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접목한 교화 생각합니다"
생활속 다도 강의 겸해
사랑방 역할 톡톡
여의도교당 1층에 자리잡은 Coffee 9 sel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아기 자기하게 꾸며진 소품들 역시 공간의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메뉴판을 보자 커피, 주스, 한방건강차, 전통차 종류와 가격이 손 글씨로 쓰여져 정감이 갔다. 여의도교당 배중원(48) 교도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메뉴들은 제 나름대로 다시 다 개발한 것입니다. 창조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좋아 하는 성격도 한 몫했습니다. 커피나 과일주스 등에는 인산 죽염을 조금씩 넣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이것은 차와 죽염을 판매하는 복합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은 여느 커피 전문집과는 다른점이 있다. 주변 아파트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부들이 스트레스가 쌓여도 이야기 할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와서 자녀, 남편, 시댁 문제를 상의하면 잘 들어줍니다. 요가 강사를 했기에 건강 상담도 아울러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해답을 얻어가기도 합니다. 주부들이 밝은 모습으로 돌아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이런 분위기 형성을 위해 심고와 기도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다. 가게에 출근하면 4층 법당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다. 처처불상, 사사불공하는 일터가 되게 해 달라는 염원을 하기도 한다. 그가 경비 아저씨와 택배 기사들에게 날이 더울때는 시원한 음료를, 추울 때 는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이유다.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다는게 기쁨이요, 보람입니다. 어떤 손님들은 이렇게 주다 보면 장사가 되겠느냐고 걱정을 합니다. 또 다른 단골은 저 옆에 카페가 생겼는데 괜찮냐고 질문을 할때도 있죠. 여기에 개의치 않습니다. 제 그릇만큼 몫이 있으니까요. 이웃간의 정을 나누다 보면 서로 서로 행복하게 됩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커피 분쇄기 뚜껑 안쪽에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매 순간 커피를 내릴 때 이 기운들이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
"평화적인 마음으로 차를 내다 보니 대부분 손님들이 편안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도 거리감 없이 저를 대합니다. 이쑤시개, 봉투, 손톱깍기 등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도 해요. 특히 교리에 대한 질문을 한 후 〈원불교교전〉을 찾는 손님들도 있어요. 그러면 자세한 안내를 해 주죠."
차와 접목한 교화를 생각하고 있던 그는 33㎡의 공간을 활용해 2층 다락방을 꾸몄다. 차 보급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 역시 사랑방 성격이 강하다. 매주 수요일 진행되고 있는 '생활속 다도 강의'에도 교화를 생각하는 그의 열정이 어려 있다.
"차 생활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정화도 많이 되고 가족간에 화목해 졌습니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됩니다. 상암중학교에서 다도를 통한 인성교육을 실시해 서부교육청으로 부터 우수 강사로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의도로 이사 한 이후 얼마간 있다가 생활 속 다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교법을 알게 모르게 스며들게 하는 효과도 있지요."
이런 그가 차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2005년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게 된 남편과 동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택시기사, 시장상인, 일반 가정집, 식당에서 조차 차 마시는 것이 일상화 된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중국차를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중국에 근무하는 교무를 통해 한국차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고 북경교당 산하 원광문화원장으로 4년 근무하면서 차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귀국 후에는 생활 속에서 부담없이 즐기는 차 문화 보급에 앞장섰다. 지난해 7월 교당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던 매장을 맡은 것도 지역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활성화한 측면이다.
"여기는 상업적 가게와는 컨셉이 다릅니다. 편하게 와서 자기 속내를 털어 놓고 쉬었다 가는 곳이라 보면 됩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느끼는 곳입니다. 기쁨을 얻게 되죠. 교당에 일이 있어 문을 닫았을 때 '왜 문을 닫았느냐'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어요. 책임감 때문에 더 부지런해 졌어요,"
그의 잔잔한 미소 속에 편안함이 엿보였다. 그는 이 편안함을 손님들에게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