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보감으로 삼아

▲ 오형근 도무/원요양병원
원기68년 10월 대산종사께서 원평에 계실 때 장정수 원로교무님과 백심덕 교무님을 따라 처음 대산종사를 찾아뵙게 됐다. 그 당시 장정수 교무님이 나를 대산종사께 소개하면서 지압을 잘한다 하니 "어디 한번 해봐라"고 하시어 잠깐 동안 지압을 해드렸다.

큰 절을 올리고 일어나려는데 대산종사께서 내 손을 꽉 잡아주시며 "지압으로 성공하라"고 하셨다. 그 후부터 대산종사께서 지압으로 성공하라는 말씀이 항상 마음에 화두로 남아 있었다.

원기74년 12월 기회가 생겨 다시 대산종사를 찾아뵈었다. 나는 대산종사께 "경계때 마다 마음을 멈추지 못해 자주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대산종사께서 "내년에 삼동원 가서 일주일 훈련 받아봐라"고 말씀하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전무출신을 하면 매년 마다 일주일씩 훈련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됐다. 이것이 훗날 내가 출가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 후 나는 중앙총부 상주선원에서 7개월간 선공부를 하며 출가서원의 마음을 키워갔다. 전주에서의 생활도 정리하고 원기76년 1월부터 익산원광한의원에서 근무하게 됐다. 하지만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가에 대한 마음에 동요가 생겼다. 때마침 종법원에서 대산종사의 지압을 맡아달라고 해서 원기77년부터 대산종사의 지압을 해드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원기83년 9월 열반하실 때까지 매일 새벽 신충선 정토와 함께 왕궁 상사원에 가서 대산종사를 지압해 드렸다. 나는 대산종사를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다시 출가서원의 마음을 굳히게 됐다. 나는 "너도 이 일에 서원 세우고 공부하라"는 대산종사의 권유로 원기83년에 출가서원을 했다.

나는 대산종사를 지압 해드리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늘 물었다.

어느 날 지압하면서 대산종사께 '내가 평생 지금하고 있는 일만해도 되겠는가'고 여쭈었더니 "그 일이 부처님의 일이다. 대종사·정산종사·주산종사를 모시고 그 일 하면 다시 이리 온다"고 일러주셨다. 또 "제가 방황 할 때 원평에서 대산종사님 처음 뵙고 '지압으로 성공하라'하신 말씀이 큰 힘이 됐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대산종사께서는 "그것이 심신상련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또 한번은 기도할 때 일심이 잘 안되어서 대산종사께 "기도할 때 일심이 되지 않아도 계속 해야 하는가"고 여쭌 적이 있다. 그러자 대산종사께서는 "시간에는 구애 말고 정성만 놓지 않으면 저절로 기운이 응한다"고 가르침을 주셨다.

원기83년 8월 새벽에 갔더니 대산종사께서 열이 나시고 많이 아프셨다. 아프신 중에도 "아버지 건강이 괜찮으시냐" 하고 물어보시고는 또 잠시 후에 "아버지 건강이 괜찮으시냐"고 세 번이나 물어보셨다. 성현의 뜨거운 사랑의 기운이 어리석은 나의 마음까지도 뜨거운 자비심으로 녹여 훈훈한 열기를 느끼게 했다.

8월 중순쯤 그날도 새벽에 지압해드리고 있는데 대산종사께서 "앞으로 20일 후쯤 알게 될 일이 있다. 그때 가서 보자"고 하셨다. 나는 교단에 무슨 일이 생기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20일 후 대산종사님께서 한방병원에 입원하시게 됐다. 그래서 나중에야 열반을 준비하시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생의 큰 스승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큰 은혜를 입었다. 우매한 내가 출가하여 전무출신 할 수 있었던 것도 대산종사의 법력의 힘이라 믿으며, 세세생생 스승님 모시고 이 공부 이 사업하기를 기원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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