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대사에 깊이 있어야

서울 Coffee 9 sel 여의도점에서 만난 여의도교당 이진경(38)교도. 구레나룻 수염이 뭔가 남다르게 보였다. 알고 보니 뮤지컬 배우였다. 오랜 연기 경력이 얼굴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호탕한 웃음 역시 걸작이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연극을 하면서 드라마에 출연을 했다. 그 뒤로 강남교당 청년회 활동을 하다 군대를 가게 됐다. 군 제대 후 배우생활을 잠시 접었으나 사업하는 틈틈이 광고나 공익광고를 비롯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다 2007년부터 기회가 닿아 뮤지컬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듣다보면 이력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담은 MBC 드라마 '사춘기', KBS2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 MBC 주말 드라마 '여울목'등에 출연했다. 롯데 제과, 롯데 삼강 광고에 이어 공익광고 푸른신호등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는 "'또 밟으면 데이트 신청 할 겁니다'는 멘트는 그 당시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 광고로 인해 배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화에도 출연해 감초역할을 했다. 파란대문, 청춘만화, 미녀는 괴로워 등이다. 이후 로맨틱 코메디인 뮤지컬 뮤직인마이하트를 시작으로 남한산성, 미라클, 온에어, 그림손님,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유, 셜록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안에서 분출되는 끼를 다스리지 못해 답답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에 힘을 얻는다. 커턴 콜을 할 때 마음이 뿌듯하다. 마지막 한 순간을 느끼고 싶을 때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작품 중 익산에서 열렸던 문화나눔 공연을 잊지 못했다. 커턴 콜이 끝나고 나서 정신지체 장애 아동들이 안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문을 나갈 때 까지 손을 흔드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이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힘을 줄수 있다는 것은 그의 사명인지 모른다. 그럴수록 공연에 임하는 자세가 더욱 진지해 졌다.

그는 "어떤 직업이든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단 한편의 공연으로 프로라는 생각을 갖는 후배들을 볼 때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공연하는 곳에 관객들의 열기가 넘치는 이유다. 공연때 마다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사 하나에도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이것은 배우로서의 신념과 철학이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는 우선적으로 언어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야 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인간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가지고 있다. 자기 대사만 생각하면 말의 깊이가 없다. 감정의 폭이 넓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언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공연을 잘할 수 없다. 한 말을 하더라도 깊이가 있어야 한다. 연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느끼는 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는 한 마디 덧 붙였다. '천천히 말하기'를 권했다. 모든 것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말을 하다보면 연기가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오영수 전 국립극단 단원으로부터 들은 말을 실천한 결과다.

현재 여의도 교당에 다니고 있는 그는 "올해 6월 중앙총부에서 진행된 너섬합창단 보은음악회에서 뮤지컬 미라클 중 '아름다워서'와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순간'을 부른 후 한 생각이 들었다. 교단에서도 100주년을 뮤지컬로 기획하고 연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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