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산이 가족 품어줘 고맙고 감사
등산으로 가족애 돈독
몸과 마음도 치유

방학을 맞아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마음을 챙기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그대로가 치유며 힐링이 된다. 이번 기획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가활동을 통해 화합과 소통, 가족애(愛)를 다시 되새겨 본다. 1주 가족과 함께한 캠핑, 2주 가족과 함께한 등산, 3주 가족과 함께한 성지순례, 4주 가족과 함께한 주말농장 순이다.
▲ 반야봉 정상에 오른 네자매. 왼쪽부터 김수정·김연화·김혜주 교도, 김양진 교무.
▲ 지리산 노고단으로 오르는 등산로.
3일 새벽 4시30분, 많은 사람이 아직 꿈나라에 헤매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전남 구례의 성삼재휴게소 주차장은 등산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찌뿌둥한 날씨와 새벽안개로 한치 앞도 보기 힘든 어둠이 깔려 있지만 사람들은 주저함이 없이 등산장비를 챙겨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그 어둠속으로 나란히 발걸음을 옮기는 네자매가 있다. 그들이 바로 문화교당 김연화(55) 교도, 중구교당 김수정(53) 교도, 도원교당 김혜주(50) 교도,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김양진(43) 교무이다.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지리산으로 휴가를 온 이들 자매가 등산에 나선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지리산.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명산 중 하나이다.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등 1천5백M의 봉우리만도 16개를 볼 수 있다는 종주 코스는 산악인들에게 꿈이자 도전이다. 건강과 레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등산인구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이유가 있다. 어떤 사연과 이유를 갖고 찾아오든 산은 기꺼이 그 넉넉한 품으로 껴안아주고 어루만져준다. 이것이 사람들이 등산하게 되는 매력이 아닐까?

네자매에게도 가족이 함께 등산하게 된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김양진 교무는 "총부에 근무하면서 등산을 가끔 하다 보니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가족과 함께 등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가까이에 있는 언니들과 함께 가족 등산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자매가 등산을 함께 한지 올해로 3년째다. 처음 익산에 있는 세 언니와 함께 시작했지만 지금은 서울에 있는 둘째 김수정 교도도 합류했으며 자매들 가족들도 등산에 따라 나선다.

김 교무는 "함께 등산하는 가족이 많이 늘어나니 오빠가 기존에 타고 다니던 작은 차량을 큰 차로 바꿨다"며 "이제는 어머님을 모시고 등산하러 다닐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옆에 함께 걷고 있던 셋째 김혜주 교도가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즐겁고 행복하다"며 "등산을 하면서 힘들 때 도와주고 이끌어주면서 서로 더 챙기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된다"고 거들었다. 등산이 이들 가족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성삼재에서 완만한 경사를 따라 한 시간 가량 올라가니 노고단의 모습을 본뜬 돌탑이 나타났다. 지리산의 주봉과 주능선이 안갯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반야봉도 어렴풋이 보였다. 힘든 오르막에서도 다년간 산행경험으로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오르는 게 습관이 된 이들 자매는 쉼도 잠깐 다시 목적지로 발길을 옮겼다.

조금 뒤처져 걷고 있던 큰 언니 김연화 교도는 "정립회관에 가면 다들 부러워하며 '이번엔 어디로 갔다 왔느냐'고 물어본다"며 "대답해주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으로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이게 다 동생들 덕분이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도시를 달구던 한여름의 무더위마저도 힘을 잃고 마는 지리산 숲속에 안개가 서서히 걷히자 등산로 주변에 여름 지리산을 대표하는 노란색 원추리, 종모양의 보랏빛 잔대꽃, 늘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주황빛 동자꽃이 등산객을 반긴다. 수많은 꽃의 향연에 자매들도 연신 탄성을 지른다. 그 순간 만큼은 어린이가 된듯했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임걸령 약수터에서 약수물로 잠시 목을 축이니 그 시원함이 뼈속까지 전해진다.

둘째 김수정 교도가 "어머니께 갖다 드려야 겠다"며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배낭에 짊어진다. 그의 모습에서 진한 효심이 느껴졌다.

그는 "등산하러 다니며 변한 것이 있다면 마음이 많이 편안해져 나를 위주로 생각 하던 것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며 "집이 서울이라 자주 가족 등산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꼭 참석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교도는 남편이 5년 전 뇌경색으로 장기간의 투병생활을 하면서 마음고생이 많았다. 가족 등산에 합류하면서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남편의 건강도 좋아졌다. 지난해에는 남편과 함께 한라산 가족등반에도 참여했다.

그는 "남편은 가족의 도움으로 한라산을 등산한 것을 기적으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가족과 함께 등산하고 집에 가면 그 기운으로 생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에 출근하고 휴일에 집에 있으면 똑같은 일상에 머물러 있게 된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집에서 가족들에게 풀게 된다"며 "그 시간에 자연과 함께하고 집에 돌아오면 화난 일이 있어도 자녀들에게 화를 잘 내지 않게 된다"고 귀띔하며 셋째 김혜주 교도가 대화에 동참했다. 가족 등산이 그들에게 가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힘을 얻는 계기가 됐다. 등산으로 가족의 행복과 더불어 마음도 치유된 것이다.

노루목을 지나 가파른 산기슭을 따라 1㎞정도 오르니 반야봉에 이르렀다. 반야봉에 오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온갖 번뇌와 망상이 사라지는 곳 그 꿈같은 이름의 공간 오랜 산행으로도 떨쳐지지 않은 시름이 있었다면 이곳에서 잠시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다. 자매들은 숨을 깊게 고르며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한껏 도취됐다. 잠시 너울너울 춤을 추며 흘러가는 운무에 눈을 감고 몸을 맡겨 보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본다. 10㎞남짓한 긴 여정이라 힘들 법도 할텐데 자매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정상에 오른 희열로 가득했다.

셋째 김혜주 교도는 "매번 산에 올 때면 경건한 마음이 든다. 내가 보던 세계와 다른 큰 세계를 보게 되고 위대한 산이 우리를 품어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며 "등산은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되고 가족애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 한번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자매들의 가슴에 담겨진다. 앞으로도 많은 산들이 이들의 앞에 놓일 것이다. 그때마다 가족과 함께 서로 돕고 이끌며 한 걸음 한 걸음 즐겁게 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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