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시행착오로 앞서가는 천지 보은

미래 산업의 키워드인 에너지. 새로운 문명을 잉태할 대안에너지 개발과 운동은 현대인들의 의식전환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뜨거운 여름, 에어컨 등 전기 없이 가동이 불가능한 냉방기기들. 자가발전의 대안 에너지를 살펴보고 교단적인 대응도 취재한다.
1주 핵에너지와 현대문명, 2주 교단 내 에너지 절약운동 및 실천사례, 3주 에너지 자립을 꿈꾸는 사람들, 4주 교단의 대안 에너지 대책 어디까지 왔나 순이다.

▲ 중앙중도훈련원 지열에너지 기계실.

원불교 대안에너지의 고향은 전북 부안이다. 김인경 교무(현 경기인천교구장)가 재직하던 2005년 부안교당은 부안성당·시민발전소과 함께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첫 전력을 송전했다.

부안교당이 태양광발전을 위해 옥상을 내준 것은 당시 뜨겁던 핵폐기장 건설 반대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2003년 7월 부안군 위도가 핵폐기장 부지로 선정된 후, 인구 6만의 작고 평화롭던 해안은 투쟁의 현장으로 돌변했다. 시민·종교·환경·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부단히 저항한 결과 부안은 부지 선정을 무산시키기에 이른다. 2004년 부안교당이 성당과 시민발전소와 손잡고 태양광발전을 결의한 것은, 이 핵폐기장 반대운동으로 모은 주민자치력과 핵반대의 대안을 승화시킨 결과다. 핵에너지 없이도 태양광 발전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외침이다. 부안교당이 성당, 시민발전소와 함께 시작한 각 3kW의 태양광발전은 이후 등용마을에 30kW, 부안의 각 건물 옥상에 2kW 남짓의 태양광발전을 하는 마중물이 됐다.

그러나 부안교당의 태양광발전이 정작 교당 전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애초에 한국전력공사가 15년동안 전부 사들이기로 하여 설치한 것이라, 부안교당의 소비전력이나 전기세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부안교당 태양광발전은 지역 사회 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관심 속에 원불교 환경운동을 인식시키는데 기여했다.

부안교당이 첫 전력을 송전한 2005년 10월 서울 화곡동의 외국인센터에도 태양광발전이 시작됐다. '요안햇빛발전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3kW 규모의 발전은 최서연 교무가 어머니에게 빌린 2천4백만원으로 센터 옥상에 올려졌다. 덜 정비된 재생에너지 법령 때문에 첫 1년간은 센터에서만 활용하다 이듬해 상업용으로 전환했다. kW당 711.14원으로 판매되는 전기로 7년동안 1천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려 빌린 돈도 갚고 결혼이주여성·이주노동자들 한국어교실 운영에도 쓰고 있다.

원불교의 햇빛에너지는 14일 창립한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 이르러 교단 차원으로 발전됐다. 특히 종교계에서는 최초로 설립돼 대사회 보은에 앞서가고 있다. '원불교절전소', '영광탈핵생명평화순례'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인 원불교환경연대가 향후 5년 500kW 규모의 햇빛발전소 설치를 목표로 시작해 출자자를 모집 중이다. 서울의 교당 및 기관들을 대상으로 발전소 후보지를 추천받고 있으며, 구로교당과 하이원빌리지, 구의교당이 검토 중에 있다.

태양광발전에서 지열에너지까지

교단의 대안에너지 실천이 햇빛발전을 통해 자리잡는 한편, 이미 높은 효율과 더불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열에너지도 재조명되고 있다. 중앙중도훈련원과 중앙상주선원, 만덕산훈련원에서 활용중인 지열에너지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희망적인 대안에너지다.

중앙중도훈련원은 7년전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함께 지열에너지 설비를 갖췄다. 당시 호남에서는 최초였으며 다른 곳에서도 두세개 정도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었다. 중앙중도훈련원 총 활용면적 7천㎥ 중 2천 7백㎡의 냉난방을 담당하는 지열에너지 규모는 80냉동톤(RT · 0℃의 물 1t을 24시간에 0℃의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냉동 능력)이다.

