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아프리카, 검은 대륙을 달리다

그는 청춘의 정점에 뇌종양 판결을 받았다. 다행히 악성이 아니었다. 수술을 통해 회복은 됐지만, 인생의 허전함을 느꼈다. 그리고 수술 후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는 친구와 함께 배낭을 메었다. 그리고 검은 대륙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온전치 않는 몸으로 3개월을 아프리카와 함께했다.

〈아프지만, 아프리카〉의 저자 유준상(30)의 이야기이다. 아프리카 여행은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줬다. 그리고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나게 됐다. 여행은 대학 때부터 함께 시를 쓰며 우정을 나눈 정움(31·법명 만웅) 작가도 함께했다. 본 지 기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며 여행거리를 만들어 갔다.

유 작가는 "여행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퇴원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서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부모님께 목적지가 아프리카라는 것을 알린 것도 도착한 이후이다"며 "사실 아프리카를 간다고 할 때 큰 목적은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가장 못살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가 시작이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뇌종양이라는 큰 수술을 하고 난 그에게 아프리카는 큰 도전이었다. 인생에서 큰 사건을 겪게 되면 누구나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중 가장 많이 찾는 방법이 여행이다.

함께 여행을 떠난 정 작가는 "우리는 여행 목적지를 정하기 위해 지도를 폈다. 나는 인도 여행에서 깊은 인상이 남아 인도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준상이가 지도 왼쪽 아래 끝에 위치한 아프리카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던 곳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나는 친구가 '힘든 수술을 마치고 각성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특별한 여행지이기 때문이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아프리카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했다. 도서관을 떠나지 못했다. 알면 알수록 궁금증은 더욱 쌓여만 갔다. 여행에 대한 동기도 많아졌다.
▲ 전자책(e-book)으로 출간된 유준상·정움 작가의 〈아프지만 아프리카〉전권. 네이버, 리디북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 작가는 "움이가 이왕 여행을 가게 됐으니, 여행기를 전자책(E-book)으로 출판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1인 출판사 '깬닙'을 만들어 놨었다. 좀 더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보기 위해 여행을 준비하며 후원사를 찾아보려고 했다"며 "PT자료도 만들고 동영상도 만들었다. 아프리카 진출 기업부터 아웃도어, 자전거 회사 등에 접촉해봤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힘들게 출발한 여정이지만 아프리카는 이들을 호락호락하게 받아주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의 횡단이 계획이었지만 일정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유 작가는 "케냐에서만 두 번의 절도를 당했다. 호텔에 놓고 온 짐도 도둑질을 해 갔다. 호텔이 우범지역에 있기도 했고, 우리가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케냐까지 이전 여행지의 책을 만들며 내려오고 있었는데 순간 공황상태에 빠졌다"며 "노트북 2개와 카메라 렌즈, 스마트폰, 디카, 지갑 등을 잃어버리니 책을 만들어내기도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로인해 계획 수정은 불가피했다. 원래 한 나라에서 10여 일을 체류하려 했지만 여정을 길게 잡았다. 결국 귀국할 때까지는 계획된 여행의 반만 하고 돌아오게 됐다.

그는 "수단에 왔는데 ATM이 하나도 없었다. 현금이 없으니 할 수 없이 수도로 향했다"며 "일단 움이가 비스킷 두 상자를 사왔다. 마지막 식량이었다.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며, 수도까지 일주일이 걸려 도착했다. 수단 사람들이 인심이 좋아 먹여주고 재워줘서 왔다"고 밝게 웃었다.

정 작가는 "수단이 아프리카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제일 인심이 좋았던 것 같다. 음식도 제공해주고, 잠도 재워줘서 수도까지의 900km 길을 달릴 수 있었다"며 "처음 얻어먹은 식사인 아브리라는 마을을 잊을 수가 없다. 수단 사막을 건넜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에티오피아의 랄리벨라라는 곳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과 친해져서 옷도 사주고, 한글도 가르쳐주며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며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데 어려워했다. 아이들은 나에게 '무엇을 얻으려고 한글을 배우는 것이냐'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즉 사랑에 목말라 있던 것이었다. 나 역시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몰라 한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줘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느낌을 이야기했다.

비록 아프리카 여행이 계획의 반밖에 이룰 수 없었지만 깨달음을 얻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의 웃음에서 문화를 느끼고 평화를 느꼈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행복을 느끼고 돌아왔다.

유 작가는 "이제 여독을 풀고 책 작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총 4권 중 3권인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는 이미 아프리카에서 출판했다. 케냐 편만 한국에서 만들고 있다"며 "처음에는 이게 여행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실시간 여행기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책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물들을 보고 있으니 좋은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지의 땅 아프리카로 떠난 두 청년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어 왔다. 그리고 꿈을 다시 꾸고 있다. 그들은 "못다 한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아프리카를 찾고 싶다. 또한, 언젠가 남미도 가고, 책으로 펴 보고 싶다"며 완성되지 못한 아프리카 여행의 아쉬움을 되새기고 있었다.
▲ 유준상 작가와 아프리카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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