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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다은회관/싱싱하고 오동통한 생백합 진국
▣ 고창 다은회관/싱싱하고 오동통한 생백합 진국
  • 이여원 기자
  • 승인 2013.06.21
  • 호수 16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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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이 '환상적'
▲ 다은회관 소효명 교도.
해안선을 따라 바다에서 나는 입맛 돋구는 음식들이 있다. 그중 전라도는 잔칫상에 빠지면 제대로 된 잔치가 아니라는 평을 받는 홍어, 장흥에 키조개와 벌교의 꼬막, 그리고 고창에는 장어구이와 쌍벽을 이루는 백합조개가 유명하다.

싱싱한 백합살의 향긋함에 깔끔하고 뒷맛 개운한 국물 까지, 고창 다은회관(대표 소효명·고창교당)은 백합정식의 제대로 된 맛을 선보이고 있다. 20여 년전 교당부지를 매입해 건물의 특색을 그대로 살린 다은회관은 전형적인 한옥마루가 인상적이다. 앞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실한 마늘과 통통한 무, 각종 농기구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앞마당 너머에는 고창읍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백합요리의 진수 백합정식

다은회관의 백합정식에는 백합회, 백합탕, 백합구이, 백합죽이 메인 요리로 나온다. 조개 중에 조개라 해서 상합, 입을 다물고 오래 산다고 해서 생합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 백합은 과거에는 왕실의 진상품으로 대우 받았던 식품이다.

"백합은 껍데기에 백가지의 무늬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다은회관 안 주인장인 소효명 교도는 무엇보다 백합 자체의 싱싱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백합 중에서도 특대합만 고집하다보니, 씨알 자체가 굵고 실한데다 싱싱하게 살아있는 생백합 살의 야들야들함에 백합회를 찾는 이들이 많다. 생백합에 익숙치 않은 손님들도 한 번 맛을 보고나면 백합회부터 주문한다고 한다. '선도에서 그만큼 자신있다'는 다은회관의 백합회는 싱싱함이 그대로 입안까지 전해진다.

백합탕은 재료자체에서 우러나오는 뽀얀 국물맛이 아주 진하면서 시원하고 칼칼하다. 백합과 친척관계라 할 수 있는 바지락도 시원한 국물로 유명하지만, 백합은 바지락과 급이 다른 맛이다. '싱싱하지 않은 백합이 하나라도 들어가면 국물 맛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소 교도는 새만금 공사 이후에는 2~3일에 한번씩 영광 법성으로 가서 재료를 직접 구입한다.

이어지는 백합구이. 백합은 특별히 머금고 있는 모래를 빼내게 하는 해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자체에서 우러나온 짭조름한 백합 진국도 감칠맛이다.

사실 여기까지의 코스 요리로도 충분한데, 백합죽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힘들다. 진한 육수에 녹두, 표고, 인삼을 넣고 각종 야채가 곁들여진 백합죽은 그야말로 영양만점이다. 백합죽 한 숟가락에, 보기에도 쉽지 않은 노랑 조개젓을 얹어 먹는 맛은 또 다른 별미이다. 오동통한 조갯살을 새콤달콤하게 묻어낸 노랑 조개젓은 먼저 코끝에서 바다의 향기가 밀려온다. 이어 입안 가득 전해지는 쫄깃하고 연한 조갯살의 식감에, 죽 한그릇이 순식간에 뚝딱 사라진다.

다은회관은 백합정식 만큼 입소문 자자한 음식, 병어찜이 있다. 담장을 넘어가는 붉은 장미가 만발하는 이즈음, 바다에서는 은백색으로 살이 오른 병어가 제철이다. 병어는 굽거나 찌거나, 아니면 회로 먹어도 그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으뜸인 고급어종이다.

"병어는 냉동이 아닌 생물을 써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는 게 안주인장의 소신이다. 입이 작고 몸통이 유달리 큰 병어는 어른 손바닥 너비 1개 반만큼 돼야 맛이 있다. 이렇듯 살이 통통한 생물만 고집하는 탓에 한 짝에 20~30미 짜리를 구입하다보니 한참 비쌀 때에는 40만원을 호가할 때도 있다.

백합 우려낸 국물에 무와 감자를 큼지막하게 썰어 바닥에 깔고, 위로는 보드라운 고구마 순과 버섯을 넣고 끓여낸 병어찜은 두툼한 병어살의 고소함이 한껏 살아있다. 여기에 감자 자체의 달짝한 맛에 자꾸 손이 가는 감자조림, 살짝 신맛이 나며 개운한 콩나물 무침, 고소한 버섯 들깨탕, 아삭한 김치와 나물무침 등 밑반찬 하나까지 실로 내공 쌓인 깊은 맛이다.

입맛은 정직한 법. 다은회관은 20여 년째 정직함과 손맛을 믿고 객지에서 찾아오는 단골들과 외부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에도 80석 홀에 빈자리가 없을 때가 많아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주말이면 눈 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그는 지난해 단 한번도 법회에 빠진 적이 없다.

"모든 음식을 제 손으로 하다 보니 힘이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가실 때는 한순간에 힘든 걸 잊게 돼요" 그는 손님들이 '환상적이다'고 맛을 평가해 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다은회관이 고창의 얼굴이다 생각합니다. 교도다운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교무님들이 자주 오셔서 큰 힘과 위안을 주시니 더없이 감사드립니다."

사은께 감사한 마음, 다은(多恩)의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는 소효명 교도, 그는 음식으로 정성껏 정진 적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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