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성 도무·원경고등학교
(논설위원)
바다의 물결은 출렁이어야, 출렁거려서 물결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물결의 출렁임 없이 수평으로 이동하는 법은 없다. 파문이 일어나는 것도 바람의 세기나 돌의 크기에 따라 출렁임의 크기는 달라지지만 이동하고 나아가는 데는 오르내림의 변주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사도 이와 같고 진리가 가는 길도 또한 그렇다. 추진하고 진행하며 나아가려면 반드시 출렁거림이 있기 마련이다. 역경과 순경, 성취와 실패, 희망과 좌절, 그리고 대립과 화해가 파도처럼 출렁이기도 하고, 생주이멸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길을 통해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교단이 오랜 교화 정체와 함께 지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출렁이는 것도 진리적인 변화를 통해 나아가기 위한 진통인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시대 변화에 둔감한 채 관행과 형식에 안주하면, 진리는 반드시 큰 경계를 주어 변화의 죽비를 치기 마련이다. 변화의 시기에 변화를 회피하거나 현상유지에 만족하여 현재를 다지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그것은 단순한 정체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이다.

세상 어떤 공동체가 고정불변일 수 있는가. 그러므로 교단의 일이 우리 모두의 공업(共業)이며, 우리가 스스로 감수해야 할 인과라고 한다면, 지금은 진실로 혁신의 시기임에 분명하다.

전무출신 출가 경로와 품과 제도 문제, 여자 교역자의 복식과 결혼 문제, 출가자 처우 개선 문제, 수위단회 선거 제도 개선 문제, 교구자치제 문제, 인사 제도 개선 문제, 교단의 기구와 부서 조정 문제, 재가 교도 교정 참여 문제, 교당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 문제, 교당 교무와 교도들의 역할 분담 문제, 사회 교화와 약자 배려 문제, 사회적 갈등과 분쟁에 대한 교법적인 참여 문제, 재정 운용과 기금 관리 문제, 예비 교역자 교육 문제, 인재 양성과 정년, 후생 복지 문제, 교서의 문체와 각종 의례 개선 문제, 원불교 건축과 공간 해석 문제, 출판, 문화, 예술, 그리고 인문학의 관계 정립 문제 등 살피고 돌아보아야 할 시대적 과업들이 참으로 많다.

그래서 이제 '마음을 합하고 기운을 연하여' 개혁교단, 선진교단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범 교단적인 '교단혁신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교단혁신위원회'는 교단의 모든 관행과 폐단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묵은 제도와 불합리한 구조를 총체적으로 바꾸며, 원불교가 세상의 빛이 될 때까지 꾸준히 추진해야 할 혁신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설정하는 모임체가 되었으면 한다.

'교단혁신위원회'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출가와 재가교도를 가리지 않고, 법랍과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직능 대표들을 수렴하되, 혁신의 의지를 가진 신망 있는 교도들 그리고 외부 인사를 총 망라하여 오직 교단 혁신에만 집중하여 활동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활동 시기도 조급하게 못 박을 필요가 없고, 매우 장기적인 안목과 관점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종교 개혁과 더불어 1960년대에 가톨릭 개혁의 가장 큰 물줄기라고 평가받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고 이끌었던 교황 요한 23세는 공의회에서 무엇을 하려 하느냐는 대중들의 질문에 집무실 창문을 활짝 열면서 "신선한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신선한 공기'는 '쇄신과 적응'이었다.

우리 교단에도 '신선한 공기'가 맑게 퍼졌으면 좋겠다.

비록 98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역동성은 훨씬 힘찰 것으로 기대하며, '혁신'을 통해 거듭나는 교단이 되기를 갈망한다.

또한 개교 100주년을 다시없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 부디 활불(活佛) 교단의 생명력이 아름답게 발현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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