지열에너지의 원리는 간단하다. 봄여름가을겨울 언제나 17℃를 유지하는 땅 속을 파내려가 파이프를 설치한다. 파이프를 통해 겨울이면 찬물을 내려보낸 후 따뜻하게 덥혀 올려 건물 곳곳을 난방한다. 여름이면 따뜻한 물을 내려보내 식힌 뒤 공급하게 된다. 중앙중도훈련원의 지열에너지는 그때그때 필요할 때 작동하는 일반식이 아닌 미리 저장해두고 사용하는 축냉식이다. 이는 밤에 저렴한 심야전기를 이용해 미리 냉온수를 저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에너지마저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직접 아이디어를 낸 '폐열을 바닥 난방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시공사에 의해 개발돼, 장마철 눅눅하고 추운 방안에 제습·난방 효과를 얻고 있다.

의미 뿐 아니라 실효도 거두는 대안에너지

중앙중도훈련원은 지열에너지로 '기존 난방비의 70%를 절약하고 있다. 기본적인 냉난방은 지열에너지로 공급하며, 심야전기와 시스템을 운영하는 최소한의 비용만 지출되고 있다. 4억이 소요된 공사비는 설치 4년째에 이미 회수됐다. 더욱 매력적인 점은 수명이 20년에 달한다는 사실이며, 7년전보다 효율 높고 저렴한 설비들이 나와 이 수명도 연장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앙중도훈련원의 지열에너지는 천지보은의 의미나 뜻있는 시도만이 아니라, 실제로 훌륭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에 원기92년 중앙상주선원에 200㎡, 원기94년 만덕산훈련원에 660㎡ 규모로 지열에너지 기계실이 설치되어 잘 활용되고 있다. 최근 대안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천공항, 서울지하철, 과천정부청사 등 국가 주요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들이 속속 지열에너지 활용에 나서고 있다.

교단은 한때 반백년기념관, 조실, 해넘이빌리지 등에 공기열에너지 설비를 갖췄다 실패한 바 있다. 공기열에너지는 지열과 원리는 같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땅 속과는 달라 겨울에 특히 문제점이 많았다. 또한 원기 93년에는 풍력발전기 2기를 설치했으나 기계의 잦은 고장 등으로 현재 멈춤 상태다.

지열에너지와 햇빛발전 등 여느 종단은 물론 왠만한 환경단체 보다도 앞서가는 교단의 대안에너지는 이 숱한 시행착오로부터 비롯됐다.

핵심 교리 '사은' 중 첫 번째가 '천지은'이다. 핵폐기장 건설반대 운동으로부터 두드러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탈핵운동, 교단 주요 기관의 모범적인 지열에너지 활용과 원불교환경연대의 햇빛발전협동조합 등 이미 앞서가는 교단 대안에너지의 다음 장이 궁금하다. 영원불변토록 진리인 것을 위해서는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대안에너지 정책과 실현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폐열 활용 특허 되기도
▲ 중앙중도훈련원 강보광 덕무.

중앙중도훈련원의 대안에너지 구상 단계부터 책임을 맡아온 강보광 덕무는 "확신은 있었지만 가동을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놓았다"고 회고했다. 8년전 당시 장응철 훈련원장(현 경산종법사)의 굳은 서원으로 어렵게 시작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었다. 강 덕무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다. 출가교역자들이 따뜻하고 시원하게 훈련받기 위한 훈련원인데, 이제까지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다가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그는 "한달에 족히 몇백만원은 넘는 비용이 산출됐다. 이대로는 절대 안된다는 마음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태양광, 공기열, 풍력 등 가능한 모든 대안에너지에 파고들었다. 최대 265명이 숙박하는 훈련원이니 저렴하면서도 수명이 길어야했고 또 관리가 용이해야했다.

그는 "에너지 소비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축냉식 지열에너지로 보고를 올렸지만 견학도 어려웠다. 그래서 더 연구했다"고 강조했다.

공사 반년동안 늘 현장을 지킨 강 덕무는 여름철 버리는 열을 다시 끌어올려 제습과 온기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시공사가 그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특허를 내기도.

그는 "훈련원의 시스템은 100% 전자동이고, 기계실까지 오지 않아도 사무실에서 핸드폰으로도 냉온방에 수급까지 다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끼려고 들여다본 대안에너지의 세상에서 책임자이자 전문가로 사는 강보광 덕무. 훈련원의 지열에너지 기획 · 운영을 견학하러 오는 교도, 대학교수, 환경·시민단체들이 줄을 잇는 요즘, 부쩍 걸음이 빨라졌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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