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다가 관리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니 아쉬운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맡은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는 것에서 이제는 선생님들을 지도하여 그 선생님들로 하여금 각 학급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2002년 교감 발령을 받고 보니 내가 모셔야 할 교장이 참으로 유명한 분이라는 것을 축하하러 오는 분들을 통해 알게 됐다.

그때, '왜 이렇게 거리도 멀고 이런 교장을 만나게 되었을까?' '진리의 깊은 뜻이 있을거야' 라고 마음을 돌리고 나니,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음을 알았다. '그래! 여기서 마음공부 실력을 발휘하라고 보낸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내가 교장과 교사들을 부처님으로 모시는 것이 우선이고 교장과 교사들 사이에 있는 두터운 얼음벽을 녹이는 일이 그다음이었다. 교장의 업무스타일에 맞추면서 교사들의 가정사에 교장이 정성을 보이도록 사전에 파악하여 보고했다.

어린이날 교사 자녀의 선물을 준비하여 명단과 함께 주었더니 교장이 무척이나 쑥스러워했다.

대입수능시험 전에는 자녀의 뒷바라지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고 개인적으로 불러서 격려하도록 했더니 "우리 교장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하며 의아해 하면서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2007년 교장이 되어서는 학교장의 경영철학으로 '맑고 밝고 훈훈한 학교 만들기'에 주안점을 두고, 교사와 아이들, 그 외 직원들까지 모두 존중하는 마음으로 내가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니 학교 분위기가 달라져 갔다.

1분 명상 마음거울 보기, 감사편지 쓰기 등을 교육과정에 편성하고 실천했다. 학교의 분위기는 교장에 달려있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해가 거듭될수록 학교는 훈훈해졌으며, 밝고 인사 잘 하는 예의바른 아이들과 사랑으로 열심히 지도하는 선생님들로 학교폭력 문제나 학부모의 민원이 없어 칭찬하는 일만하게됐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교장실에 들어와서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몇몇 교사들이 교과시간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등 낙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닌 여기가 바로 낙원이었다.

우리의 교법정신으로 살면 내가 행복하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행복함을 실감하는 나날이었다.

이제 서울교구 잠실지구 마음힐링학교 교장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교도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풍요 속 빈곤으로 갈등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 정성을 모으고 있다.

<압구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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