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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에너지를 생각한다
■ 대안에너지를 생각한다
  • 이유진
  • 승인 2013.07.05
  • 호수 1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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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너지와 현대문명을 진단한다
미래 산업의 키워드인 에너지. 새로운 문명을 잉태할 대안에너지 개발과 운동은 현대인들의 의식전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뜨거운 여름, 에어콘 등 전기 없이 가동이 불가능한 냉방기기들. 자가발전의 대안 에너지를 살펴보고 교단적인 대응도 취재한다.
1주 핵에너지와 현대문명, 2주 교단 내 에너지 절약운동 및 대안에너지운동 3주,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들, 4주 교단의 대안 에너지 대책 어디까지 왔나 순이다.
▲ 후쿠시마원전 20킬로 미터내 통제구역 현장.

아토미는 원자력문화재단에서 만든 '행복에너지'를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행복에너지'는 핵에너지를 말한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원자력문화재단은 웹툰을 통해 '원자력 바로알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만화를 자세히 보면 핵에너지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되새겨 볼 수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상징하는 원자력

10화 〈에너지 마라톤〉 편을 보면, 신재생에너지는 달리기를 하다가 태양이 사라지자 멈춰 서는데, 아토미는 쌩쌩하게 달린다. 설명에는 "신재생에너지의 몇 배나 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데도 저렴하죠!" 사람들은 "우와! 꼭 필요한 에너지였네?"라는 추임새가 나온다. 결국 핵에너지는 전기를 많이 생산하면서 값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상징되는 현대문명의 특성을 핵에너지가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풍요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물질문명 사회에 살고 있지만 문제는 유한한 지구에서 에너지를 비롯한 자원을 엄청나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활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핵폐기물까지 생각하면 핵에너지는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특히 핵에너지는 핵분열과정에서 자연생태계에 존재하지 않는 방사능 물질을 생성하고, 방사능물질이 자연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사고 후에도 바뀌지 않는 원자력 정책

미국 쓰리마일 섬, 러시아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는 핵에너지를 사용한 것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이들 나라들이 핵사고를 겪고도 핵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홍기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0.23 μsv-후쿠시마의 미래'에서는 17명의 평범한 일본 시민이 조사팀을 꾸려 26년 전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을 방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체르노빌에서 3㎞ 떨어져 있던 도시 프리야파티는 폐허가 됐고, 사고 이후 암 발병률과 소아백혈병이 급증했다. 이런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에도 러시아는 핵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정부는 원전 반경 20㎞ 범위에 설정됐던 경계구역 규제를 풀어 보호장비 착용을 한 주민에 한해 출입이 허용하면서 핵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피해보상금 부담을 덜고, 핵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일에 더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17명의 일본시민들은 체르노빌을 다녀와서 앞으로 일본에 어떤 일이 닥칠 것인지를 절감하게 되지만 모든 일본인들이 그런 각성을 얻은 것은 아니다. 사고가 났다고 해서 탈핵사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이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잘 알고, 끊임없이 행동해야만 독일처럼 탈핵사회가 가능한 것이다.

원자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최근 우리사회에 원전비리가 쏟아지고 있다. 중고부품을 새것처럼 납품하거나 안전과 관련한 핵심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불량부품을 납품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납품업체 사이에 돈이 오갔고, 최근에는 한수원 간부의 집에서 억대의 돈뭉치가 발견됐다. 결국은 돈 때문이었다. 원전사고의 위험을 모를 리 없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안전보다는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저질러서는 안 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원전 마피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원전마피아'는 정부 부처,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학계, 언론계 등 핵발전을 둘러싼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로 이들이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고, 그 속에서 이권을 챙기고 있다.

그들이 만든 대표적인 정책이 1차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 중 원자력 비중을 59%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특정에너지원의 이익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지속가능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전기에 제값 지불하기

후쿠시마 이후 독일은 2022년 탈핵을 선언했다. 한국사회에서도 과연 그러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탈핵을 실현하기 전에 부딪히는 현실적인 장벽은 전력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 전력소비량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특징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력화'이다. 석유와 가스로 하던 일을 전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가스와 등유로 하던 가정 난방을 전기장판과 전열기가 대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학교나 관공서 건물에서도 전기로 냉난방을 하는 전기히트펌프(EHP)가 엄청나게 보급됐다. 산업체와 농가 비닐하우스에서도 벙커씨유와 경유 대신 전기를 쓰고 있다. 그 이유는 전기가 석유류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값싼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의 경제적인 선택이 전력소비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는 고급에너지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을 태워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생산하는 것이 전기이다.

1차 에너지를 가공해서 만든 전기가 1차 에너지보다 값이 싸다보니 너나할 것 없이 전기로 전환하고 있고, 전력소비는 급등하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계와 시민들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에 저항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발전소를 지어 공급을 늘려왔다.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따라서 급증하는 전력화를 막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고, 석유를 사용해야 할 곳은 석유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 전력 소비의 55%를 차지하는 산업계의 전기요금은 50%이상 올려서 전기를 가열, 건조 해서 열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생수로 빨래하는 것'처럼 전기를 함부로 쓰게 되고, 전력소비가 증가하고, 소비가 증가하면 발전소를 더 지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에 제값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에너지 아끼고, 효율적으로 쓰는 일부터

탈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에너지의 관점에서 세상을 관찰해야 한다. 특히 도시의 삶은 에너지 낭비로 가득 차 있다. 단열이 엉망인 유리외벽 건물, 과도한 조명, 24시간 영업하는 대형마트, 간판조명, 사용하지 않으면서 켜놓은 각종 컴퓨터와 전자기기 등. 전기 소비에 중독된 사회이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절약'이라는 단어 보다는 '낭비'되는 에너지를 찾아 줄이는 '처방'이 필요한다. 전기를 펑펑 사용하는 삶의 방식은 바꾸지 않은 채 지금 쓰고 있는 전기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바꿔서 탈핵을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양광을 지붕위에 올리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은 쓰지 않는 전등을 끄고, 백열등을 LED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도시민들이 삶을 바꾸면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소비지까지 보내기 위한 송전탑 건설도 줄일 수 있다. 765kV 초고압송전망 건설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밀양과 청도의 어르신들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는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역분산형 방식으로 전환해야하는 것이다.

태양과 바람의 시대는 가능하다

독일은 전체 전력의 21.9%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다. 이미 핵발전 생산량(16%)을 훌쩍 넘어섰다.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시민들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 투자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돈이 투자되면서 기술은 발전했고, 일자리는 늘어났다. 독일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창출된 고용만 36만 명이다. 독일사회는 핵발전이나 화력발전을 이용해 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소비하는 경제가 아니라 에너지를 적게 쓰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지역형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는 경제로 전환했다.

이미 풍력발전은 화력발전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바람 좋은 제주도에서는 전체전력의 10%를 풍력발전에서 생산하고 있다. 우리도 핵에너지를 버리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기술투자와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혁명과도 같은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핵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사고, 비리는 마치 동굴 속 '카나리아'와 같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과거 일본에도 핵발전 비리가 발생했었다. 2002년엔 원전 전체가 멈춰서 1700만kW나 공급이 중단됐고 도쿄 시민들은 전력대란을 겪었다. 그때 당시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한 일본은 결국 10여년 뒤인 2013년 후쿠시마 사고를 맞았다. 한국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핵발전을 둘러싼 위기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편리함과 경제성을 취하는 대신, 우리와 미래세대들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핵발전을 놓아버릴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 이유진/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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