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도를 가다, 도심 속 '리틀 인디아'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는 싱가포르강의 동쪽에 위치해 있는 인도인 거리이다. 싱가포르의 전체 주민 중 인도인의 비율이 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인도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전주에도 작은 인도를 느낄 수 있는 리틀 인디아(대표 이진필·65)가 있다. 인도 차이티를 마시며 세계 각국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문화 공간, 전주시 효자동 완산소방서 뒤편에 위치한 이곳에 들어서면 동남아의 이국적인 문화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외국계회사 발전소 기술자였던 이 대표는 동남아본부가 있던 싱가포르를 비롯,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파키스탄 등 해외에서 10여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다. 리틀인디아를 장식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미술품, 민속품, 장식품, 조각품 등은 그가 해외근무를 하면서 수집했던 물건들이다.

"동남아에서 근무를 하면서 근처의 나라들을 많이 여행했어요. 주말마다 골동품 시장에 가서 이국 문화를 체험하며 토산품을 수집했지요." 그렇게 수집한 악세서리, 벽걸이, 신발 등 작은 소품에서부터 장식장과 식탁, 도자기 까지 세계 각국의 기념품을 그는 컨테이너 이삿짐에 싣고 국내에 들어왔다.
▲ 리틀인디아 이진필 대표.

카페 안에 들어서면 단연 이국적인 소품들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인도의 놋쇠 장식장은 소박한 인도인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있다. 사다리꼴 모양의 유리장식장은 태국 전통장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보르네오섬 무덤에서 출토된 골동품은 이 대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토산품이다. 한편으론 익살스럽고, 한편으론 지독하리만큼 고독한 표정의 이 토산품은 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그야말로 귀한 몸이다.

이밖에도 쉽게 볼 수 없는 아프리카의 다산 기원 토속 신앙물과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등지에서 공수해온 작품들, 또 남미 페루와 스페인 장식장 까지 마치 세계의 작은 박물관을 옮겨놓은 것 같다.

"동남아 문화를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치 않아요. 각 나라 토산품에는 그 나라 문화와 정서가 들어있지요. 태국 국민들의 정서나 문화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는 전시돼있는 각종 장식품을 소개하며 각 나라의 풍속과 전통, 역사 까지 차분하게 설명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 많은 기념품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곳만의 고풍스런 분위기로 살아난다. 하나의 기운으로 제 자리에 제 물건이 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틀 인디아의 가장 큰 매력은 깊고 풍부한 커피 맛에 있다. 그가 한국에 들어와 카페 문을 연 지는 올해로 13년째,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만해도 국내 커피 메뉴는 '맥심'과 '원두'로 적혀있었어요. 정통 에스프레소를 맛 볼 수 있는 곳이 전주에 3곳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십여년 전, 고가의 커피 추출기를 들여놓을 만큼 그의 커피사랑은 남달랐다. 지금도 직접 로스팅을 하며 그만의 드립커피를 만들어낸다. 깊고 짙은 향과 농후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노란색 찬장에 얹어져 있는 각종 커피 잔과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는 도구들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물론 고객의 기호에 따라 카푸치노, 카페라떼, 모카, 비엔나, 숏·롱블랙 등도 마실 수 있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진하게 우려 연유를 넣은 동남아식 커피도 리틀 인디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메뉴다. 또 집에서 직접 달여 만든 한방차도 맛의 진가를 알아보는 고객들의 입소문에 인기메뉴가 됐다.

"손님이 많았으면 하는 욕심이 없어요. 이곳 정서를 좋아하는 분들 3~4 테이블 정도면 만족합니다. 나의 일터이지만, 이곳은 나를 위한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장의 기운을 닮아가는 것일까. 이곳은 머무는 이의 마음까지 한 품에 안아준다.

때로 나를 위해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내어주고 싶은 날, 문득 발길을 돌려보자. 나만의 시크릿 공간으로 각인되는 곳, 도심 속 작은 인도 리틀 인디아다.
▲ 세계각국의 기념품이 전시된 카페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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