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자리 인심, 지역민에게 열린 교당

▲ 교도들이 일요법회 시 법인절 기도를 한 후 심원송을 부르며 간절한 서원을 올렸다.
백산교당 일요법회는 오전10시부터 시작된다. 임방마을에 사는 김양진 교도는 오전 8시30분이면 교당에 도착한다.
김 교도는 "성당에 다니는 마을 사람이 나를 여기까지 늘 태워주고 간다. 그래서 법회에 제일 먼저 온다"고 설명했다.

백산교당 김도광 교도회장은 일요일 아침 일찍 스탠드 옷걸이 2개를 갖다 놓았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활용하라는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부산한 일요일 아침. 8시40분엔 김지형 교무가 차량을 운행한다. 마을에 가서 교도들을 태우고 오면 9시30분. 법당에 들어선 어르신들은 서로 반갑게 맞으며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느냐'는 안부를 물으며 법정을 나눈다.

법회 전에는 성가연습으로 법흥을 돋우고, 염불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 일요법회를 시작했다.

18일에는 법인절 특별기도 법회로 진행됐다. 또 태백교당에서 부안 진서로 이사 온 박영선 가족도 법회에 함께했다. 그래서 이번 법회 분위기는 더욱 활기찼다.

인정교화로 신뢰 쌓여

부안읍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떨어진 백산교당은 농촌교당이라 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한다. 그래서 교리 훈련이나 공부 등을 계획해서 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교무는 "염불과 기도를 강조한다. 주문 수행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무는 교도들이 홀로 살고 있어 '순교'를 많이 다니는 편이다. 아픈 교도는 병원에 입·퇴원시키는 등 자녀들과 연락해 긴밀하게 편의를 제공한다. 한 번은 교도댁 순교를 갔다가 응급실로 모시고 간 사례도 있었다.

그는 "어르신들이라 건강이 수시로 변화가 된다"며 "보호자가 되어 응급실에서 잠도 자는 경우가 있었다. 자녀들도 교당을 믿고 의지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홀로 거주하는 교도집에서 밥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정이 건네서 교도들은 교당 법회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그는 법회 전 차량운행에 대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교도들 모시고 오고 가면서 대화를 많이 한다.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법회 후에는 교도들이 차량운행을 도와주고 있다.

그가 백산교당에 부임한 지 4년째. 최근 젊은 교도들이 모여 드는 즐거움도 크다.

교도들은 "교당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교당에 날마다 교도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고 가는 길에 교당에서 차 한 잔 하고 가면 격의 없이 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도들은 친구들도 교당으로 불러 찻자리를 함께한다. 그렇게 한두 명씩 교당으로 발길을 인도하며 교도되기를 권장한다.
▲ 김지형 교무가 이주연 교도와 함께 박영선 가족을 환영하며 노래를 공양했다.

9월 교도들간 백두산 기행

백산교당 교도들은 9월에 있을 백두산 기행에도 마음이 들떠 있다. 9월2~5일 교도 10여 명이 단합 차원에서 여행을 떠난다.

봉공회장 이주연 교도는 "젊은 교도들이 3년간 매월 3만원 씩 적금을 넣었다"며 "민족의 영산 백두산 인근의 연변교당은 우리 교무님이 사셨던 전임지이다. 교무님이 사시던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에 특별히 더 백두산 기행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김 교무는 중국 연변교당에서 12년을 근무한 후 이곳 백산교당으로 부임했다.

그는 "아마 연변교당도 방문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오혜성 교도는 "처음 백두산을 가게 된다. 마음이 설렌다. 잠도 설치고 있다"며 "백두산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크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번 백두산 기행은 중국 교화 현황을 살펴봄과 동시에 원불교에 관심있는 몇몇 교도도 동참하게 된다. 여행을 통해 교도들이 교화를 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일면이기도 하다.

교리훈련 후 지역사회와 함께

김 교무는 평소 늘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 교화를 체계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올해 2달 정도 부안교당 어린이 법회에 백산교당 어린이들을 보냈었다. 어린이들은 처음에는 흥미 있어 하고 곧잘 법회에 성실히 임했다. 그러나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고 처음처럼 각각 법회를 보게 됐다.

그는 "이곳은 면 단위이지만 학교와 이웃해 있고 청소년들도 접근하기가 좋다. 하지만 청소년교화를 할 만큼 여력이 없다"며 "교당에는 2명의 교역자가 살아야 서로 업무분담도 하고 손이 빠지는 것을 넣을 수도 있다"는 아쉬움을 밝혔다.

청소년 법회가 정착하려면 법회를 담당할 수 있는 교화 보조자가 있어야 하는 아쉬움과 과제를 말한 것이다.

젊은 교도들이 모이게 되니 법회 사회자도 선정했다. 이주연·김혜현·박덕인 교도가 월별로 나눠 법회 사회를 담당했다.

법회 사회를 보는 교도들은 "공부를 해야 하니 부담도 되지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법회 진행에 교도들이 참여하는 것을 어르신들도 좋아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이렇게 차츰 젊은 교도들에게 주인정신을 심어주며 물려 주고 있는 것이다.

김 교도회장은 "이제는 교도 교리훈련으로 뿌리를 내려야 할 때이다"며 "공부에 바탕해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주는 영육쌍전을 실천하는 교당으로 거듭나길 늘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무 역시 교당 과제에 대해 "체계적인 교리 공부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또 지역사회를 위해 면민 대상 다양한 활동을 젊은 교도들과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교도간 남다른 친밀감과 우애가 돈독해 졌으니 대외 활동 역시도 일심합력으로 진행해 가겠다는 것이다.
노소(老小)가 한데 어우러진 백산교당의 소박한 법당에 자비로운 웃음이 지역사회로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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