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주선원에서 1박2일 교도 정기훈련을 가졌다. 훈련 프로그램 중 절 수행의 유익함을 홍보하는 DVD를 시청하고 실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대종사 성탑에서 정전에 바탕 한 교리헌배를 올리고 일기를 발표했더니,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교리헌배 CD 한 장을 선물 받았다.

정전공부로 마음도 챙기고 운동도 해볼까 해서 매일 아침 기도를 마친 후 교리헌배로 절 수행을 하고 있다.

특신급 계문에 '다른 사람의 과실(잘못)을 말하지 말며'를 들으며 절을 올릴 때마다 4년 전 만덕산에서 교도 정기 훈련을 나면서 깨우쳤던 공부가 떠오른다.

훈련을 받던 당시 둘째 날에 리더십 향상을 위한 강연시간이 있었다. 훈련 첫날 결제식을 마치는 시간에 특신급 계문을 한 가지씩 제비뽑아서 다음날 그 주제로 발표하기로 했다. 내가 뽑은 계문은 특신급 계문 중 '다른 사람의 과실을 말하지 말며'였다.

평소에 남의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계문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었는데 강연 주제를 가지고 연마하다 보니 가장 가까운 인연인 남편의 흉허물을 나와 마음이 통하는 인연들에게 말하며 위로를 받고자 했던 나를 발견하게 됐다.

부끄럽지만 식구들도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

내 마음에 만족하면 괜찮고 좋은 사람이고 내 마음에 불편하게 다가오면 섭섭해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허물을 말하며 위신을 떨어뜨리려는 심리가 작용했었다는 사실도 알아졌다.

특히 남편 허물을 가장 많이 드러낸 것 같아서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마주했을 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서 부끄럽고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인연으로 맺어진 남편과 식구들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었던 죄업들을 소멸시키고 싶어서 '미안합니다', '제 탓입니다'하며 참회를 했다.

습관을 고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 이 계문을 유·무념으로 정해 놓고 공부를 하는 중에 어느 날 남편 친구 부부가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됐다.

흉허물 없이 마음을 드러내놓고 편하게 지내는 인연인지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내들의 기준으로 남편들 행동을 비방하는 말들을 생각 없이 하고 있었다.

마음을 챙기지 않고 말에 끌려가다 보니 습관이 그대로 되살아나서 공부심 없는 마음이 구업을 짓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유·무념으로 정해놓고도 챙기지 않으면 습관을 바꾸기란 참으로 어렵고 힘든 공부임을 자각하면서 마음을 챙겼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부하며 가끔 남편의 과실을 말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죽기로써 챙겨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마음을 챙겼더니 언제인지 모르게 남편의 과실을 말하는 습관이 고쳐졌다. 어쩌다 남편의 행동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공부하는 것으로 돌리다보니 남편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게 됐다.

그 기운을 느꼈는지 어느 날 남편은 나를 부르더니 현모양처로 인정한다는 말을 진지하게 했다.

과거 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장래희망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여자 친구들은 모두 현모양처가 되는 꿈을 말했고, 나 역시 그렇게 말했었다. 이제 나는 그 꿈을 이루게 됐다.

남편으로부터 현모양처로 인정을 받으며 대종사 법을 마음으로 증득하고 몸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한 보람을 보답해 주신 은혜가 한량없는 감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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