으로 체 받으려는 공부인의 자세를 보는 듯했다.

교화단법회 개회에 이어 염불, 입정, 독경은 교화단장들이 불단에 올라 의식을 집전했다. 단장들이 교화단법회를 리드해가는 모습인 것이다.

설명기도에 이어 이도은 교무는 〈교화단 마음공부〉에 의거해 교리공부를 1차 설명했다.

이 교무는 주의심을 통해 유념과 무념을 설명했다. 그는 "시대가 양시대가 되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CCTV가 진리인 것 같다. 다 찍히고 있다"며 "이처럼 진리는 우리의 마음속의 작은 마음작용도 다 알고 있다. 양시대이기에 더욱 더 마음에 주의심을 갖고 취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음 챙김에 대해 "가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또 사회적으로 유념해야할 것이 각 각 있다"며 "대종사님은 양시대를 내다보고 유무념공부를 내 놓으셨다. 안하면 안되도록 했다"고 교도들에게 유무념공부에 대해 상세한 설명으로 이해를 시켰다.

단별 교화단회

삼삼오오 단별로 모둠을 이룬 교도들. 남자 2단 김종혁 단장은 매일 체크한 일기를 보여주며 "습관을 들이면 쉬워진다. 계문기재를 꼭 하는데 '연고없이 술을 마시지 말며' 조항을 가장 많이 범한다. 사회생활을 하니 안 마실 수가 없다"고 사실적으로 공부사례를 밝혔다.

최근 공부근황에 대해 김 단장은 "집에서 개인적으로 100일 기도를 하고 있는데 2번째 기도를 결제했다"며 "출장을 가면 아내가 집에서 하고 나는 출장 가서 혼자 한다"는 열의를 단원들에게 알렸다.

이형원 중앙은 "밖에서 일을 하는 업종이라 정해놓고 일정하게 공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점심 후에 〈금강경〉 한 장씩 읽어보며 연마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속에서 꾸준히 공부의 방향을 찾고 보니 법공부가 교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공부하는 묘미를 찾았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공부심을 챙기다 보니 마음챙기는 그곳이 바로 법당이고 교당임을 알게 됐다"는 공부의 재미를 안내했다.

이에 김 단장은 "메모지를 준비해 가지고 다니면서 늘 유념과 무념사항을 기재한다. 감각감상도 생각날 때마다 한 줄 씩이라도 메모를 해 뒀다가 저녁에 일기를 쓴다"며 "차 속에도 호주머니에도 메모지가 있다"는 자신의 공부 사례를 밝혔다. 메모가 마음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원들은 "믿음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이 바로 바로 챙겨진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볼 때 욱하는 성격이 나오다가도 바로 마음을 보게 된다"며 "나보다 더 급한 일이 있는가 보구나 하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남자2단 김종혁 단장은 매주 금요일 법회에 관한 전화와 안부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문자메시지에 대해 단원들이 답 문자를 보내는 등 호응이 좋은 편이다. 이는 매월 단회 외에도 1회 씩 식사모임을 주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단원 화합을 통해 교화대불공에 앞장서 보려 한다"며 "잠자는 교도 깨우기를 단원들간 열심히 하고 있다. 또 연원달기 운동을 통해 법회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단운영을 소개했다.

정도정 단원은 "법호를 받은 나보다 단장은 더 열심히 교당활동을 한다"며 "단장님처럼 젊은 주인이 교당에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산행을 통한 친목

교도들은 교화단회 이외도 매월 2째 주에 진행되는 산행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산행을 통해 친목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봄이면 구절초 축제, 마이산 벚꽃 길을 다녀오고 축제의 계절엔 각종 축제에 함께한다. 최근에는 마실길 축제도 함께했다. 어르신이 많다보니 높은 산은 배제하고 산책하기 좋은 산이나 구경거리가 있는 장소를 택한다.

남자1단 김학송 단장은 단회 시 산행을 다녀온 즐거움에 대해 일기 발표를 했다. 그만큼 보람이 크다는 것이다.

일기를 통해 김 단장은 "산행팀에서 전남 신안의 분재수목원을 방문했다. 처음 보는 분재수목원은 잘도 꾸며놓았다. 특히 15억 원 한다는 고가의 소나무 등 갖가지 나무들을 분재로 만들어 진열해 놓았다. 사람의 정성이 이렇듯 분재를 빛나게 한다. 나의 마음도 잘 가꾸어 심성을 길러 놓으면 저렇게 고가의 심성을 가진 사람의 형태로 변화하려는가. 의심스럽다. 15억이라는 가격은 어느 어린애의 이름도 아닌, 소나무 가격이다. 나도 좋은 심성을 길러 고가의 인격자가 되어 보고 싶다"는 내용이다.

남자1단은 교당에서 나이가 높은 어르신 교화단이다. 그런만큼 단원들은 일원상진리자리에 대한 연마를 꾸준히 한다. 김 단장은 "진리자리를 알아 내 마음도 진리에 부합하는 공부를 하고 초월하는 공부를 시작하려한다"고 밝혔다. 육신의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생활 속 유무념공부로 성불에 이르고자 하는 단원들의 공부심이 느껴졌다.

깁법인 단원 역시 "유무념공부로 자신불공을 잡았다"며 "자신불공으로 수양심을 갖고, 급한 성격을 고쳐보려 한다"는 것이다.

교당에서 최고령인 87세 위선국 단원은 일요법회 1시간 전에 교당에 도착한다. 그는 유무념 공부에 대해 "멀리있는 자녀들에게 고운말 쓰기이다"며 "혼자 살다보니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챙기는 마음과 수양을 통해 지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면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물 샐 틈 없이 상시일기를 기재하는 교화단원들. 비록 교도 숫자는 적어도 빈틈없이 챙기는 공부가 습관화가 됐다.

이에 대해 이 교무는 "전임 교무가 교리강습을 하며 교도들에게 생활속 공부의 방향을 잡아준 것이라 본다"며 "자신성업봉찬을 위한 실천사항을 꾸준히 챙기며 법위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부터 법회 후에는 점심 공양도 한다는 교도들. 고소한 참기름 향기가 법당에 퍼지듯 교도들 간 서로를 챙기는 덕담에 한 주간의 피로도 녹아나는 교화단 법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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